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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42: 기후변화와 창조질서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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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0-20 ㅣ No.615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42) 기후변화와 창조질서 파괴


“회개하여라. 대재앙이 가까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을 기념해 아시시에서 가져온 참나무를 바티칸 정원에 이식하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CNS 자료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자주 인용하는 스페인 격언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항상 용서하신다. 사람들은 때때로 용서한다.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응답

 

코로나19 사태로 세상이 뒤집혔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전례 없는 대재앙이 지구를 덮친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 4월, 교황님은 영국 매체 「더 태블릿」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도 스페인의 이 격언을 다시 인용하셨습니다. 그리고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 해빙과 호주 산불 등을 언급하며 “이런 현상들이 자연의 복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의 응답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연의 응답! 이 정도면 무시무시한 응답입니다.

 

기후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온다는 이야기는 재미로 듣고 흘려버릴 해외 토픽이 아닙니다. 한국에도 이미 아열대기후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얼음과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 흐르면 지구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 등 국제기구에서 내놓는 연구 결과는 끔찍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수준으로 계속될 경우 세기말이면 기온이 5℃ 이상 상승할 것이 확실합니다. 이 경우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모두 녹아버리고, 내륙 기온은 10℃ 이상 올라 내륙의 사막화와 함께 저지대 침수가 불가피합니다.

 

과학자들의 경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계 153개국 과학자 1만 1258명은 2019년 11월 영국 옥스퍼드대 바이오사이언스에 “지구가 기후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재앙이 더 가까이 왔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의 선동이 아닙니다.

 

복음 말씀 가운데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를 패러디한 말입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재앙, 지구촌의 주요 생물들이 전멸할지도 모를 대재앙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아의 홍수(창세기 6ㅡ8장)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진노하셨습니다. 타락할 대로 타락한 인간 피조물을 차마 그대로 둘 수 없었습니다. 주님의 뜻을 헌신짝 취급하며 악행만 일삼는 피조물에 대해 가혹한 심판을 내렸습니다. 대재앙(대홍수)을 일으켜 세상을 싹 정리해 버린 것입니다. 흠 없는 노아 가족만 살려주고 말입니다.

 

기후변화가 논란이 될 때마다 노아의 홍수가 떠오릅니다.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지구 온난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뉴스, 앞장서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할 강대국들이 나 몰라라 한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아, 저 끝은 노아의 홍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그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교황님은 기후변화를 창조질서의 파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반포하여 통합생태론을 제시했습니다. “지구는 공동의 집이다. 공동의 집에 사는 인간과 자연은 모두 연결된 존재다.” 선진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강대국들이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지요. 소귀에 경 읽기입니다.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지 마라. 창조질서를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자연을 활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대재앙이 닥칠 수 있다.” 노아의 홍수 같은 대재앙이 현실화하여 눈앞에 닥치면 인간은 이미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창조질서의 복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프란치스코 참나무

 

교황님은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마다 ‘생태계의 수호성인’ 프란치스코 성인을 찾습니다. 2019년 10월 4일 성인의 축일을 맞아 바티칸 정원에 참나무 한 그루를 심었습니다. 성인의 고향 아시시에서 가져온, 성인의 혼이 깃들여있는 참나무입니다. 교황님은 얼마 전 10월 3일에도 아시시를 찾아 성인의 무덤 앞에서 세 번째 회칙인 「모든 형제들」에 서명했습니다.

 

교황님은 회칙에서 “인간 형제애와 창조물에 대한 보살핌이 완전한 발전과 평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바티칸 정원의 ‘프란치스코 참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창조질서의 지킴이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0월 18일,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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