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전례ㅣ교회음악

음악편지: 헨델의 걸작 메시아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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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1-14 ㅣ No.2170

[아가다의 음악편지] 헨델의 걸작 <메시아>의 감동

 

 

얼마 전 한 형제님께서 이런 고백을 하셨습니다. 본당 성가대 생활을 그렇게 했어도 헨델의 <메시아>라고 하면 ‘할렐루야’ 합창 하나밖에 모르셨다는 겁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할렐루야 외에도 여러 많은 곡이 <메시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요즘에는 그 엄청난 대곡을 틈 날 때마다 들으면서 새로운 감동을 느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할렐루야=메시아, 메시아=할렐루야로만 알고 계신 분들이 의외로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호 ‘아가다의 음악 편지’는 헨델의 걸작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감동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는 시간으로 준비하게 되었죠. 

 

헨델의 <메시아>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부활절이 되면 자주 듣게 되는 음악입니다. 부활의 환희, 그리고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준비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메시아> 중 가장 유명한 곡 ‘할렐루야’ 코러스는 너무나 자주 들어서 지겨울 만도 한데요. 희한하게도 들을 때마다 또 부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명곡입니다. 이 곡을 런던에서 초연했을 때, 당시 영국 왕 조지 2세가 ‘할렐루야’를 듣다가 벌떡 일어났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인데요. 그 뒤로는 ‘할렐루야’를 연주하면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감상하는 것이 하나의 전통으로 굳어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할렐루야’는 <메시아>를 구성하는 수십 곡 중에 하나로, <메시아> 제2부의 마지막 곡입니다. 

 

헨델의 <메시아>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1부는 ‘예언과 탄생’, 2부는 ‘수난과 속죄’, 마지막 3부는 ‘부활과 영생’이라는 주제 안에서 장대하게 음악이 펼쳐지죠. 1부 첫 곡 신포니아부터 3부 마지막 곡 합창 ‘아멘’까지 모두 들으려면 두 시간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엄청난 대작을 완성하는 데 헨델이 들인 시간은 불과 3주 정도라고 합니다. 그것도 건강이 악화돼 있던 시기에 말이죠. 그는 <메시아>를 쓰는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음식도 거의 입에 대지 않고 작업에 집중했고, 작업 중 “하늘이 열리고 위대하신 주께서 왕좌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털어놓았을 만큼 이 작품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을 들여 탄생한 작품은 곧바로 청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되었죠. <메시아>를 듣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극장이 초만원을 이루게 되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청중을 들이기 원했던 극장 측에서 여성들에게는 “부풀린 드레스는 자제해 달라.”, 남성들에게는 “칼을 차고 오지 말라.”고 권고했을 정도였다니까요. 

 

<메시아>를 시작하는 첫 번째 가사는 이사야서 40장 1절의 말씀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Comfort ye, my people)”으로 평화롭게 시작됩니다. 그리하여 구세주에 대한 예언과 그 예언이 실현되는 탄생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의 제1부는 전체적으로 밝고 온화한 분위기에 싸여 있으면서도 기대감에서 비롯된 긴장감과 열기와 함께 펼쳐집니다. 아리아와 중창, 레치타티보, 합창 등 여러 형태의 노래들이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소박하게, 주님의 탄생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아름답게 전해 주죠. 

 

1부 중반에 나오는 “한 아기가 우리 위해 나셨네(For unto us a child is born).” 같은 곡은 경쾌한 템포 위에 성탄의 기쁨이 물씬 풍기는 합창곡이고요. 소프라노의 레치타티보 “양치는 목자들이 있었네(There were shepherds abiding in the fields).”나 알토와 소프라노가 부르는 이중창 “그는 양떼를 먹이시고(He shall be his flock)” 같은 곡도 성탄을 준비하며 묵상하기 좋은 아름다운 곡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그리스도의 수난과 속죄를 다루고 있는 제2부의 음악들은 예수의 죽음으로 인해 극적인 긴장감이 한층 더 높아지는 면모를 보이고요. 

 

부활에 대한 신앙 고백이 부각된 제3부는 부활을 나타내는 밝은 빛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전곡 감상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이라면, 일단 대림과 성탄 시기에 어울리는 1부의 몇몇 곡들부터 골라서 들어 보시면 어떨까요? 

 

작곡가 스스로 감정에 복받쳐 작곡하다가 흐느꼈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솔직하고도 극적인 신앙의 표현이 돋보이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안에서 우리도 더욱 기도하며 신앙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평신도, 2014년 겨울호(VOL.46), 양인용 아가다(KBS 1FM <새아침의 클래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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