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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제50회 지구의 날(4월 22일) 다시 보는 회칙 찬미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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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4-26 ㅣ No.1730

제50회 지구의 날(4월 22일) 다시 보는 회칙 「찬미받으소서」


공동의 집 지구가 울리는 경고음, 생태적 회개와 행동 부른다

 

 

(제일 위부터) 먼지로 가득한 중국 북경의 하늘, 쓰레기로 뒤덮힌 아이티 해안가, 무분별한 개발로 오염된 아마존의 땅.

 

 

22일은 제50회 지구의 날(Earth Day)이다. 환경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된 날로 올해 지구의 날 주제는 ‘기후 행동’(Climate Action)이다. 기후 변화에 맞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머뭇거릴 시간이 없음을 일깨우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할 일은 더욱 명확해졌다. 사람들 활동이 멈추자 하늘은 제 빛을 찾았고, 강엔 사라졌던 물고기가 돌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년 전 지구를 ‘공동의 집’이라 부르며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했다. 교황은 회칙에서 “우리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 새롭게 대화를 나눌 것을 긴급하게 호소한다”면서 모든 이가 하느님 도구가 돼 피조물 보호에 협력하기를 촉구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지구의 날을 맞아 「찬미받으소서」를 다시 펼친다. 우리의 인식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지구를 살리기 위해 당장 실천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환경 보호와 빈곤 퇴치를 아우르는 통합 생태론

 

교황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한 측면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살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단편적이고 개별적인 지식은 현실에 대한 폭넓은 전망에 연결되지 않으면 일종의 무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교황은 ‘통합 생태론’을 제안했다. 통합 생태론은 자연환경은 물론 이를 둘러싼 인간 활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원을 모두 아우르는 생태론이다.

 

“어떤 지역이 오염된 이유를 알아내려면 사회의 기능, 경제, 행태, 유형, 현실 이해 방식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변화의 규모를 생각해 볼 때, 개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별도의 답을 찾는 것은 더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자연계 자체의 상호 작용과 더불어 자연계와 사회 체계의 상호 작용을 고려하며 포괄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139항)

 

통합 생태론 관점에선 자연 보호를 위한 전략과 해결책은 빈곤 퇴치와 소외된 이들의 존엄 회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 집 없고 굶주린 이들이기 때문이다.

 

 

공동 계획을 가진 하나의 세상

 

서로가 연결돼 있고 서로에게 의존하는 세상에서 한 개인의 생활과 소비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누군가의 생활과 소비에 영향을 끼친다. 교황은 “개별 국가만의 조치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 문제들을 다루려면 세계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164항) 특히 각국 지도자들이 환경과 관련된 회담과 국제 협약을 통해 약속했던 선언과 원칙을 시행하기를 요청했다. 또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 지속 가능한 다품종 작물 재배 농업 계획 △ 재생 가능한 무공해 에너지 개발 △ 높은 에너지 효율성의 촉진 △ 삼림과 해양 자원 관리 개선 △ 식수의 보편적 접근 보장 등이다. 교황은 특히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모든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이 책임이 나라마다 차등적으로 부과돼야 할 것을 강조했다. 온실가스 배출 대가로 산업화 혜택을 누린 나라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공동선을 바탕으로 발전의 개념 새롭게 정의

 

공동선의 개념은 미래 세대와도 관련된다.(159항)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지구 자원은 후손들도 써야 할 자원이다. 포르투갈 주교회의는 2003년 발표한 사목교서 ‘공동선을 위한 연대책임’에서 “환경은 받음의 논리에 속하는 것”이라며 환경은 각 세대가 빌려 쓰고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교황은 “후손과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을 제기하고, 그 문제를 치열하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전의 개념을 새로 정의하기를 제안했다.

 

“더 나은 세상과 전체적으로 더 높은 삶의 질을 이루어 내지 못하는 기술과 경제 발전은 진보로 볼 수 없습니다. 경제가 성장해도 종종 인간 삶의 질이 실제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환경이 악화되고 식품의 품질이 떨어지며 일부 자원이 고갈되기 때문입니다.”(194항)

 

교황은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며 미래 자원과 환경을 희생시키는 비윤리적 경제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뒤처진 이들, 힘없는 이들, 능력이 모자란 이들을 돕고 투자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게 하는 성공과 자립 모델의 이면을 꼬집었다.

 

 

생활 양식의 참다운 변화를 가져올 책임 교육

 

교황은 교육이 단순히 정보 제공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환경 보호를 위한 신념과 태도가 일상에서 습관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어 내는 책임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211항)

 

이와 함께 플라스틱이나 종이 사용을 삼가고, 물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고, 적당히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작은 일상적 행동으로 피조물 보호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참으로 고결한 일”이라고 칭송했다. 어느 상황에서든 희망을 노래하는 교황은 “이러한 노력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러한 행동은 사회에 선을 퍼뜨려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가져온다”고 했다.(212항)

 

 

생태적 회개… 겸손과 절제의 미덕에서 찾아야

 

“환경 위기는 깊은 내적 회개를 요청한다”고 한 교황은 이를 생태적 회개로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하느님께서 만드신 피조물에 얼마큼 해를 끼쳐왔는지 성찰하며 자연과 화해하기를 바랐다. 생태적 회개는 특별히 그리스도교인들에게 호소한 교황의 당부다. 생태적 회개를 위해서는 하느님의 존재를 확신하며,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주신 자연에 감사해야 한다. 또 소비에 집착하지 않고 무소유에서 기쁨과 평화를 찾아야 한다. 교황은 “그리스도교 영성은 절제를 통해 성숙해지고 적은 것으로도 행복해지는 능력을 제안한다”고 했다.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형제적 만남, 봉사, 능력 개발, 음악과 미술, 자연과의 만남, 기도 안에서 만족할 때 그러합니다.”(223항)

 

교황은 또 “우리가 겸손하지 못하고 인간이 아무런 제한 없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신하게 되면 결국 사회와 환경에 해를 입히게 될 뿐”이라며 겸손과 절제의 미덕 역시 생태적 회개에 필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4월 26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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