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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 공소의 재발견1: 공소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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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4-01 ㅣ No.1151

공소의 재발견 (1) 공소는 살아있다


신앙의 뿌리, 여전히 믿음의 보화로

 

 

교우촌의 전통이 신앙의 뿌리로 남아 있는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공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서 농어촌 시골 공소들은 폐허가 되고 단지 본당 사목구의 일부로서의 의미만 지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공소는 첫째, 여전히 많은 교구의 사목 활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둘째, 초대교회 신앙 공동체의 모범적인 신앙 실천의 전통을 담고 있는 보화다. 따라서 시대와 사목 환경의 변화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공소와 공소사목의 활성화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가톨릭신문 창간 92주년을 맞아 사라져 가는 공소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공소가 품고 있는 신앙 전통을 이어받아 구현하기 위한 사목적 방안들을 3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지난 3월 2일과 3일 이틀 동안 춘천교구 성산본당(주임 고봉연 신부)은 잔칫집이었다. 5개에 달하는 공소 건물을 한꺼번에 새로 짓고 축복식을 가졌다. 1923년에 설립된 송정공소를 비롯해 두촌 · 내촌 · 철정 · 역내공소는 모두 지어진 지 반세기가 넘었다. 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당연히 넉넉지 않을 살림살이의 시골 본당임에도 불구하고 5개나 되는 공소 건물을 신축하느라 온갖 노고를 아끼지 않은 신자들의 정성에 감격해, 이틀 동안 5개 공소를 모두 돌면서 축복식을 거행했다. 

 

이날의 축복식은 사실 수 년간에 걸친 노고의 열매였다. 본당 신자들이 팔 걷고 공소 살리기에 나선 것은 2015년부터였다. 전국의 수십 개 본당을 찾아다니며 직접 기른 옥수수와 배추를 판매했다. 여기에는 “공소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꼭 다시 살리겠다”고 약속한 사목자의 의지, 본당 주임 고봉연 신부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성산본당은 춘천교구에서 두 번째로 고령화한 본당으로 본당 신자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이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가고 어르신들만 남았지만, 그래도 공소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청주교구 음성본당(주임 최문석 신부) 관할 보천공소도 살아 있는 공소의 또 한 가지 사례다. 지난해 후반부터 보천공소의 미사 참례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1년 전인 2018년 2월 11일 47명에 불과하던 참례자 수가 하반기 들어서며 50명, 60명으로 늘더니 올해 2월 들어서는 70명을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계속 줄어만 가던 공소 신자 수가 이처럼 크게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적극적인 선교에 나선 본당의 사목 프로그램과 이에 응답한 공소 신자들의 협업이 있었다. 음성본당은 지난 2014년 설립 60주년을 지내면서 관할구역 내 덕생, 보천, 소이 등 3곳 공소 살리기에 나선 바 있다. 

 

음성본당은 지난 1년 동안 새 신자와 냉담교우, 일반 신자들을 두루 대상으로 다각적인 복음화 노력을 기울이는 ‘한마음 복음화 운동’을 전개했다. 보천공소는 고령층이 많은 여느 공소와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냉담교우들에 대한 가정 방문 등 꾸준한 활동을 펼쳤다. 도시에서 이주해 온 귀촌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도 힘을 기울였다. 

 

청주교구의 경우 ‘공소사도회’가 교구 내 공소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6년 공소 실태 조사 과정에서 공소의 어려움을 깨닫게 된 신자들이 ‘공소 살리기’를 다짐하며 조직했다. 이후 10년이 넘게 고령화되고 피폐해진 공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교육과 피정 지도를 포함한 다양한 지원을 해 오고 있다. 

 

이처럼 공소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소사목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이 없지는 않지만 사실상 오늘날 공소들은 존폐의 위기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공소 자체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적극적 선교활동으로 최근 미사 참례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청주교구 음성본당 관할 보천공소. 1년 전인 2018년 2월 11일 47명에 불과하던 참례자 수가 올해 2월 들어서는 70명을 넘어섰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1969년 전국의 공소 수는 1906개였다. 2017년 현재 공소 수는 모두 737개다. 무려 1169개의 공소가 사라졌다. 10년 전인 2008년에는 1037개였으니 최근 10년 동안에만 300개 공소가 폐쇄됐다. 가장 급격한 감소를 보인 것이 2010년으로 2009년 1017개에서 무려 204개 공소가 사라져 813개에 머물렀다. 

 

특이한 것은 2005년, 한 해 동안 144개의 공소가 증가한 것이다. 전년인 2004년 971개에 비해 144개가 많은 1115개를 기록했다. 그 외에 2012년과 2013년 각각 3개, 1개씩 공소 수가 증가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공소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사목의 효율성과 공소 공동체의 유지 및 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전국의 공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교구 완주 되재공소 송인환(루카) 회장은 “여기는 묘를 파면 십자고상이 나올 정도로 신앙의 뿌리가 깊은 곳”이라며 “한 달에 한 번 있는 미사에 나오는 신자가 30명이고 그나마 모두 고령이라 공소가 없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읍 신성공소 임춘남(베드로) 회장도 “이제는 공소의 종을 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소의 위기에 대한 인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목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공소의 대부분이 가난한 농촌 지역에 위치한다는 점은, 농민과 농촌의 소외라는 한국의 사회경제적인 부조리와 연계된 성찰을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한국교회는 1984년 5월, 3년여에 가까운 조사연구를 거쳐 ‘한국 천주교 농촌공소 실태 조사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미 30년이 넘은 연구 조사지만, 그 내용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보고서는 “한국교회의 모태이기도 한 한국 농촌공소의 실상은… 침체 상태에 있다”면서도 “온갖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국 농촌 공소는 신앙공동체로서의 희망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했다. 보고서는 더 구체적으로, “‘공소시대는 지났다’, ‘공소는 희망이 없다’, ‘도시인 사목에 치중해야 한다’ 등의 견해는 긍정적인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며 물량화, 대형화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농촌교회, 도시교회가 하나로 살기 위해서는 초대교회의 모습, 한국교회의 모태인 공소 공동체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며 “나눔과 섬김이 구체적으로 이뤄져 가는 작은 생활공동체의 모습”을 제안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소의 가치와 중요성은 더욱 명확하게 확인된다. 즉, 한국 천주교회의 모태로서 공소 공동체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앙생활과 사목활동에 있어서 그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하는 보화라는 것이다. 

 

전 내포교회사연구소 소장 김정환 신부는 2018년 11월 10일 ‘교우촌의 믿음살이와 그 지도자들’ 심포지엄에서 “교우촌과 공소들은 사회구조가 바뀌고 교통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옛날과 같은 모습을 간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역사 속에 남겨진 흔적들은 그것을 탐구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힘을 불어 넣어주는 소중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여산 성채골 교우촌 공소 출신으로 교우촌 신앙 전통을 몸소 체험한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사라져 가는 공소 공동체와 공소의 신앙 유산을 보존할 수 있는 사목적 선택이 필요하다”며 “공소의 전통과 정신을 현대 교회 공동체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사목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9년 3월 31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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