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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미사

[위령] 한국의 위령기도4: 위령기도 연도의 전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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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27 ㅣ No.1868

[한국의 위령기도] (4) 위령기도 연도(煉禱)의 전통문화


효와 환난상휼… 한국 고유의 ‘禮’ 존중하며 반영

 

 

- 오늘날「상장예식」에서 사용되는 장례용어와 장례예식의 절차가 유교 전통 장례와 많은 부분들이 비슷하며 한국 고유의 예를 존중하여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은 2013년 11월 열린 수원교구 권선동본당 지역대항 연도대회.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연도, 입으로 전해진 전통선율에 성경의 시편가사를 붙여 토착화된 노래

 

천주교회는 최초의 장례예식서 「천주성교예규」(1864)를 바탕으로 유교 전통장례와 현재 한국의 장례문화를 고려하여 「상장예식」(2003)을 출간했다. 장례예식서를 표준화하고 장례노래 연도의 전통선율을 악보화 하여 신자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오늘날 장례의 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장례예식서에는 사용된 장례용어와 장례예식의 절차가 유교 전통장례와 많은 부분들이 비슷하며 한국 고유의 예를 존중하여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도는 구비전승 된 우리의 전통선율에 성경의 시편가사를 붙여 토착화된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실제로 장례예식을 치를 때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이 조문(弔問)하러 왔을 때에도 어색해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므로 천주교 장례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어떤 부분들이 유래되었으며 연도는 전통음악과 공통적 음악어법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천주성교예규」(1864)와 교회문헌들의 기록을 통해 장례풍속과 효, 환난상구(患難相救)와 상여계(喪輿契) 그리고 연도와 전통음악으로 나누어 이해를 돕고자 한다.

 

 

장례에 관한 기도와 예식 : 효를 중시하던 정서 반영

 

장례에 관한 기도와 예식을 묻고 답하는 ‘상례문답’에서 “어진 마음으로 죽은 이를 귀중히 여기는 정을 표현함이며 친한 벗이 먼 길을 떠날 때 사랑하는 벗들이 모여 장례를 치르며 전송함은 사람들이 다 아름답게 여기는 풍속이며 이것이 우리의 예의 본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신앙선조들은 초상이 났을 때 마지막 통과의례로 장례풍속인 어진마음과 정 그리고 예의 바탕 안에서 연도를 바쳤다. 상사(喪事)를 성교회의 규범대로 할 것을 규정한 ‘상장규구’ 13항에서 “장사를 다 지낸 후에라도 자식이 효도를 다한 줄로 생각지 말고, 마땅히 평생에 죽은 부모를 생각하며 정성으로 기도하여 항상 그 영혼 돕기를 힘쓸지니, 기도하는 공부는 날마다 행할 것이나, 특별히 성교회에서 정하신 날에 행하면 더욱 죽은 이의 영혼에 유익하리라”고 기록하고 있다. 장례를 치르고 난 후 평생을 두고 기도로 효도를 하며 그 당시의 유교의 효를 중시하던 정서가 반영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아름다운 전통

 

1893년 뮈텔 주교는 파리외방전교회 본부에 보낸 연말보고서에서 “… 과연 전염병이 돌 때에 ‘마마’가 집에 들어 올까봐 무서워서 모든 사람이 집에 돌아와 문을 꼭꼭 잠그고 있는데, 우리 착한 교우들은 병자들을 찾아다니고 죽은 이들을 할 수 있는 대로 성대한 예식을 갖추어 장사를 지냅니다. 그들은 여러 날 밤을 죽은 이들 곁에서 밤샘을 하면서 번갈아 가며 예식서와 회칙의 규정에 따라 관례의 기도문을 외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고 서술하고 있다. 초상이 나고 당시 전염병인 ‘마마’까지 덮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도와주는 공동체 문화의 환난상구 정신을 읽을 수 있다. 환난상구는 조선시대 향촌사회의 자치규약인 향약의 4대 덕목 중 하나인 어려운 일은 서로 돕는다는 환난상휼(患難相恤)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천주교회는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와 전구 및 장례를 이끌고 주도하는 장례봉사 단체 연령회가 있다. 1910년대에는 보험회(保險會)와 비슷한 성격의 계(契) 형식으로 변화된다. 그 예로 1891년경 전라북도 전동본당의 연령회, 전라도 되제본당의 상여계(喪輿契), 1912년 천주교중보험회(天主敎中保險會)의 조직, 1917년 평안남도 진남포본당의 상장계(喪葬契), 1933년 용인군 남곡리본당 연령회이다. 1912년 천주교중보험회는 오늘날의 보험처럼 회원을 모집하여 회비를 거둔 뒤 회원 가운데 상(喪)을 당한 사람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단체로 역할을 했다. 1933년 용인군 남곡리본당 연령회는 “매년 1원 20전을 12개월에 10전씩 내든지, 혹 일시에 내든지 회원의 임의로 하고, 기부와 여재를 적립하여 회원 사망시에 미사 1대씩을 봉헌함”을 기술하고 있다. 천주교 장례의 계 형식은 조선 시대에 상사를 공동부조하기 위해 만든 협동 조직인 상여계에서 그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중요민속자료 제 266호)로 지정된 「경산의 상엿집 및 관련문서」에서 상여계 경비를 거둔 내역과 상여 제작비용의 지출 내역, 제를 지내는데 물자 지원한 기록, 계금을 분배하여 이자를 받은 문서가 있다. 연령회 상여계는 경산 상엿집의 상여계문서에서 볼 수 있듯이 전통사회에서 인적 상호부조로 운영되는 계의 기능을 접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통음악과 연도의 가창형태

 

연도는 초기 천주교 전래 당시 전통음악 속에서 생성 발전되었다. 현재 장례의 장에서 불러지고 있는 「상장예식」(2003) 연도의 형식은 계·응의 대응창법으로 노동을 하면서 불렀던 민요와 상여를 매고 나갈 때 주고받았던 상호 교환창의 형태를 그대로 찾아볼 수 있다. 음악적 구조는 메나리토리로 전통 상여소리 그리고 판소리 ‘심청가’의 곽씨 부인 상여를 운상하는 소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리듬은 가사에 리듬을 붙인 앞이 짧은 단, 뒤가 긴 장을 바탕으로 분류되는데 기층음악인 자장가에서도 같은 형태로 반복되어 구성된다. 연도의 동일한 음의 반복은 한문책을 읽을 때 소리 내어 읽는 독서성(讀書聲)에서도 볼 수 있는 형태이다. 이상 연도와 전통음악(민요·전통 상여소리·판소리·자장가·독서성)의 공통된 음악적 어법을 살펴보았다. 오늘날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와 개인적인 이기주의 그리고 부모 공경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 전통문화가 지키고자 했던 효와 예를 천주교 장례와 연도에서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가톨릭신문, 2018년 11월 25일, 주은경(레지나 · 동아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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