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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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ㅣ순교자ㅣ성지

[성지] 이스라엘 성지: 갈릴래아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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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07 ㅣ No.1780

[예수님 생애를 따라가는 이스라엘 성지] 갈릴래아 호수

 

 

- 갈릴래아 호수의 석양.

 

 

예수님의 공생활을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갈릴래아 호수입니다. 후대 사람들이 ‘예수님의 도시’라고 이름 붙인 카파르나움이 갈릴래아 호수 북단에 있는 항구도시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부들인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첫 제자들로 부르신 곳은 갈릴래아 호숫가에서였습니다(마태 4,18-22 참조).

 

그뿐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에 앉아서 군중에게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신 곳이 갈릴래아 호수였고(마태 13,1-9),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을 행하신 곳도 갈릴래아 호수 인근 외딴 평지였습니다(마태 14,13-21참조).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고 사람들을 가르치신 곳은 갈릴래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였습니다(마태 5—7장).

 

갈릴래아 호수는 또한 예수님의 주요 이동 통로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갈릴래아 지방을 두루 다니셨을 때에 호수를 이용하기도 하셨습니다. 외딴 곳으로 물러가실 때에 배를 이용하셨고(마르 6,32), 호수 동쪽 이방인의 게라사 지역으로 가셨을 때나(마르 4,35; 5,1), 호수 북서쪽 겐네사렛으로 가셨을 때도 배를 이용하셨습니다(마태14,34).

 

갈릴래아 호수는 예수님께서 직접 기적적인 일을 행하신 곳이기도 합니다. 물 위를 걸으신 기적을 행하신 곳이 갈릴래아 호수였고(마태 14,22-33), 거센 풍랑을 잠잠하게 하신 곳도 갈릴래아 호수였습니다(마르 4,35-41). 베테랑 어부 베드로와 그 동료들이 밤새도록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물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잡히도록 하신 곳도 갈릴래아 호수였습니다(요한 21,1-14 참조).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를 건조시켜 로마제국에 보급

 

이렇게 갈릴래아 호수는 예수님의 활동과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순례하는 이들은 갈릴래아 호수를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통은 예수님의 고향 나자렛과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신 카나를 거쳐 북동쪽에 있는 갈릴래아 호수로 이동합니다. 갈릴래아 호수는 해수면보다 무려 210m 이상 낮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호수가 가까워질수록 내리막길이 이어집니다. 저 아래 멀리에 푸른 갈릴래아 호수가 모습을 드러내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2000년 전 예수님의 자취를 그대로 간직한 저 호수가 오늘 거의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를 맞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 물고기.

 

 

갈릴래아 호수는 말이 호수이지 사실은 바다라고 할 정도로 큰 호수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호수(Lake)라는 말 대신에 바다(Sea)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호수는 동서로 폭이 13㎞, 남북으로 길이가 21㎞, 둘레가 53㎞에 이릅니다. 전체 면적은 167㎢로, 서울특별시 면적의 3분의 1 가까이 됩니다. 그러니 바다라고 할 만하지요.

 

갈릴래아 호수의 물은 북쪽 레바논과 시리아의 국경에 있는 헤르몬 산의 눈이 녹아 땅 속에 스며들었다가 이스라엘 북쪽 국경 지역인 단과 바니아스에서 솟아올라 요르단 강(상부 요르단)을 통해 호수로 유입된 것입니다. 단과 바니아스는 지하수로서는 수량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곳이라고 하니까 갈릴래아 호수로 흘러들어오는 물의 양도 보통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2000년 전 예수님 시대에 비하면 호수는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오늘날 갈릴래아 호수 일대는 순례객들에게는 순례지로, 일반인들에게는 관광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만, 2000년 전 예수님 시대에는 호수에서 잡아들인 물고기를 건조해서 로마 제국 전역에 보급하는 어업이 활황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당시에 고기잡이를 주업으로 하는 배가 230척이나 됐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지요.

 

대표적인 항구도시인 호수 북단의 카파르나움 외에, 호수 북서쪽에 있는 막달라(히브리어로 미그달)는 호수에서 잡아들인 물고기를 염장해서 판매하는 어업과 상업의 중심지였습니다. 복음서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루카 8,2; 마태 27,56 등)로 나오는 여인의 출신지가 바로 막달라이지요.

 

갈릴래아 언덕(좌) 갈릴래아(우).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갈릴래아 호수는 성경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구약 성경에서는 킨네렛 바다 혹은 그냥 킨네렛(민수 34,11; 신명 3,17)이라고 불렀는데, 오늘날 유다인들도 이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루카 복음서에는 겐네사렛 호수(5,1)라고 하는데 이는 호수 서북쪽에 있는 겐네사렛(그리스어) 혹은 기노사르(히브리어)라는 평야 이름을 딴 것입니다. 요한 복음서에서는 티베리아스 호수(6,1)라고 부르는데, 이는 당시 갈릴래아 지방 영주 헤로데 안티파스가 호수 서쪽에 티베리우스 황제(재위 14~37년)의 이름을 딴 새 도시를 지으면서 붙인 이름에서 연유합니다.

 

갈릴래아 호수를 찾는 순례객들은 호수 주변에 있는 여러 순례지들을 하나하나 순례하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분의 숨결을 느낍니다. 또 호숫가에 서서 아니면 배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로 가서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을 더욱 깊이 새길 수 있습니다.

 

호숫가에서는 어구를 손질하고 있던 제자들을 향해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마태 4,19)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호수 한가운데를 바라보면서는 물위를 걸어 제자들에게 오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마르 6,45-52). 거센 풍랑을 일으키는 호수를 향해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고 꾸짖으시고, 제자들에게는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하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떠올려도 좋겠습니다(마르 4,35-41).

 

우리는 ‘나를 따라 오너라’ 하시는 예수님 말씀에 응답한 제자들입니다. 오늘 그분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9월호, 이창훈 알퐁소(가톨릭평화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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