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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원주교구 대화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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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2-04 ㅣ No.515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23) 원주교구 대화성당


소박한 시골 성당, 세계적인 도자기 모자이크 벽이 백미라는데…

 

 

- 원주교구 대화성당은 영적 기도 공간과 성미술의 예술 공간을 잘 조화시킨 아름다운 하느님의 집이다. 사진은 대화성당 전경.

 

 

성당 공간은 늘 채워져 있다. 신자들의 기도와 그들의 간구를 들어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넘쳐난다. 그리고 아름다운 성음악과 성미술의 풍성한 울림으로 가득하다. 하느님과 인간을 잇는 사랑이 수직을 이루고, 성음악과 성미술을 통한 참회와 회심의 소통이 수평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채우는 하느님의 집을 이룬다.

 

 

기도 공간과 예술 공간을 조화롭게 

 

원주교구 대화성당은 영적인 기도 공간과 성미술의 예술 공간을 잘 조화시킨 아름다운 하느님의 집이다.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중앙로 76에 자리한 대화성당은 고향 집 같은 아늑함을 준다. 단아한 단층의 붉은 벽돌집인 대화성당은 주변 환경과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오히려 성당 뒤편 복층 연립주택과 통신탑이 눈에 거슬린다. 1998년에 봉헌돼 지은 지 만 20년이 된 집이지만 건축양식이나 공간 구성이 전혀 낡아 보이지 않는다. 현대인의 문화와 감성을 자극하고, 누구든지 맞이하는 따뜻한 하느님의 집으로 지어졌기에 낡아 보이지도 낯설지도 않다.

 

- 대화성당 종탑 십자가는 네 복음사가를 상징한 것으로 동서남북 사방에서 똑같은 형태의 십자가를 볼 수 있다.

 

 

미술가 세 명이 대화성당을 꾸몄다. 한진섭(요셉) 조각가는 제대와 감실, 독서대, 십자가, 십자가의 길 14처, 성모상, 성수대, 종탑 십자가를 돌과 청동으로 빚었다. 대리석 채석장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10년간 활동해 누구보다 돌에 관해 잘 알고 있는 그는 붉은색 화강암으로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대와 감실을 만들었다. 또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표현하기 위해 검은색 대리석으로 제대 십자가와 십자가의 길 14처를 조각해 미적 조화를 이루게 했다. 다만, 제대 뒷벽 한가운데에 감실이 자리해 제대에서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가 감실과 등을 질 수밖에 없는 점이 아쉽다. 교회의 전례 정신과 맞지 않는 배치이기 때문이다. 

 

한 작가가 만든 종탑 청동 십자가는 동서남북 어디에서 봐도 온전한 십자가 형태를 띠고 있는 게 이채롭다. 네 면의 십자가는 마르코, 마태오, 루카, 요한 등 네 복음사가를 상징한다. 또 성당 현관에 있는 성수대와 성당 마당의 성모상은 친근감을 준다. 사람의 형상을 단순화시킨 두 작품은 이 집을 찾는 이들은 높음도 낮음도 없이 모두 평등하며, 모든 이가 하나 되게 하는 집임을 알려준다. 

 

김남용(요한 세례자) 화가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했다. 색유리화의 주제는 ‘온 누리에 가득한 성령’이다. 하늘과 땅, 산과 강, 그리고 바다를 단순화한 이미지 속에 붉은색 반원형 아치로 포인트를 주어 현대적 감각을 느끼게 한다. 반원형 아치는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를, 그 속에 가득한 붉은색은 성령을 드러낸다.

 

한진섭 조각가와 김남용 화가의 성미술 작품은 서울대교구 중계양업성당에서 세련미를 한층 더한다. 대화성당과 서울 중계양업성당을 찾아가 두 작가의 제대와 종탑 십자가, 십자가의 길, 제대 십자가, 스테인드글라스를 비교해 감상하면 색다른 예술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골고타 세 십자가를 형상화한 분청사판 작품. 대화성당 분청사판 도벽은 국내 최대 규모로 성당 공간을 은은하면서도 친근하게 한다.

 

 

2200여 장 분청사판 구워 붙여 만든 대작 

 

변승훈(베드로) 도예가의 도자기 모자이크 벽은 대화성당 성미술품의 백미다. 성당 네 면을 모두 도자기 모자이크로 꾸몄다. 도자기 모자이크 벽으로는 국내 최대이며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작품이다. 변 작가는 2200여 장의 분청사판을 구워 그것을 다시 깨서 한 조각씩 벽에 붙여 대작을 만들었다. 성당 뒷면의 ‘골고타 세 십자가’ 작품은 장엄함을 넘어 골고타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대화성당은 100~150여 명이 신앙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소박한 하느님의 집이다. 한적한 시골성당이 아름다운 성미술 작품으로 인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당은 그 자체로 신성하고 거룩한 곳이 아니다. 성당은 거룩함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을 거룩함으로 채우기 위해선 기도와 예술적 표징이 요구된다. 이런 의미에서 대화성당은 기도와 신앙의 표징으로 가득한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하느님의 집이다.

 

 

붉은색 화강암 제대와 감실, 그리고 검은 대리석 십자가가 미적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온 누리에 가득한 성령을 주제로 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현대적 감각을 느끼게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2월 4일, 글 · 사진=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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