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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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34: 장식의 중심, 토스카나 로마네스크 - 피렌체의 성 미니아 바실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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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8-30 ㅣ No.743

[성당 이야기] (34) 장식의 중심, 토스카나 로마네스크


피렌체의 성 미니아 바실리카(Basilica di San Miniato al Monte, Firenze)

 

 

이탈리아 로마네스크를 말하면서 토스카나 지방의 성당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피렌체의 높은 언덕 위에 있는 성 미니아(산미니아토) 바실리카(Basilica abbaziale di San Miniato al Monte)가 대표적입니다. 로마로 순례 중인 동방의 상인이거나 아르메니아의 왕자로 알려진 성 미니아는 피렌체에 도착하여 은둔의 삶을 살며 그리스도교 신앙을 전파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50년 경 데치우스 황제의 박해 때 피렌체의 첫 번째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그는 참수된 자신의 머리를 들고 피렌체의 높은 산 위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의 무덤이 있는 곳에 이를 기념하는 작고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성당이 800년이 지나서 세워진 것입니다.

 

토스카나 로마네스크의 특징은 롬바르디아 건축이 벽돌조인 것에 비해 석조가 중심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이는 거대한 대리석 산지가 토스카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토스카나 로마네스크는 육중한 석재를 이용하여 커다란 아치를 만들어 열린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색과 무늬의 대리석으로, 채색 장식주의가 발달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비잔틴의 영향을 받은 지중해의 전통과 관련이 있는데, 토스카나 로마네스크가 초기 그리스도교 건축과 연결된 로마 고전주의를 계승하는 양식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토스카나 혹은 이탈리아의 로마네스크의 고전적 연속성은 훗날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기본적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토스카나 로마네스크를 ‘프로토-르네상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11세기 초에 지어진 성 미니아 바실리카는 그 외관이 화려한 기하학적 문양의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있습니다. 로마 고전주의를 기하학적으로 단순화시켜 대리석으로 채색한, 전형적인 토스카나식 채색 장식주의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성당은 로마적 전통 위에 세속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동시대적 요소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예가 성(聖)의 공간인 성당 내부의 장식문양과 속(俗)의 공간인 성당 외부의 장식문양이 동시대의 지역성을 대표하는 기하학적 연속성을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성(이스트엔드)과 속(웨스트워크)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 네이브입니다. 네이브의 기둥은 백색 대리석에 코린토식 오더를 가졌고 그 위에 청색 대리석의 아케이드가 올려져 있습니다. 네이브의 이러한 장식은 성당의 서쪽 파사드에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섯 베이의 파사드는 출입문과 블라인드아치가 교대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것이 네이브의 아케이드와 연속성을 갖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 미니아 바실리카의 채색 장식주의는 기하학적 문양뿐만 아니라 흑백의 선형 띠 장식이나 조각물 등으로 범위를 넓히며 토스카나 전 지역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0년 8월 30일 연중 제22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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