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전례ㅣ미사

[축일] 설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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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25 ㅣ No.1396

[전례돋보기] 설 미사

 

 

한국교회에서는 자유기념일인 설 미사를 거의 대축일 형태로 거행한다. 새해 첫날 하느님 안에서 종말론적인 삶을 되새기면서 늘 깨어 준비하라고 이르는 설 미사는 아울러 조상들의 연령을 위해 기도하고, 서로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설 미사 안에는 조상을 기억하는 현대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점점 복잡하고 다원화 되어가는 사회 분위기에 발맞추어 차례상 없이 간단하게 연도로 내적 의미를 되새기는 가정이 점차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미사 전 간단한 분향과 함께 제대 앞에 공동 ‘차례상’을 차려 놓기도 한다. 이렇게 가족단위로 한자리에 모인 신자들은 하느님 앞에서 공동으로 차례와 미사를 드린다. 이로써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 사람들은 ‘덕담’을 나누며 새해에 전개될 새로운 시간의 건강과 복을 하느님 앞에서 빌어준다. 새롭게 마련해 주신 한해의 첫 날을 하느님 앞에서 깨어 보내며 덤으로 축복도 받자는 게 요지다. 

 

간혹 미사를 봉헌하는 이의 오해로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다. 설 미사를 통해 거행되는 연미사가 하나의 기복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연미사를 통해 자신들의 한해를 조상들이 지켜준다거나, 봉헌금이 많을수록 복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설 미사의 본질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보통 전례적으로 성탄시기나 연중시기 초에 해당하지만 전례주년의 의미와는 분리된 고유한 특성을 지닌 설 미사에 대해 올바른 그리스도교적 의미를 세 가지로 집약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주제1 종말론적인 삶 

 

종말론적인 삶을 강조하는 부분은 설 미사의 가장 중심적인 주제다. 세상은 잠시 지나가는 것일 뿐이기에 영원히 변치 않으시는 그리스도께 의탁하며 순례해야 한다고 이른다. 지상 나그네로서의 삶을 각성시키는 이 주제는 전례주년 중 대림절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전례주년으로 새해에 해당하는 대림절은 인간으로 세상에 강생하시는 그리스도를 기다림과 동시에 이 세상의 마지막 날에 재림하실 그리스도를 기다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해가 시작하는 날인 설에 지난해의 마지막을 기억하도록 이끌어 준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마지막 날에 우리는 비로소 그분과 맞대면 할 수 있기에, 그날을 기다리며 깨어 있도록 지상의 삶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종말론적인 삶은 현재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영원한 삶을 살아갈 우리에게 현실의 삶을 통해 더욱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복음은 밤중에 오는 주인을 깨어 기다리다가 맞이하는 종의 기쁨으로 표현한다. 종말론적인 기쁨은 현실의 삶 안에서 주인을 깨어 기다리는 종처럼 성실한 자세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기쁨이요, 행복이다. 깨어 기다리는 삶은 서로에게 복을 빌어 주며 주님의 뜻, 곧 사랑의 계명을 따라 사는 삶이다. 

 

 

주제2 죽은 조상들이 평안한 안식을 얻도록 기도 

 

죽은 조상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도함과 동시에 그들 역시 우리를 위해서 전구하도록 기도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고유한 미풍양속을 유지?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묘를 드리는 것은 죽은 조상들을 잊지 않고 그분들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평안한 안식을 얻도록 기도하는 것이지, 결코 조상들로 하여금 우리를 돌봐 주고 한 해 동안 액운을 막아달라고 비는 기복적이고 주술적인 행위가 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망각할 때 설미사의 고유한 은총은 빛이 바라고 만다. 

 

 

주제3 서로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 줌 

 

복에 대한 개념 또한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의 민속 행위들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교적인 축복의 근원은 하느님이시다. 현세적인 땅이나 자손 등도 그 개념에 포함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하느님 안에서의 평화(제1독서 참조)와 구원인 것이다. 또한 하느님의 복을 받은 이는 곧바로 파견으로 연결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축복하신 후에 세상으로 파견하신다. 그리스도교적 축복은 이러한 파견과 연관 지어서 생각해 볼 때 근본적으로 이타적이며, 공동체적이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이는 진정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이(복음 환호송 참조)이며, 이러한 그들의 삶은 다른 이에게는 하나의 복음 선포가 된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은 결코 주술적인 행위나 마술적인 효력을 가지는 것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느님의 축복은 그 축복을 받는 이에게 더욱 성실하고 깨어있는 삶의 자세를 촉구한다.

 

시작이요 마침이신 하느님, 오늘 설날을 맞이하여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저희 조상을 생각하며 이 날을 주님께 봉헌하오니, 주님께서 손수 저희의 삶을 이끌 어 주시고, 저희가 그릇된 생각과 말을 삼가고, 거룩하고 열심히 살아 가정과 사회 발전의 밑거름과 기둥이 되게 하소서. 또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성인들과 함께 영복을 누리게 하소서. 또한 …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며, 보잘것없고 버림받은 이들을 더욱 사랑하게 해 주소서(설 미사 본기도 중). 

 

 

설 미사, 그리스도교적 가치 안에서 

 

설날, 고향에 모인 가족들은 웃음꽃이 피어난다. 웃음으로 피어나는 향기는 만리를 달린다 해도 지치지 않을 것이다. 본향을 향해 나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설 미사를 통해 영원을 향한 향기를 주님 대전에 피워 올려야 할 것이다. 그 향기는 언제 어디서나 첫 번째 자리에 주님을 모시는 오롯한 마음에서 출발한다. 새해 첫날, 새 출발선상에 서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은 무한한 축복을 빌어주신다. 설 미사의 본질적인 은총을 다시금 되새기며 우리의 삶을 깨우자. 

 

[복음화를 위한 작은 외침, 2012년 1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정리 최아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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