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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수도회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신부 (3) 성모 기사회 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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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09 ㅣ No.939

[수도회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신부 (3) 성모 기사회 창설


순종과 겸손을 무기로 악에 맞서다

 

 

군인이 되어 적진을 점령하는 승리를 꿈꾸던 어린 소년은 1907년, 열세 살 나이에 오스트리아 라부프에 있는 프란치스칸 소신학교에 입학한다. 처음에는 군인의 꿈과 수도자의 삶의 불일치 때문에 성소에 혼란을 겪었고 나약하고 소심한 성격 때문에 공동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어린 시절부터 다져온 기도와 지극한 순종의 정신으로 이를 극복해 낸다. 마침내 1911년 유기서원을 하였고 라이문도라는 이름 대신 ‘막시밀리안’이라는 수도명을 받게 되었다. 

 

수도회 장상들은 수도자로서의 깊은 신앙심과 유순함, 순종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특히 지적인 영특함에 주목하여 그의 로마 유학을 결정하게 된다. 이 결정에 따라 콜베 수사는 1912년 10월부터 1919년 7월까지 로마에서 7년간을 머무른다. 이 시기는 가난하고 순박한 시골소년 라이문도가 용맹한 순교자 콜베 신부로 변모하는 데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도 그는 로마에서 뛰어난 영적인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을 만나 그들의 지도를 받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는 7년 동안 수도자 삶의 기초가 되는 청빈, 정결, 순명의 덕행을 갈고 닦으며, 그레고리오대학교와 보나벤투라신학교에서 철학박사와 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그의 마음속에 세 가지 사랑이 불타오르는데, 바로 교황과 성모와 성체에 대한 사랑이었다.

 

 

교회의 위기 목격하다

 

로마 유학 생활이 그에게 미친 또 하나의 영향은, 세계 교회의 중심에서 당시 교회가 겪던 위기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사랑했던 교황과 성모, 성체는 모두 당시 세속 권력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었고, 콜베 신부는 이를 교회에 대한 큰 위협으로 인식하였다. 특히 그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것은 반교회 단체 ‘프리메이슨’의 행렬이었다. 그들은 프리메이슨 창립 200주년을 기념해 1917년 2월 17일 로마에서 대규모 시위와 행렬을 벌이는데, 여기서 그들은 미카엘 천사가 루치퍼(악마)의 발에 깔린 그림이 그려져 있는 깃발을 흔들며 노골적으로 교회와 교황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행렬은 바티칸 광장 앞까지 진출하였고, 그곳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사탄이 바티칸을 지배해야 한다. 교황은 사탄 앞에 무릎을 꿇어라’는 구호가 적힌 걸개를 내걸고 함성을 질렀다. 

 

아직 젊은 수사였던 콜베에게 이 모습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는 왜 이토록 세상이 죄악에 물들게 되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사건들이 모든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 존재하는 ‘죄로 기우는 성향’에 의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원죄를 저지른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 오던 여인의 후손과 뱀의 갈등“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의 한 형태로 보았던 것이다.

 

 

천상의 기수 모습 발견

 

콜베 신부는 이 시대의 도전 앞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끌어줄 천상 기수의 모습을 성모님에게서 발견한다. 게다가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를 열렬히 수호하던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전통과 교육은 그로 하여금 마리아 사도직을 구체화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사도직은 갑자기 나온 어떤 것이 아니라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영성에 정통한 수도자로의 결론일지도 모른다. 그는 바로 이 시대야말로 그때까지 침묵 속에 계시던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서 전면에 나서시어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세상을 성화시켜야 할 때로 보았던 것이다. 

 

“7세기 동안 우리는 원죄 없으신 잉태의 진리를 인정받기 위해 싸웠습니다. 이 투쟁은 마침내 교의의 선포와 성모님의 루르드의 발현으로 결실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역사의 두 번째 분야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즉 이 진리를 영혼들에게 심고 그 성장을 촉진하고 이것이 거룩한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어야 할 시기입니다. 또한 이것을 현재 존재하는 모든 영혼과 더불어 이 세상 끝까지 존재할 영혼들에게 이루어야 합니다. 이러한 역사의 첫 부분 즉, 첫 7세기는 단지 준비이며 계획을 마련한 것이며 암호를 마련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완성으로 즉, 이 진리를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게 해야 하며, 원죄 없으신 성모를 영혼들에게 드러내고, 자비로운 그분의 영향력으로써 그분을 영혼들에게 소개하는 완성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는 이런 생각을 곧 행동으로 옮겼다. 그것이 그에게는 성모의 기사들이 세상의 악과 벌이는 전쟁이었다. 단, 총과 대포가 아니라 순종과 겸손을 무기로 하는 전쟁이며, 파괴와 멸망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를 불러오는 전쟁이었다. 그는 교회와 수도원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성화가 아니라, 온 세상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모님을 통한 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물세 살의 젊은 콜베 수사는 이러한 목적에서 1917년 10월 26일, 로마 성 테오도로가에 있는 세라피쿰 학생 공동체의 한 작은 방에서 여섯 명의 동료 수사들과 함께 ‘성모 기사회’를 창설한다. 

 

세상의 악에 맞설 수 있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인가? 착각하기 쉬운 것은 우리 힘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님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모든 인간들이 그분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악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전선(戰線)의 가장 앞자리를 성모님께 겸손되이 내어드림으로써, 그분께서 우리를 위해 싸우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로지 원죄 없으신 분만이 세상의 죄와 싸워 완전한 승리를 거두실 수 있다. 

 

“원죄 없음은 피조물로서는 최고의 완전함이며, 하느님의 어머니시며, 피조물 가운데서 가장 하느님과 닮으신 분임을 뜻합니다. 피조물인 인간의 목적은 조금씩 조금씩 창조주와 닮은 자로서 성장하여 끊임없이 보다 완전하게 하느님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착한 사람, 덕망 높은 사람, 그리고 성인들을 보고 배웁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도 누구나 불완전할 뿐입니다. 오직 그분, 곧 원죄 없으신 성모만이 그 탄생의 순간부터 어떠한 작은 죄도 아시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당연히 본받아야 할 뿐이며, 우리가 당연히 곁에 모셔야 할 분은 원죄 없으신 성모입니다. 우리는 성모의 소유물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그분, 그 자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는 것만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완전함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5월 7일, 최문기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유대철 베드로 수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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