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전례ㅣ미사

[축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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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24 ㅣ No.1393

[전례돋보기]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우리는 변화되기를 희망한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은 곧 다가올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 앞에서 당신의 신적 영광을 미리 보여주신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께서 주님이심을 나타내주는 모습, 인간으로 오셨지만 빛나는 신성의 모습을 보여주심으로써 직접 하느님의 모습을 체험하도록 하셨으며 우리 인간들도 그렇게 현양될 수 있음을 알려주신 것이다. 이 축일을 지내며 우리도 하느님이 계시하신 그 빛나는 모습을 닮고자 다짐해보자. 

 

 

믿음과 확신의 은총을 기억하는 축일 

 

예수님은 공생활 동안 함께했던 제자들에게 자신이 메시아지만, 사람의 아들로서 수난하시고 죽어야 하며, 다시 부활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주님으로 우뚝 서게 될 것임을 줄곧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어느 날 제자들 중에서 베드로와 야고보, 그리고 요한을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신다. 그곳에서 이 세상 모습이 아닌 천상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세 명의 제자들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거룩하게 변한 예수님의 얼굴과 옷), 자신의 귀로 들으면서(“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그동안 감춰져 있던 예수님의 신적 품위를 얼마간 향유한다. 더구나 거룩한 산에서 하느님을 체험했던 구약의 대 예언자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예수님과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있기까지 하다. 

 

제자들의 놀라움은 어떠했을까? 평소 모습을 감추시던 주님께서 이렇게 극적인 모습을 드러내신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하늘나라의 의미와 영광 중에 재림할 것을 말했지만 제자들은 스승이 말씀하신 그 하늘나라에 대해 확신하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믿음을 견고히 하고, 앞으로 닥쳐올 십자가 죽음에 대해 제자들의 마음을 준비시키려 했다고 할 수 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은 이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거룩한 변모를 교회의 전승은 십자가에 못 박히기 40일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본다. 그래서 교회는 먼저 제정하고 기념하던 ‘성 십자가 현양축일’(9월 14일)보다 40일 앞선 8월 6일에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지낸다. 처음에는 타볼산에 세워진 기념성당의 봉헌을 기념하는 축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5세기에 중동의 여러 동방교회가 이 축일을 전례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했고, 9세기에 서방교회에도 전파되어 1457년 교황 갈리스토 3세가 로마전례력에 도입함에 따라 보편교회가 이 축일을 지내기 시작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축일전례가 시작된다.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고 저희와 똑같은 당신의 인성이 찬란한 빛으로 가득 차게 하시어 제자들 마음속에 십자가의 걸림돌을 없애주셨으며, 그 영광이 교회 안에도 나타날 것임을 확실히 보여주셨다”(감사송). 즉 주님의 거룩한 변모사건은 십자가 죽음의 걸림돌을 극복하도록 제자들의 마음을 준비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로써 “우리를 거룩하게 만드시고, 찬란한 그 빛으로 죄를 씻어주시며”(예물기도), 더 나아가 “모든 믿는 이를 하느님의 자녀로 삼으시고 그리스도와 함께 공동 상속자가 되게”(본기도) 하심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도 성자의 빛나는 그 모습을 닮아”(영성체 후 기도), “그분과 ‘같은 사람’이 될 것이며, 그때에는 그분의 참모습을 뵙게 될 것이다”(영성체송).

 

 

<제1독서>는 다니엘의 꿈을 통해 세상을 심판하실 주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에게 주권과 영화와 나라를 맡기시는 환시를 본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하느님 나라를 영원히 지속시키실 것이며, 믿음 때문에 고통을 겪는 모든 사람을 받아들여 천상영광을 누리게 하실 것이다(다니 7,9-10.13-14). 공관복음 모두 주님의 변모사건을 기록하고 있는데 ‘가해’인 올해는 <마태오 복음>이 봉독된다. 복음이 전하는 사건의 본질은 같지만 각 복음마다 편집된 내용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에 ‘가해’에는 마태오 복음(17,1-9)을, ‘나해’에는 마르코 복음(9,2-10)을, ‘다해’에는 루카 복음(9,28-36)을 봉독한다. 예수님은 세 제자들 앞에서 모습이 변화되시며 당신의 신비를 드러내셨다. 하느님 나라와 마지막 날에 영광 속에 다시 오실 것을 알려주셨지만 제자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자, 당신의 거룩한 모습을 보여주시어 하느님 나라에 대한 믿음에 확신을 갖게 해주신다. 복음이 공통적으로 전하고 있는 핵심 사상은 ‘부활하신 예수와 지상 삶의 예수가 동일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가지신 메시아적 권능은 이미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고 보여주신 것으로 증명 되었지만 메시아이신 예수님이 하느님이라는 사실이 이 사건을 통해서 제자들에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변화를 다짐하며 

 

주님의 거룩한 변모는 십자가 수난과 죽음의 결과인 영광스러운 부활을 미리 예견하는 표징이다. 그러하기에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의 길은 단순히 고통과 죽음만을 향해가는 여정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얻게 될 부활의 기쁨과 영광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인 것이다. 하지만 제자들은 주님께서 수행하고 계시는 사명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 그들은 주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기 전에 십자가의 고통을 짊어지셔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분을 따르겠다고 결심한 우리는 영광과 평안을 찾기 전에 십자가를 기꺼이 질 준비가 되어있는지 자문해 본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천상의 모습은 우리가 지향하는 하늘나라의 모습이기도하다. 언젠가 우리도 그런 모습으로 변화되기를 희망한다. 제자들은 한 순간이지만 영원을 목격하고 체험했고 그 체험을 예수님에 대한 확실한 믿음으로 연결했다. 우리의 삶 속에서 받았던 수많은 은총의 시간들과 체험들을 떠올려본다. 이는 주님을 이해하고 믿는 데 소중한 추억이며 신앙의 힘이다. 제자들이 변화된 모습으로 산에서 내려왔듯이 축일을 지내는 우리도 변화된 모습으로 삶을 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자료] 

☞ 한국교회사연구소 편, 『한국가톨릭대사전』 권10, 한국교회사연구소, 2004, 7820-7821.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매일미사』 2010년 8월. 

 

[복음화를 위한 작은 외침, 2011년 8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정리 호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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