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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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이스라엘 성지: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 갈릴래아 카나의 혼인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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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07 ㅣ No.1769

[예수님 생애를 따라가는 이스라엘 성지]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 갈릴래아 카나의 혼인 잔치

 

 

- 나 혼인잔치 기념 성당 전경.

 

 

묵주기도 빛의 신비 2단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심을” 묵상합니다. 그 기적은 바로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신 기적입니다. 네 복음서 가운데 유일하게 요한복음만이 이 기적을 ‘첫 번째 표징’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지요.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라면 모르는 분이 없겠지만 그래도 요한복음의 관련되는 부분을 조금 소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첫 제자들과 함께 그 잔치에 초대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잔치에 있어야 할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라고 말하자 예수님께서는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씀하시지요. 그렇지만 어머니 마리아는 일꾼들에게 아들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당부합니다. 거기에는 유다인들이 정결례 때에 쓰는 커다란 물독 여섯 개가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일꾼들에게 그 물독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하셨고, 일꾼들이 그렇게 하자 그 다음에는 그 물을 퍼서 잔치 책임자에게 갖다 주라고 분부하십니다. 잔치 책임자가 그 물맛을 보았을 때 물은 이미 포도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는 신랑을 불러서는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곳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하고 감탄합니다(요한 2,1-11).

 

 

순례하며 부부가 혼인 갱신

 

오늘날 이스라엘을 찾는 순례객들이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혼인 잔치의 기적이 일어난 곳으로 여기고 순례하는 곳은 나자렛에서 갈릴래아 호수가 있는 북동쪽으로 5km 남짓 떨어져 있는 큰길가 동네입니다.

 

- 카나 혼인잔치 기념 성당 내부.

 

 

큰길에서 바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조금 들어가면 프란치스코회(작은형제회)가 관리하는 성당이 있습니다. 바로 카나의 혼인 잔치를 기념하는 성당이지요. 성당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만, 수많은 순례자가 이 성당을 찾아서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심으로써 혼인 잔치를 축복하신 일화를 되새깁니다. 부부가 함께 올 경우에는 대부분 혼인 갱신을 합니다. 원한다면 혼인 갱신 예식을 집전한 사제의 서명을 담은 혼인 갱신 증명서도 발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1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기는 하지요.

 

19세기 말에 건립된 이 성당 지하에는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발굴 작업을 통해 유다교 혹은 유다-그리스도교의 회당 자리로 추정되는 터를 볼 수 있습니다. 기원 후 1세기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주거 터와 오래된 교회 터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도록 사방이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돌로 된 큰 물독도 있습니다. 우리 말 성경에는 두세 동이들이 물독이라고 하는데, 이런 물독 여섯 개를 가득 채운 물이 포도주로 변했다면 550ℓ가 넘는다고 합니다. 750㎖ 포도주병으로 치면 730개가 넘는다고 하지요.

 

기념성당 지하의 대형 물독.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물이 포도주로 변했느냐 또 그 맛이 얼마나 좋으냐가 아니라고 봅니다.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심으로써 하마터면 낭패를 볼 뻔했던 혼인 잔치를 축복하신 것, 또 비록 아직 때가 되지 않았지만 어머니 마리의 청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받아들이신 것, 이런 것들이 바로 카나를 순례하는 순례자들이 깊이 되새기고 묵상해야 할 내용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 카나가 예수님께서 혼인 잔치에서 물을 술로 변화시키신 기적을 행하신 갈릴래아의 카나가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다만 프란치스코회가 17세기 중반부터 이곳을 예수님이 첫 번째 기적을 일으키신 바로 그 갈릴래아의 카나라고 여겨 왔습니다. 일찍이 예루살렘을 순례했던 이들의 증언과 불가타 성경이라고도 하는 대중 라틴말 성경을 번역한 성인으로 유명한 예로니모(342~420) 성인의 증언 등에 의존했다고 하지요. 실제로 정교회에서는 이미 16세기 중반에 이곳에 기념 성당을 세웠고, 지금도 혼인 잔치 기념 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교회의 기념 성당이 있습니다.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를 기념하는 작은 경당도 있어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두 번째 표징’ 곧 왕실 관리의 아들을 살리신 기적을 행하신 곳도 이곳 카나입니다. 카나에는 왕실 관리가 살고 있었는데, 그의 아들이 카파르나움에서 병들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카나에 오셨다는 소식을 들은 왕실 관리는 예수님을 찾아와 카파르나움으로 내려가 아들을 살려달라고 청합니다. 카나에서 카파르나움까지는 30km가 넘는 거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처음엔 거절하셨지만 왕실 관리의 거듭된 간청에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시지요. 그 순간에 카파르나움에 있던 아들은 병이 나았습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이를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두 번째 표징’이라고 표현합니다(요한 4,43-54 참조).

 

바르톨로메오 기념경당.

 

혼인 잔치 기념 성당에서 오른쪽으로 나와 큰 길로 가다가 보면 왼쪽에 작은 경당이 있습니다. 12사도 가운데 하나인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를 기념하는 경당입니다. 바르톨로메오는 카나 출신의 나타나엘과 같은 인물이지요. 나타나엘은 처음에 예수님을 두고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있겠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예수님을 직접 뵙고는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라고 고백하고 제자가 됩니다. 그에 앞서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을 두고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하고 칭찬하시지요(요한 1,43-51 참조).

 

카나를 순례할 때에는 혼인 잔치 기념 성당에서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심으로써 혼인을 축복하신 일을 되새기며 혼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배우자에게 사랑을 새롭게 고백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꼭 가지시기 바랍니다. 또 예수님께 거듭 간청하여 아들을 살린 왕실 관리의 믿음과 예수님께서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고 하신 나타나엘, 곧 바르톨로메오 사도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6월호, 이창훈 알퐁소(가톨릭평화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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