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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가톨릭평신도대회를 준비하며 (하) 평신도는 세상 한가운데 있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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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9-01 ㅣ No.32

Asia, 아시아 - 아시아 가톨릭평신도대회를 준비하며 (하)


평신도는 '세상 한가운데 있는 교회'

 

 

지난 6월 한국평협이 주관한 ‘한국 가톨릭 평신도대회’에 참가한 전국 교구 평협, 사도직 단체 임원들이 특강을 듣고 있다.

 

 

‘평신도는 누구인가?’ ‘평신도 사도직은 무엇인가?’ 되풀이되는 질문과 대답 안에서도 여전히 신자 개개인의 신원의식은 뿌리 깊게 자리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급변하는 현대사회 안에서 물질주의와 세속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평신도의 신원의식은 더욱 흔들리고 있다. 평신도 스스로가 자신의 위상을 올바로 인지, 교회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성직자 중심주의로 인한 활동 제한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많은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는 성실히 봉사하는 반면, 일반 사회 안에서는 소명을 실현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은 “평신도는 세례성사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참여, 교회와 세상 안에서 실천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라고 설명한다.

 

초대교회 때도 평신도의 개념은 하느님 백성 안에 모두가 한 형제자매라는 인식을 표현하는 단어로 쓰였다. 2~3세기 무렵 교회가 서열화된 사회 구조를 모방하면서 평신도를 사제와 부제에 상대되는 범주의 사람들로 정의하긴 했지만, 이 또한 직무를 강조한 것일 뿐 평신도를 경시하기 위한 표현은 아니었다.

 

그러나 중세를 거치면서 교회 내부에 ‘성직자와 평신도’라는 구도가 자리를 잡았다. 이때문에 평신도라는 표현은 ‘비전문가’ 혹은 ‘교육받지 못하거나 라틴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됐다. 이후 종교개혁과 계몽주의 등 오랜 굴곡을 겪는 가운데 가톨릭신학이 부흥, 평신도의 역할에 새로운 시선을 보이게 됐다.

 

평신도의 올바른 의미를 부각시키고 재평가한 결정적인 장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였다. 이 공의회에서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정의했으며, 그 결과 평신도와 사도직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정의를 제시했다.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준비 과정의 하나로 이번 호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Christifideses Laici)’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Apostolicam Actuositatem)’ 등을 중심으로 평신도의 소명과 사도직 방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일정 중에는 ‘평신도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본 평신도의 소명과 사명’ 주제 발표에 이어, ‘아시아 평신도들의 그리스도교적 양성과 선교 노력’과 관련한 발표 및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평신도 그리스도인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공의회 이후 평신도에 관한 교회의 가장 유권적인 가르침을 제시한다는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8년 12월에 발표한 이 사도적 권고는 1987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20년을 지낸 교회와 세상에 있어서 평신도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열린 제7차 주교 대의원회의 후속 문헌이다.

 

권고는 “그리스도의 교회는 평신도들을 통해 세상 각 분야에서 희망과 사랑의 표지요 원천으로 현존하게 된다”고 역설한다. 즉 평신도는 세상 한가운데에 있는 교회로서, 보다 능동적으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존재라는 설명이다.

 

권고는 서론에 이어 5개장 64개항으로 구성됐다. 각 장에는 각각 ‘신비인 교회에서 평신도의 존엄성’, ‘친교인 교회 생활에서 평신도의 참여’, ‘선교하는 교회에서 평신도의 교회 책임’, ‘하느님의 다양한 은총을 관리하는 충직한 관리인들’, ‘평신도의 교육’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특히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평신도는 세례성사로 주어진 동일한 존엄성으로 성직·수도자와 함께 교회의 사명에 대한 책임에 동참한다고 역설한다. 평신도는 단지 성직·수도자와는 달리 세상 안에서 살아가기에 각자의 생활 현장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어 권고에서는 평신도들의 직무와 역할을 실천하는 방법과 기준을 제시하고, 복음 선포의 소명을 제시하고 있다. 또 여성과 남성, 젊은이, 어린이, 노인, 병자와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소명과 상황, 은사와 직무의 다양성에 따라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 부름을 받았다고 밝힌다. 이러한 소명에서 애덕의 실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평신도, 성직·수도자 등 다양한 생활 신분도 교회 친교 안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 이들은 각각 그리스도인으로서 동등한 존엄성과 사랑의 완덕 안에서 소명을 살아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권고에서는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행동을 위한 능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은 모든 이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역설했다.

 

 

평신도 사도직

 

평신도의 역할과 책임, 소명이 그 어느 시대보다 강조된 때는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부터다. 특히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다원화되면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형제적 친교와 일치 등을 위해 사도직 단체의 중요성에는 더욱 큰 힘이 실리게 됐다.

 

평신도 사도직은 평신도가 하느님 백성의 일원으로서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복음 선포와 하느님 나라 건설을 수행하는 모든 일을 말한다. 즉 평신도 사도직은 그리스도의 왕국을 세상에 펼치고, 모든 사람들이 구원에 참여하게 돕는 역할의 구심점이다.

 

초대 교회 때부터 많은 평신도들은 복음 전파와 교회 자선 사업 등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의 시기는 ‘평신도 단체 활동의 새 시대(평신도 그리스도인 29항)’라고 할 만큼 다양한 협회와 단체, 공동체, 운동 등이 형성되고 전파된 시기로 꼽힌다. 이후 국제기구로서 교회 안팎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도직 단체들도 크게 늘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은 ‘사도직’을 교회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펼치는 신비체의 모든 활동으로 정의한다.

 

특히 평신도 사도직을 펼치는 이러한 각 단체들은 한결같이 인간 구원을 위한 ‘복음화’라는 목표에 집중한다. 교회의 사명은 ‘복음화’이며, 평신도들은 교회의 일원이기에 복음을 선포할 소명과 사명을 지닌다. 이러한 목표에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개인생활 및 사회생활에 전파할 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것, 신자들이 완전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 수 있도록 열성적으로 교육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또한 평신도 사도직 활동은 일상 생활을 벗어나지 않는다. 실제 세상 안에서 복음 말씀을 알리고 실천하는 것은 대부분 평신도의 역할에 속한다. 가정을 비롯해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의 모든 제도와 국제적 기구 활동 등을 복음화 하는 것은 대부분 평신도들이 실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교령은 평신도 사도직의 분야로 교회공동체와 가정, 청소년, 사회 환경, 국가와 국제질서를 주요 분야로 제시한다. 교회의 여러 사도직 분야에서 더욱 폭넓은 여성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도직의 형태는 개인적인 것과 단체에 의한 것으로 구분된다.

 

특히 교령은 평신도들의 사도직 역량을 단체나 운동을 통해 조직화하는 것을 훌륭한 것으로 평가하며 “단체 사도직은 신자들의 인간 조건과 그리스도인의 요구에 잘 부합하는 것이고,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의 친교와 일치를 드러내는 표지(18항)”라고 설명한다. 이어 “회원의 실생활과 신앙의 일치를 도와주고 북돋워주는 단체들을 특별히 중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교령에서는 다양한 사도직 형태에 따라 알맞은 양성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한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도 단체가 교회 권위와 친교 안에서 합당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회가 제시하는 식별한 기준에 합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 기준은 ▲ 모든 그리스도인의 성화 소명을 으뜸으로 삼는다 ▲ 교도권에 순종해 가톨릭신앙을 고백할 책임을 다한다 ▲ 교황과 지역 주교의 관계에서 확고하고 진정한 친교를 증언한다 ▲ 교회의 사도적 목적을 따르고 이에 참여한다 ▲ 인간 사회에서 교회의 사회교리에 따른 현존을 위해 투신한다 등이다.

 

한국교회의 평신도 사도직 활동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더욱 힘을 얻었으며, 1968년에는 현재 한국 가톨릭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의 전신인 한국 가톨릭 평신도사도직 중앙위원회를 설립했다. 이어 세계 각국 교회의 다양한 신심·운동 단체들을 도입하면서 한국의 평신도 사도직 활동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교회가 주목하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면에는 평신도 역할과 소명에 대한 그릇된 이해와 오해, 성직자 중심주의 등이 사도직 활동을 제한하는 문제점 등이 자리해왔다.

 

아시아 평신도대회에 앞서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 스타니슬라우 리우코 추기경은 “이번 대회를 통해 평신도 전문가들이 보다 깊은 교회적 시각을 키움으로써 각자가 가진 전문적 역량을 교회 안팎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며 “세상의 중심에 선 평신도들이 특히 아시아 안에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10년 8월 29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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