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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세미나 엄마와 태아가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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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1-01 ㅣ No.1787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세미나 ‘엄마와 태아가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까?’


여성만 처벌하는 법 개정 필요… 남성도 양육 법적·경제적 책임져야

 

 

- 행동하는프로라이프가 주최한 ‘엄마와 태아가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까?’ 세미나 발제자와 토론자 등 관계자들이 10월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태아가 살면 대한민국이 살고’ ‘태아가 죽으면 대한민국도 죽는다’는 문구가 적힌 천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엄마와 태아가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까?’ 55개 생명수호 단체 연대체인 행동하는프로라이프(상임대표 이봉화)는 10월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정부 낙태죄 개정안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정부 낙태죄 개정안은 엄마도 불행하게 만드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엄마와 태아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는 임신·출산·양육 친화적인 법과 제도,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개정안, 여성 건강에 위협

 

이날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의학적 검토’를 주제로 발표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는 “정부 개정안은 여성 건강에 위협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낙태, 특히 임신 10주 이후 낙태도 가능하게 했는데 이는 골반염과 불임을 초래하는 등 여성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낙태죄 관련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정부는 임신 14주 이내 낙태를 허용, 임신 24주 이내 낙태는 강간·준강간 등 범죄 행위로 인한 임신이나 친족 간 임신, 임부 건강이 위험할 때 등에 한해 허용했다. 상담과 숙려 기간(24시간)을 거치면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도 임신 15주 이상 24주 이내에 가능하게 했다.

 

홍 교수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약물 낙태를 허용하고, 만 16세 이상 미성년자가 법정 대리인 동의 없이 낙태할 수 있게 한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약물 낙태는 많은 합병증을 일으키는 위험한 과정으로, 약물 낙태 시도자 중 70% 이상은 출혈과 불완전한 낙태 등으로 합병증이 생겨 결국 의료기관을 찾아야 했다는 설명이다. 법정 대리인 동의 없이 미성년자가 낙태할 수 있도록 한 데에 대해서는 “준비 안 된 성관계와 낙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성년자 성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길을 열어 놓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성 손해를 보지 않는 제도 필요

 

세미나 토론자로 참여한 생명수호 여성 단체 ‘케이프로라이프’ 송혜정 상임대표는 “여성들이 손해를 보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 낙태는 모두 여성 몸에서 일어나는 일로,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여성을 결코 자유롭게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여성에게 억압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상”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송 상임대표는 강력한 남성책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낙태 실태 조사 결과, 여성들이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처럼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성도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책임 의식을 기를 수 있도록 강력한 남성책임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2월 14일 발표한 2018년 낙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한 여성 중 66.2%가 그 이유를 “낙태 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10월 8일 바른인권여성연합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성인 여성 응답자 1214명 중 88.7%가 “낙태에 대해 여성만 처벌하는 현행법을 개정해, 남성에게도 친부로서 법적·경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출산 친화적인 환경 만들어야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는 이날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생명윤리적 검토’ 발제를 맡았다.

 

박 신부는 이번 발제에서 출산 친화적인 사회적 환경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태아 생명과 여성 자기결정권을 동시에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 출산 친화적인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법·제도, 가치관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모든 출산을 축복하고 지지하면서 임부와 새 생명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시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이에 대한 예시로 박 신부는 미혼모가 익명으로 출산하고 아이를 입양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비밀출산법’ 제정, 남성이 양육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을 때 이를 강제하는 ‘양육비이행법’ 강화 등을 언급했다. 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고려하는 기혼자들을 위해 획기적인 양육비나 교육비 등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다자녀 가족에게 국가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 영역에서 다양하고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을 위해 안전하고 질 높은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그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출산 휴가와 육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일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박 신부는 임신한 여성들이 굳이 낙태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고,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더는 불필요해지는 날이 오기를 꿈꿔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야말로 진정 태아 생명권과 여성 자기결정권이 동시에 조화롭게 지켜지는 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명수호 운동은 지금부터 시작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부 개정안에 대한 법률적·의학적·생명윤리적 검토 발제에 이어 ‘임부와 태아의 법익을 고려한 입법 대안’ 발제가 이뤄졌다. 발제 이후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으며, 행동하는프로라이프 관계자 발언도 이어졌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이봉화 상임대표는 폐회사에서 “정부가 어떤 얘기를 해도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며 “행동하는프로라이프는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에서 행동하는프로라이프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생명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행동할 계획이라는 다짐이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 공동대표 신상현 수사(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생명문화전문위원회 위원장,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지난해 4월 11일은 ‘국치일’이고, 생명수호 운동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태아를 살리는 나라가 될 때까지 끝까지 운동하자”고 호소했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는?

 

‘태아 생명 존중’을 위해 8월 25일 발족한 단체다. 55개 생명수호 단체가 연합하고 있다.

 

천주교에서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생명문화전문위원회, 가톨릭 세계복음화 ICPE 선교회 한국지부 등이 함께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생명문화전문위원회 위원장 신상현 수사가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0년 11월 1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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