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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기후위기 막을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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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2-03 ㅣ No.1704

[알아볼까요] 기후위기 막을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지난 해 12월2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5차 UN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5)에 다녀왔다.

 

스페인은 지난 수 년 동안 기온상승과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고 가뭄이 지속되면서 국토의 70% 이상이 2050년 내 사막화될 위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기후변화로 스페인 GDP의 45%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고 14%나 되는 실업률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인지 스페인의 전력 가운데 42.8%가 풍력과 수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에 의해 생산될 정도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다.

 

이번 기후총회는 폐회 예정일보다 이틀이나 지나서 끝난, 역사상 가장 길었던 기후총회였다. 전 세계 각국의 정부 대표단을 비롯하여, 시민사회, 기업에서 2만7000여 명이 참가하였다. 그러나 “이제 행동해야 할 때(Time for Action)”라는 이번 총회의 슬로건이 무색하게도 큰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약간의 성과는 있었지만 사실상 실패한 기후총회였다.

 

이번 기후총회에서는 2015년 파리기후총회 이후 각국 정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보다 상향된 목표를 이끌어내도록 협상하고, 2020년 파리협약의 이행에 앞서 파리협약의 세부 이행규칙(Rule Book)을 마무리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밖에도 작은 섬나라를 비롯해서 기후변화의 위험을 실제 겪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보상, 기후변화에 취약한 나라와 개도국의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금 조성 문제, 온실가스 감축의 이해와 점검 주기를 5년 단위 또는 10년 단위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 또한 주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약간의 성과 있었지만 사실상 실패한 기후총회

 

파리협약 6조에 대한 회의는 아주 느린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1주차가 넘어설 즈음 초안 문서의 “인권에 대한 당사국의 의무를 존중, 증진,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는 인권에 대한 문구가 사라지고 “부정적인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다루어야 한다”는 필요성만을 언급한 문구가 남았다. 문구의 수정은 선주민 그룹과 인권단체, 많은 회담 당사국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기후변화의 피해와 더불어 위기 대응, 온실가스 감축 행위에서도 선주민을 비롯한 취약계층들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증진해야 한다는 원칙이 간과된 것이다. 게다가 브라질과 호주의 이중 계상(double counting, 온실가스 감축분의 판매국가와 구입국가 모두에 감축분을 인정하는 시스템)에 대한 고집 때문에 회의는 난항을 거듭했고 중요한 사안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았다.

 

한편, 총회 기간 중 80개 국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배출량은 세계 배출량의 10.5%에 불과하다. 미국을 비롯한 가장 큰 배출국들 모두 이 리스트에서 빠져 있다. 결국 의장국 칠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강화 계획을 연기했다.

 

2013년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기후총회 이후, 기후변화의 위험에 처한 나라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바르샤바 국제 메커니즘(WIM)’을 통해서 논의되어왔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나라들의 대표단은 기후 비상사태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 WIM 아래에 새로운 재정기구를 마련하자고 제안하였다. 또한 WIM으로 하여금 당사국총회의와 파리협약에 보고하게 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들은 이러한 제안들이 수용되지 못하게 방해하였다. 이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미국이 탈퇴한 이후에도 계속 당사국총회에 남아 있으면서 기후변화의 피해 당사국에 대한 보상 문제의 거론을 허용치 않겠다는 의도이다. 한마디로,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후위기의 주요원인을 제공해온 부유한 나라가 그 책임을 지지 않겠다니 이 얼마나 뻔뻔하고 비윤리적인 태도인가.

 

결국, 결정해야 할 모든 중요한 사안들은 올해 11월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개최될 26차 기후총회로 넘어갔다. 기후총회에 엄청난 기대를 걸지는 않았으나 진행 속도도 더뎠고 국제탄소시장에 관한 논의의 경우,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자 12월6일 마드리드 시내 아토차(Atocha)역에서 시작된 기후행진에 5만여 명이 넘는 스페인 시민들과 기후총회에 참가한 아마존과 칠레의 선주민, 종교, 인권단체 등 전 세계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였다. 유치원생부터 80, 90대 노인들까지 가족, 친지들과 함께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많았다. 스페인 시민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높은 인식을 목도한 순간이었다. 우리 네트워크도 작년 7월에 결성된 한국의 기후위기 비상행동 소속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행진에 참여하였다.

 

 

기후위기 문제에 종교인들의 역할 중요해

 

4km 구간의 행진이 끝난 후 마무리 집회가 진행되었다. 이동수단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고 스웨덴에서부터 배를 타고 도착한 청소년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연단에 섰다. 툰베리는 약 5분간에 걸쳐 짧게 연설했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메시지에 울림이 있었고 뜻이 분명하게 전해졌다. 툰베리의 연설 내용 가운데 “희망이 기후총회의장에 있지 않다”며 “회의장 밖, 여기에 있는 우리들이 희망이다”, “기후와 환경위기로부터 가장 고통 받고 있는 남반구와 많은 곳의 선주민들을 위해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는 말이 맘에 와 닿았다.

 

그런데 이번 기후총회를 참관하면서, 세대의 측면에서는 우리 기성세대들이 기후위기 해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신들이 행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청소년 기후행동이 있었다. 기후변화 발생에 기여한 기성세대가 기후위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청소년들이 교실을 박차고 거리로 나온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여기서 특히 종교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종교시설이 있기에, 종교는 신자들을 비롯한 대중들에게 기후위기의 현실을 알리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종교지도자들은 정부의 정책결정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거나 시민사회의 제안내용을 전할 수 있으며 정의롭고 윤리적인 전환과 해결책 마련을 위한 여론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더불어 종교인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취약한 이들을 물적·심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종교가운데 가톨릭의 기후위기 대응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지구평균기온의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하 상승으로 제한하기 위해 남은 시간이 10년도 채 되지 않은 반면 국제사회의 행동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가톨릭의 교구와 수도회, 평신도 단체들로 구성된 가톨릭기후행동이 1월 중순에 출범한다는 소식이 고무적이다. 가톨릭기후행동에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여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2월호, 민정희(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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