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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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21: 성경 독서의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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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1-05 ㅣ No.1355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21) 성경 독서의 전개


말씀의 신비 일깨우는 성령

 

 

수도승들의 성경 독서는 단순히 읽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언제나 묵상과 기도 그리고 관상을 지향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함축하고 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엠마오로 걸어가던 두 제자에게 다가가시어, 그들에게 성경의 말씀을 직접 풀이해 주심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해 주셨다.(루카 24,32) 마찬가지로 우리가 온전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을 때, 그분은 우리에게 다가오시어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하시고 당신 말씀의 신비를 깨닫게 해 주실 것이다. 즉 주님은 당신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그들의 이해력을 열어 주시고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듯이(루카 24,45), 마찬가지로 그분은 우리에게 나타나시어 우리의 이해력을 열어 주시고, 당신 말씀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해 주신다.

 

우리는 파코미오의 제자였던 테오도로의 예를 통해서 성경 독서가 어떻게 신비 체험을 가능케 하는가를 볼 수 있다. 어느 날 테오도로는 수도원 경내에 앉아서 구약의 미카 예언서를 소리 내 읽고 있었다. 그때 주님의 천사가 갑자기 나타나서 “벼랑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과 같다”(미카 1,4)라는 말씀의 참된 영적 의미를 알려주었다. 즉 천사는 그 물이 천국으로부터 떨어짐을 그에게 알려 주었고 그리고는 즉시 그에게서 사라져 버렸다. 이와같이 우리가 성경 독서를 충실히 하다 보면, 테오도로의 경우처럼 언젠가 천사나 성령의 도움으로 그 말씀의 깊은 영적 의미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주님은 언제나 우리를 당신과의 깊은 일치에로 초대하고 계시다.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묵시 3,20) 주님은 오늘 당신 말씀을 통해 우리 존재의 문 앞에 서서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고 계시다.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느님의 말씀을 끊임없이 읽고 암송하면서 그분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리고 기도 안에서 그분께 응답한다면, 주님은 분명 우리 안에 들어오셔서 우리와 함께 만찬을 나누실 것이다. 즉 관상 안에서 우리는 그분과 더 이상 문이라는 벽 앞에서 분리되지 않고 하나 되게 된다. 이렇게 성경 독서는 하느님과의 일치인 관상에로 자연스럽게 우리를 인도한다.

 

 

성경 독서와 성령

 

렉시오 디비나에 있어서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성령에 의해 조명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성경은 모두 성령의 영감에 의해 고무되어진 책으로(2티모 3,16), 진리의 영이신 그분이 오셔야만 온전히 말씀의 신비를 깨닫게 된다.(요한 16,13) 그러므로 성경을 대할 때마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성령께 온전히 개방해야만 참다운 진리의 바다에로 인도될 수 있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성경 독서에서 열매를 주시는 분은 바로 성령이시며,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그분은 참된 내적 일치의 원천이시기 때문이다. 바로 그분이 거룩한 말씀의 신비를 우리에게 계시해 주고 동시에 우리 안에 머무르면서 우리의 영성 생활을 촉구하고 계시다.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언제나 성령께서 심오한 말씀의 신비를 직접 열어 보여주시고 깨닫게 해주시기를 청하면서 겸허하고 개방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지적이고 추리적인 읽기와 사색을 포기하고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으면서 전적으로 성령께 자신을 내어 맡김이 중요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월 5일,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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