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전례ㅣ미사

[미사] 참회로 시작하는 미사, 시작 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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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17 ㅣ No.1461

[전례의 중심, 미사] 참회로 시작하는 미사

 

 

미사는 크게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둘은 서로 밀접히 결합하여 단 하나의 예배를 이루고 있습니다. 서로 별개의 것으로 분리시키거나 어느 한 부분을 종속적인 것으로 여길 수 없습니다. 이 두 부분을 시작하고 마치는 ‘시작 예식’과 ‘마침 예식’이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시작 예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작과 인도, 준비

 

“우리 본당 신부님은 늦어도 미사 시작 5분 전까지는 성당에 와 앉아있기를 무척 강조하셔요.”

 

이 얘기는 허겁지겁 달려와 미사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 차분한 상태로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에 성당에서 기도하는 신자들의 모습은 뒤에 들어오는 교우들에게 매우 경건하고 거룩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줍니다.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를 제대로 준비하고자 하는 것이 ‘시작 예식’입니다. 이 예식은 입당, 인사, 참회, 자비송, 대영광송, 본기도로 이루어지며, 미사를 시작하고 이끌며 준비하는 성격을 지닙니다. 곧, “한데 모인 신자들이 일치를 이루고, 하느님 말씀을 올바로 듣고, 합당하게 성찬례를 거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에” 시작 예식의 목적이 있습니다(「미사 경본 총지침」, 46항 참조).

 

 

입당과 인사, 참회

 

사제는 제단에 이르러 공경의 표시로 제대에 입을 맞추거나 깊은 절을 하고, 입당 노래가 끝나면 신자들과 함께 십자성호를 긋습니다. 이어서 사제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인사하며 공동체에 주님의 현존을 알립니다. 이에 대한 교우들의 응답“(또한 사제와 함께.”)으로 함께 모인 교회의 신비가 드러납니다.

 

그다음에 사제는 신자들에게 참회하도록 권고합니다. 이 참회 예식은 짧은 침묵 시간을 가지고 ‘고백기도’를 바친 다음, 사제가 외우는 사죄경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이 사죄경이 고해성사의 효과를 내지는 않습니다. 중죄를 지은 사람의 죄를 용서하는 성사적 가치는 지니지 못할지라도 이 참회의 시간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구원의 신비를 합당하게 거행하는데 필요한 준비를 해주기 때문입니다.

 

 

자비송과 대영광송, 본기도

 

고백기도에 이어지는 ‘자비송’은 주님을 환호하며 그분의 자비를 간청하는 기도입니다. 그리스도교 역사상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는 자비송보다 많이 바쳐진 기도도 드물 것입니다. 바흐나 베토벤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도 ‘키리에, 엘레이손’이라고 하는 자비송으로 수많은 합창곡을 만들었습니다.

 

이 짧은 기도문은 하느님과 인간의 근본적 관계를 잘 드러냅니다. ‘하느님 앞에 선 나는 누구인가? 내가 하느님께 무엇을 청할 수 있는가?’ 이러한 상념에 대한 답으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기도보다 더 맞갖은 기도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자비송은 참회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합니다. 참회하는 마음은 남을 탓하지 않고 세상의 죄악에 대한 자신의 몫도 인정하는 마음가짐입니다.

 

‘대영광송’은 대림시기와 사순시기가 아닌 모든 주일 · 대축일 · 축일, 그리고 성대하게 지내는 전례 때에 노래하거나 낭송합니다. 이는 “성령 안에 모인 교회가 하느님 아버지와 어린양께 찬양과 간청을 드리는 매우 오래된 고귀한 찬미가”입니다(「미사 경본 총지침」, 53항 참조).

 

시작 예식의 마지막은 그 미사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본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사제가 바치지만 모든 이의 기도입니다. 사제는 개인적인 지향이 아니라 공동체의 지향을 말씀드립니다. 신자들은 사제의 청원에 대한 동의의 표시인 “아멘.”으로 응답하며 자신의 기도로 삼습니다. ‘네, 그렇습니다(그렇게 되소서).’라는 뜻의 ‘아멘’의 소리가 분명하고 우렁차게 울리는 공동체야말로 더욱 살아 움직이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일 것입니다.

 

* 김진복 필립보 - 「경향잡지」 편집장.

 

[경향잡지, 2016년 3월호, 김진복 필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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