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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탐욕 (1) 성경에서 말하는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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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17 ㅣ No.879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탐욕 (1) 성경에서 말하는 탐욕

 

 

탐욕의 자화상

 

단테는 13세기의 유럽 사회 안에서 탐욕이 음욕이나 탐식보다 심각한 윤리적, 정치적, 사회적 파괴를 가져온다고 했다. 이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윤리적,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비롯해 우리의 가정과 개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뿌리 깊은 혼란의 원인이 진정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제대로 보도록 초대하는 듯하다.

 

▶ 가정을 파괴하는 탐욕 - 노부부가 이혼 법정에서 설전을 벌였다. 이혼 사유는 남편의 경제적인 인색함이었다. 한 상가 건물의 건물주로 경제력이 있는 남편은 아내에게 한겨울에도 찬물로 빨래를 시켰다. 세탁기는 물을 많이 써야 하고, 따뜻한 물은 보일러를 돌리거나 가스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방에서도 두터운 점퍼를 입은 채 보일러는 켜지 않았고, 방에서는 전등이나 텔레비전을 켜지 못하게 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도 일일이 보고한 뒤에 돈을 타야 했고 산 물건에 대해서는 일일이 확인을 받아야 했다.

 

참다못한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 요구에 거세게 저항했다. 위자료를 줘야 했기 때문이다.

 

▶ 과시와 허전함을 채우는 수단, 탐욕 - 40대 직장 여성 김 아무개 씨는 여기저기 모임이 많지만 늘 허전했다. 그 허전함을 쇼핑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옷이나 구두, 가방 등을 사며 스스로를 꾸미는 것이 삶의 유일한 낙이었다. 처음에는 한 번 쇼핑하면 한 달 정도 행복했지만 점점 쇼핑하는 횟수와 액수는 늘어나고 만족을 느끼는 시간은 짧아졌다. 수천만 원짜리 명품을 구매한 뒤 집에 돌아오면 금세 후회가 밀려 왔다.

 

▶ 어떤 모습의 탐욕을 살고 있는가 - 오늘날 우리는 더욱 탐욕스러워지지 않으면 삶에서 뒤쳐지는 듯 느껴지는 사회 분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듯하다. 일부 경제인은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려고 사기나 횡령 등 각종 범법 행위를 가리지 않는다. 그 벌 또한 돈으로 해결한다.

 

정치인들은 또 어떠한가? 정치라는 이름 앞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짓말’과 ‘탐욕’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탐욕과는 거리가 먼 듯 보이는 종교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더러는 부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하고 탕진하면서도 탐욕을 합리화하는 이들이 있다.

 

가진 자들만 탐욕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일까? 부동산 투기에 열광하는 자들, 돈 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는 자들, 가지고 싶은 물건을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며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는 인색한 자들, 부모님에게 드릴 용돈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거나 음식점 계산대 앞에서 유독 작아지는 자들. 바로 우리들이 아닌가?

 

초기 수도승들은 탐욕을 중대한 죄로 여겼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탐욕은 부정적인 시선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면서 오히려 필요한 미덕으로까지 자리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탐욕은 무엇인가? 죄인가? 아니면 필요한 미덕인가? 가치 혼란의 시대를 틈타 탐욕은 한층 더 자유롭게 움직이는 듯하다. 우리들 각자의 삶 안에서도 그 움직임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움직임을 그리스도의 빛과 함께 들여다보자.

 

 

탐욕이란

 

칠죄종에서 말하는 ‘탐욕’(Avaritia)은 재물을 탐하는 욕구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그 욕구를 충족하고자 나오는 인색과 탕진(낭비)의 태도를 뜻한다. 이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행위를 제한하는 태도로 ‘자신의 욕심이 지나쳐 이웃과 나누지 않는 죄’이다.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탐욕은 단순히 이웃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믿음의 대상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다. 결국 하느님 사랑에 위배되고 나아가 우상 숭배로까지 이어지는 중대한 죄가 된다.

 

그래서 많은 수도승과 교부가 “교만과 탐욕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대한 악인가?”를 물을 정도로 죄의 큰 뿌리로 여겼다. 실제로 성경의 많은 부분이 탐욕을 소개하고 있으며 초기 수도승들과 교부들 또한 이러한 탐욕을 경계하면서 이에 저항하려고 엄격한 생활 방식을 실천했다.

 

 

성경이 소개하는 탐욕

 

성경은 탐욕과 관련된 많은 인물과 사건을 다룬다. 탐욕은 이웃 사랑과 하느님 사랑에 위배된 중대한 죄로, 그 안에 이미 벌을 간직한다고 소개하면서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탐욕을 주의하도록 경고한다.

 

▶ 탐욕의 무서움 - 탐욕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성경이 소개하는 대표적인 예는 ‘아합 왕의 탐욕’이다. 아합 왕은 나봇이 소유한 포도원을 탐하여 거짓 증거들을 동원하고, 그를 죽게 한 뒤 그것을 빼앗았다(1열왕 21,1-6 참조).

 

한 나라의 왕으로서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도 탐욕에서 제외되기는커녕 오히려 쉽게 노출된다. 자신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탐욕은 거짓을 동원하고 사람을 죽이며 강탈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게 한다.

 

▶ 탐욕의 벌 - 성경에서 탐욕은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예는 엘리사의 시종 게하지이다. 그는 엘리사가 문둥병에서 치유된 나아만의 제물을 거절하자 그를 쫓아가 거짓말을 했다가 자신과 자손 모두 벌을 받게 된다(2열왕 5,20-27 참조).

 

성경에서는 탐욕이 거짓말과 자주 연결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곧 들통이 나고 자신이 가지고 싶었던 것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의 큰 벌을 받게 된다. 당장 벌을 받거나 훗날 받기도 하지만 언제든 반드시 벌을 받는다. 집회서의 저자는 그 벌은 현세에도 이미 시작되는 것으로 건강을 잃고(31,1 참조) “그릇된 길”(31,5), 곧 구원의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 우상 숭배의 근원 -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불안을 해소하려고 눈에 보이는 대상에 의존(금송아지 사건, 탈출 32,1-6 참조)하고 급기야 이방의 신을 섬기며 우상 숭배에 빠졌던 역사를 소개한다(1열왕 18장 참조). 특별히 판관기의 저자는 이집트에서 나와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가나안 신 바알과 아스다롯을 가까이하고 섬기라는 유혹을 받았음을 전한다(2,1-12 참조).

 

이스라엘 백성이 ‘바알’을 섬긴다는 것은 재물을 더 많이 얻고자 하는 탐욕 때문이었다. 그래서 탐욕은 하느님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는 ‘우상 숭배의 근원’이 된다. 바오로 사도는 이러한 역사를 기억하며 탐욕을 우상 숭배나 다름없이 여긴다.

 

그래서 탐욕에 대한 하느님의 진노는 하느님을 거역하는 자들에게 내리시는 진노와 동일하다고 보면서 이를 ‘그리스도인의 새 생활’에 위배되는 것으로 지적한다(콜로 3,5-6 참조).

 

▶ 악마의 방법 - 신약 성경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받으신 유혹 장면(마태 4,1-9 참조)에서부터 탐욕을 소개하면서 탐욕이 전형적인 악마의 방법임을 강조한다. 탐욕의 정체를 잘 아시는 예수님께서는 이에 대해 자주 말씀하셨다.

 

특별히 유산을 나누어 달라고 청하는 사람에게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루카 12,13-21 참조)를 들려주시며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말씀하신다. 악마는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그것을 믿도록 만든다. 마침내 ‘어리석은 자’가 되게 한다.

 

▶ 사람을 더럽히는 것 - 예수님께서는 탐욕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고 우리 안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신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21-23).

 

▶ 모든 악의 뿌리 - 바오로 사도는 탐욕에 빠진 자들은 유혹에 빠지고, 올가미에 걸리며, 어리석고 해로운 갖가지 욕망에 사로잡혀 파멸과 멸망의 구덩이에 빠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탐욕(돈을 사랑하는 것)을 ‘모든 악의 뿌리’라고 일컫는다(1티모 6,9-10 참조).

 

* 김인호 루카 - 대전교구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서로 「신앙도 레슨이 필요해」,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8년 11월호, 김인호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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