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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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ME의 회상: 임피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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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sharing99] 쪽지 캡슐

2000-02-12 ㅣ No.11

"제주교구 금악본당의 주임신부로 계시고 제주ME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신 임피제(맥그리치)신부님[mbc 시대와 인물 4월 3일 방영되신 분입니다]이 제주ME의 어제를 회상하시면서 쓴 글을 1999년 제주ME회보 두가시(8호)에서 올립니다."           서귀포본당 매리지엔카운터 홈페이지 운영자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

임피제(맥그리치) 신부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잘 생각이 안 나지만 제주 ME에 대해서는 가슴에 담겨 있는 잊지 못할 일들이 많이 있죠.

 

  저는 1984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ME 주말 봉사를 했는데, 1987년 제주에서 처음으로 ME 주말이 시작될 때 제주인의 생활 수준은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ME에서 말하는 부부간의 대화는 오히려 사치스러운 것으로 여겨질 때라 기억됩니다.

 

  지금도 주말을 간다고 하면 종종 남편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당시에는 부부가 집을 떠나서 이틀 반 동안 교육을 받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간 힘들었던 것이 아니죠. 남편들이 그럴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수강해보자 하는 주변의 몇몇 부부들이 있어서 용기를 내어 일하게 되었지요.

 

  그 당시 이시돌 회관은 1979년부터 시작했던 농민교육장소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근대처럼 딱딱하고 세면장 시설조차도 미비해 주말의 분위기를 살리기가 무척 힘이 들었어요. 그래도 ME가 제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고,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사회적 행사였으며 인간 중심의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에 너무 반가웠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당시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던 시절이어서 주말경비는 무료로 하였고 서울에서 오는 봉사부부들은 자비로 교통비를 충당하였습니다. 그러나 수강 부부들이 결혼한 지 25년만에 처음으로 ME주말을 통해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거나, 이혼에 대한 갈등을 해소하고 가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게 될 때, 또는 비신자가 주말 체험 후에 영세를 받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는 봉사부부나 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에서 내려오는 봉사 부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한림수직 스웨터를 선물하였고, ME주말이 끝나는 날은 사제관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어주었는데, 그럴 때면 즉석 나이트크럽(?)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후 제주 ME는 많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ME는 미국에서 처음 만든 프로그램이어서 미국식 생활습관이 많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아직은 다소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 사람들에게는 여러 모로 낯선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우선, 매일 대화를 하라고 하는데, 사실 현실적으로는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지나치게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ME는 부부 사랑을 밖으로 표현하라고 하는데 이를테면 손을 잡고 두 눈을 바라보라고 한다든지, 남이 보는데서 포옹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ME를 모르거나 보수적인 사람의 입장에서는 많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꼭 밖으로 표현을 하지 않아도 부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한국식 정서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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