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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미사

[축일] 교회 전례력 마지막 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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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1-23 ㅣ No.1377

교회 전례력 마지막 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그리스도인으로 한 해 되짚어보는 시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그리스도가 인간 세상의 왕이라는 것을 축하하고,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함으로써 우리가 더욱 새롭게 되길 기원하는 축일이다. [CNS]

 

 

2014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1분 1초가 아쉬운 이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은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자신의 모습을 성찰한다. 다음해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욱 발전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다.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 왕 대축일’(11월 23일)을 맞아 그 의미를 떠올리며, 오늘만큼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들의 한 해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스도의 왕직에 동참하며 세상의 죄악과 맞섰는지 돌아보고, 다음 주로 다가온 대림시기를 새롭고 더욱 성숙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교회는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참된 왕이신 ‘그리스도 왕’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제정했다. 이 대축일은 성탄과 부활 대축일처럼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특수한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다. 그리스도가 인간 세상의 왕이라는 것을 축하하고,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함으로써 우리가 더욱 새롭게 되길 기원하는 축일이다.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한다는 것은 곧 이 세상에서 죄악의 세력과 맞서 끊임없이 투쟁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각자가 왕이신 그리스도께로부터 받은 소명, 권리와 의무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 독서와 복음 역시 그리스도와 맺은 계약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용기와 기쁨을 찾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1925년 12월 11일 제정됐다. 당시 교황이었던 비오 11세는 무신론과 세속주의를 경계하고 그리스도의 왕직이 온 인류에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는 뜻에서 이 축일을 제정, 공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신앙인은 인간 세계의 죄악과 끊임없이 맞서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이행하고 그리스도 왕 앞에서 받아야 할 심판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뜻에서 교회는 연중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낸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날 그리스도 왕정의 시민임을 재차 확인하며, 그 삶을 갱신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 왕은 누구인가?

 

그리스도 왕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예수 그리스도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다”라는 가장 오래된 신앙 고백은 “예수 그리스도는 왕이시다”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신약성경은 예수를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셨고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확인되신다’(로마 1,3-4)라고 증언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왕이라는 사실을 묘사한다. 특별히 복음사가들은 복음서의 처음부터 이미 예수를 왕으로 표현한다. 마태오는 예수의 족보를 통해서 예수가 왕의 혈통을 이어받았음을 강조하고, 루카는 예수 탄생 예고를 통해 예수가 ‘다윗의 왕위를 계승한 왕이요. 그의 왕권은 끝이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요한은 예수가 제자 나타나엘에게 “이스라엘의 임금”이라는 칭송을 들었다고 기록하며, 마르코 복음서 서두에는 명확한 표현이 없지만 예수의 설교 주제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언급함으로써 다른 복음 사가들과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하느님의 모상, 하느님의 어린양, 사람의 아들, 구원자, 예언자, 대제관 등 예수에 대한 칭호를 신약성경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신학에서는 이 칭호들을 예수의 예언직, 사제직, 왕직 등 세 가지 범주 안에 포함시켜 설명한다. 이 세 가지 직능이 예수가 이룩한 구원 사업의 본질적인 특성과 그 내용을 가장 완전하게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왕’은 신학적인 의미에서 신앙 고백의 대상이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제정한 비오 11세 교황은 교서 ‘첫째의 것’(Quas Primas)에서 “그리스도는 하느님이요 인간으로서 그리고 구세주로서 지상의 모든 것에 대한 주권을 지닌 왕”이라고 천명하며 그리스도의 구세주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하느님의 왕정과 마찬가지로 종말론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그리스도 왕정 선포는 신앙인들의 정치·사회적인 책임을 확인시켜 준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왕정에 참여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왕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교회헌장」은 “주님께서는 당신의 나라를 평신도들을 통해 확장하기 바라신다”며 “그러므로 신자들은 하느님 찬미를 지향하는 모든 피조물의 가장 깊은 본질과 가치와 목적을 인식하고 세속 활동을 통해서도 서로 더 거룩한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정의와 사랑, 평화 속에서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현하는 신앙인의 의무가 평신도들의 첫 번째 역할임을 알려준다. 따라서 신앙인들은 전례력의 마지막인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앞서 평신도 주일을 보내는 이유를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14년 11월 23일,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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