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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전례의 숲: 신자들의 기도 또는 보편 지향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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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1357

[전례의 숲] 신자들의 기도 또는 보편 지향 기도

 

 

말씀 전례의 마지막 부분은 “보편 지향 기도”, 곧 “신자들의 기도”입니다. “신자들의 기도”는 세례를 받은 신자로서 기도를 주례 사제의 중개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바친다는 뜻을, 그리고 “보편 지향 기도”는 개인이 아니라 공동 지향으로 바친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기도는 유다교 기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유다교의 기본 기도인 “트필라” (세모네 에스레=18 찬양)는 시작과 마침 부분은 순수한 찬양이지만 중간 부분에는 청원이 들어 있는 찬양입니다. 예를 들어 완전한 정의를 간청하며 이렇게 주님을 찬양합니다. “옛날처럼 저희에게 판관들을 되돌려 주소서. 그 옛날처럼 지도자를 보내주소서. 저희 가운데 오직 은총과 자비, 사랑과 정의가 있는 당신 나라가 어서 세워지게 하소서. 찬미 받으소서 주님, 사랑과 정의를 사랑하시는 분이시여!”

 

미사의 보편 지향 기도에 대한 가장 이른 증언은 2세기 중반 유스티노 순교자가 합니다. 그는 강론 뒤에 예물을 봉헌하기 전에 이 기도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예비자들 그리고 다른 이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3세기 중엽 “사도전승”에도 같은 위치에서 신자들의 기도가 나옵니다. “세례가 끝난 뒤에 새 세례자들은 비로소 회중과 함께 기도합니다. 이 모든 예식을 받기 전에는 신도들과 함께 기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도를 바친 다음 평화의 입맞춤을 나눌 것입니다.” 그러나 5세기 이후 로마에서는 이 기도를 사제가 감사기도문 안에서 바치면서 신자들과 멀어졌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1400년 동안 잊혔던 이 기도를 신자들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이 기도의 복구는 전례 개혁이 가져온 정말 좋은 열매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보편 지향 기도 바치며 보편 사제직 실천

 

어떤 이는 보편 지향 기도가 감사기도에서 축성 뒤에 하는 전구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습니다. 그러나 이 기도는 단순한 청원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말씀 전례의 한 부분으로서 말씀에 응답하는 기능을 갖습니다. 다시 말하면 신자들은 기도를 바치며 말씀에 더욱 깊이 결합하고 그 말씀을 증언할 힘을 얻게 됩니다. 

 

또한 신자들은 이 기도를 바치며 세례 때 받은 보편 사제직을 실천합니다. 사제직 기능 가운데 하나는 형제들의 필요를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 기도를 바치며 신자들은 교회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구성원임을 깨닫고 표현합니다. 인류가 한 아버지를 둔 한 가족이라면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외국인 노동자, 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무관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의 아버지로서 모든 자녀들의 행복을 바라십니다. 사도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청과 기도와 전구와 감사를 드리라고 권고합니다.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하여, 우리가 아주 신심 깊고 품위 있게, 평온하고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구원자이신 하느님께서 좋아하시고 마음에 들어 하시는 일입니다.”(1티모 2, 1-3)

 

마지막으로, 이 기도는 신자들이 직접 바치는 기도로서 표현이 매우 자유롭고 구체적이고 살아 있습니다. 자발적이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는 미사 거행에 숨을 불어넣습니다. 

 

보편 지향 기도는 대체적으로 본기도와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먼저 주례의 권고가 있고, 이어서 봉사자가 지향을 바치며, 각 지향에 신자들은 짧은 간구를 바치며, 마지막으로 주례는 자유로운 말로 마침 기도를 바칩니다.

 

 

기도 지향은 간단명료하고 자유롭게

 

기도 지향은 하느님 아버지께도 그리스도께도 바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향 내용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의 것입니다. 곧 교회에 필요한 일, 위정자와 온 세상의 구원, 온갖 어려움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 지역 공동체를 위해 기도합니다. 다만, 견진, 혼인, 장례, 또는 다른 특별한 미사에서는 그 상황에 어울리게 지향의 내용과 순서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사목 보조 자료(“매일 미사”)에 나오는 지향들은 미사경본이 제시하는 순서에 따라 준비된 보기입니다. 그것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할 수 있으면 각 공동체가 스스로 자기 상황을 반영하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그날의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하면 좋을 것입니다. 다만 기도 지향들은 장황하거나 너무 길어서는 안 됩니다. 미사경본은 “간단명료해야” 하고, “자유롭고 슬기롭고 짤막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바치는 경우에도 미리, 할 수 있으면, 글로 써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편, 어떤 때는 지향 제목만 말하고 그 지향에 따라 침묵 속에 각자 자유롭게 기도한 뒤에 회중이 간구를 바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회를 위해 (기도합시다).” (침묵 기도).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지향은 봉사자가 바칩니다. 부제나 선창 또는 독서자나 다른 사람이 바칠 수 있습니다.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예를 들어, 신자들 가운데 아무도 말을 못하거나, 글을 모를 때는 주례 사제가 바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상황에서는 정해진 사람이 한 사람씩 차례로 바치는 것도 능동적 참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한 사람씩 돌아가며 할 수도 있습니다.

 

회중은 청원 지향들에 여러 가지 짧은 간구 가운데 하나를 바칩니다.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는 대표적인 간구입니다. 그밖에 미사경본은 “주님, 사랑을 베풀어 주소서.”, “주님, 이 백성을 기억하소서.”, “(죽은 이를 위한 미사에서) 생명이요 부활이신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를 싣고 있습니다. 또한 간구 대신 또는 아무 말 없이 침묵으로 기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향을 바칠 때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하느님께 직접 청하는 문장을 사용하지만 전통적으로 지향을 바치는 사람은 신자들에게 권고 또는 제안을 하는 형식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주 하느님께서 우리 교황 (아무)를 친히 주교로 뽑으셨으니, 그를 건강하게 지켜 주시어 하느님의 거룩한 교회에 봉사하며 주님의 거룩한 백성을 잘 다스리도록 기도합시다.” (성 금요일 보편 지향 기도). 간청은 백성의 간구와 사제의 마침기도에서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형태는 봉사자와 회중 사이에 임무를 구분해 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신자들이며 지향을 말하는 사람은 봉사자입니다. 

 

주례는 기도 권고와 마침 기도를 주례석이나 독서대에서 할 수 있습니다. 부제나 다른 봉사자는 독서대나 다른 적당한 장소에서 지향을 말합니다. 기도는 모두 서서 바칩니다. 주일이나 큰 축일은 물론 평일이라도 신자들이 참여하는 미사에서는 보편 지향 기도를 생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고대 교회에서 바친 신자들의 기도>

 

주님, 비오니,

저희의 도움이 되어주시고 보호가 되어주소서.

 

저희 가운데 괴로워하는 이들을 구해주시고,

비천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쓰러진 이들을 일으켜주시고,

곤궁한 이들에게 당신을 드러내 보여 주소서.

 

병든 이들을 낫게 하시고,

길 잃은 이들을 되돌아오도록 하여주소서.

 

배고픈 이들을 채워 주시고,

갇힌 이들에게 자유를 주소서.

 

힘없는 이들을 일으켜 세우시고,

마음 약한 이들을 위로해주소서.

 

모든 민족이 당신 홀로 하느님이심을,

예수 그리스도가 당신의 아드님이심을 깨닫게 하시고,

또한 저희 모두 당신의 백성이며

당신 목장의 양떼임을 알게 하소서.

 

로마의 클레멘스,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1세기 말)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7월호, 심규재 실베스텔(신부, 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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