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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영적 투쟁으로서 신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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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06 ㅣ No.501

[레지오 영성] 영적 투쟁으로서 신앙생활

 

 

레지오 마리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평신도 운동일 뿐만 아니라 가톨릭 신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신심단체입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복음화 운동이 레지오 마리애의 조직을 통해 확산될 수 있었고, 레지오에 가입하는 것이 신앙생활을 심화시키는 좋은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평가를 뒷받침합니다.

 

본당마다 신자들의 영적 필요에 따라 다양한 신심단체들이 등록되어 있지만 아직도 본당 사목에서 성직자와 수도자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레지오 단원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단체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레지오 단원들도 과거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그 영향력도 차츰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다시금 레지오 마리애가 본래의 정신에 충실하고 변화된 현실에 잘 적응해나가려고 노력한다면 교회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각자의 신앙생활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채워줄 수 있을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가 다른 신심단체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사도직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의 수첩에 열거되어 있는 활동은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열거되지 않은 새로운 활동도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교본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개인의 성화와 영혼의 구원에 관련된 모든 일이 레지오의 활동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현실의 변화에 맞추어 레지오 활동을 새롭게 개척하는 것도 레지오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활동을 레지오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본당 사목자의 사목적 필요에 맞추어가야 한다고 교본이 강조하고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는 언제나 그리스도 신비체에 소속되어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역할을 깨달아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잘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활동을 핵심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직 활동은 세례 때 하느님께 드린 약속의 실천

 

이런 사도직 활동은 레지오 마리애의 강점이기도 하고 약점이기도 합니다. 레지오 마리애가 그동안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힘은 단원들이 기꺼이 성모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마음으로 개인의 수고와 희생을 바친 봉헌심에 있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개인주의와 상대주의가 기반이 되고 있는 현대 사회의 경향은 이타적인 행동을 어렵게 합니다. 따라서 레지오 단원이 사도직 활동을 기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사도직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것은 세례를 받을 때 하느님께 드린 약속을 기억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세례 예식 때 모든 예비자들은 교회 앞에서 죄와 악의 유혹과 마귀를 끊어버린다는 약속을 합니다. 이 약속으로 하느님께서는 서약한 사람들의 영혼에 인호를 새겨주시고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 주십니다. 세례를 받은 다음에도 신앙과 삶을 분리하여 살아가는 신자들은 이 약속을 잊어버렸거나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몽포르의 루도비꼬 성인은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이라는 저서에서 세례 받을 때의 약속과 관련하여 공의회가 내린 판단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세느 공의회는 그리스도교의 사회적 도덕적 타락의 근본 요인이 세례 때의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알지 못하고 사는 데에 있다는 판단을 내릴 지경이었다.”(128항)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세례 때의 약속을 갱신하는 것과 관련하여 성인은 “마귀와 세속과 죄악과 자기 자신을 끊어 버리고 우리 자신을 마리아의 손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께 바치는”(126항) 완전한 봉헌을 제안하였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이 아치에스 행사에서 성모님께 봉헌식을 하는 것은 바로 이 성인의 권고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성모님께 자신을 바치는 봉헌식과 마귀를 끊어버리기로 한 약속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성모님과 사탄 사이에 펼쳐지는 영적 투쟁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낙원에서 쫓아내실 때 사탄에게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고 하신 말씀에는 마귀와의 싸움은 예고되어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의 군대로서 이 영적 싸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레지오의 기도문인 까떼나는 첫머리에 “진을 친 군대처럼 두려운 여인”으로 성모님을 찬미함으로써 단원들의 사기를 드높입니다.

 

사탄과의 싸움에서 결정적인 승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지오가 성모 마리아께 의탁하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를 따른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 세상이 하느님의 아드님을 직접 영접하기에 합당하지 못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드님을 성모님에게 잉태시켜 성모님으로부터 구세주를 받아들이게 하였다고 가르쳐주었습니다. 성모님이 구세주께서 이 세상에 오시는 문이 되셨듯이 레지오 단원도 자신을 성모님께 봉헌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구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께 봉헌함으로써 다른 사람 구원의 통로 돼야

 

바오로 사도는 영적 투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가르쳤습니다. “우리의 전투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권세와 권력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입니다. 그러므로 악한 날들에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채비를 마치고 그들에게 맞설 수 있도록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무장을 갖추십시오.”(에페 6,13) 성 안드레아 김대건 사제 순교자도 감옥에서 보낸 편지에서 “이런 허황한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제25신)라고 당부하였습니다.

 

레지오 마리애는 모든 신자들이 세례를 통해 이미 악의 세력과의 영적투쟁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구원사업에 협력하도록 전투의 선봉에 서있는 성모님의 용감한 군대입니다. 회합이 끝날 때 바치는 기도문을 통해 레지오 단원은 어두움과 죽음의 그늘 밑에 있는 모든 이를 깨우치고 죄로 죽은 영혼들을 다시 살아나게 하려는 각오를 다지면서 하느님께 용감한 믿음을 청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악의 세력과의 투쟁을 잘 마치고 레지오 단원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주님의 사랑과 영광의 나라에서 다시 모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다지며, 삶의 현장으로 믿음의 발걸음을 옮깁니다. 엘리사벳을 방문하시는 성모님처럼 그들에게도 성령이 함께 하시어 만나는 사람마다 기쁨이 넘치고 하느님의 현존이 생생하게 체험되는 은총이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2월호, 권용오 마티아 신부(안동교구 춘양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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