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7성사ㅣ 준성사

[세례성사] 어렵지만 그래도 알아야 할 세례신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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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08 ㅣ No.240

[빛과 소금] 어렵지만 그래도 알아야 할 세례신학은?

 

 

신학이란 우리에게 낯선 말이다. 신학은 말 그대로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세계에 대해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람일도 잘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하느님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과 같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세상일에만 관심 갖고 몰두할 수는 없다. 우리는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세계라는 트라이앵글을 통해 주님과 우리의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신학을 공부하는 이유이다. 세례신학에서 그 토대를 마련한 사람은 아우구스티누스이다. 그는 로마서 6장을 토대로 세례에서 중요한 것이 죄의 사함이라고 보았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세례는 그리스도의 죽음의 모상이며,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의 죽음은 다시금 죄 사함의 모상이다. 그리스도에게 진정으로 죽음이 닥쳤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진정으로 우리의 죄 사함이 따른다. 그리스도에게 실제로 부활이 따른 것처럼 우리에게도 실제로 의화(義化)가 따른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입교자들은 세례성사를 통해 죄의 뿌리인 죽음이라는 원죄의 사함과 지금까지 잘못했던 모든 본죄의 사함을 받는다고 말하며 그의 신학을 전개하였다.

 

중세시대 최고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세례성사를 4원인설(四原因說)에 의해 설명했다. 형상인(形相因)은 형식적 틀인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세례를 줍니다”라는 세례 수여 정식이다. 질료인(質料因)은 세례에 필요한 도구인 물과 기름이다. 작용인(作用因)은 세례의 원집전자인 그리스도이며, 전례의 집전자인 사제이다. 마지막으로 세례의 목적을 의미하는 목적인(目的因)은 모든 죄의 사함, 은총의 수여,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가 되는 것 그리고 인호(印號)의 각인(刻印)이다. 토마스도 아우구스티누스와 마찬가지로 세례를 통해 원죄와 본죄의 사함을 받아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따라서 하느님을 믿고 사랑할 수 없는 아기들도 구원에 이르기 위해선 세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토마스는, 세례를 받지 않았어도 구원에 이르는 예외적 방법인 혈세(血洗)와 화세(火洗)를 인정하였다. 토마스는, 세례를 받지 않고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혈세’와 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도 자기가 범한 죄에 대해서 뉘우치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있다면 죄의 용서를 받고 구원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는 ‘화세’를 통해 구원의 길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성사의 사효성(事效性)이나 인효성(人效性)이라는 용어는 성사 신학에서 조금 어려운 신학 용어이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용어이다. 사효성은 성사 거행 자체로 은총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즉 교회 공동체가 성사를 거행하면 그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활동하시며 인간의 지향에 따르지 않고 자체로 은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만일 죄 많은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고 성체를 나누어 주었어도 미사의 효력이 발휘된다. 그 이유는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작용한다는 성사의 사효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효성은 성사 거행을 통해 발생하는 은총을, 인간의 지향과 자세 등의 노력을 통해 받음으로써 발생한다는 뜻이다. 성사의 사효성을 강조하는 것은 현존하는 하느님께서 먼저 베풀어주심에 주목하는 것이며, 또한 인간의 응답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인효성도 더불어 강조된다.

 

토마스는 성사의 사효성을 중요시하여 성사는 인간의 의로움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능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따라서 세례성사의 주원인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고, 도구적 원인은 성사를 외적으로 수여하는 집전자이다. 성사는 집전자를 통해 실행되는 행동 안에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구원 행위가 실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세례를 긴박하게 행해야 할 경우 사제나 부제만이 아니라 평신도나 믿지 않는 자도 세례를 줄 수 있는데, 이것은 교회의 형식이 준수되고 교회가 행하는 바를 행한다는 지향이 있는 한에서 가능하다. 이것이 대세이다. 세례성사의 은총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선물이다.

 

[2018년 4월 8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인천주보 4면, 김일회 빈첸시오 신부(구월1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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