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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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성사] 정말 세례성사에서 은총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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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21 ㅣ No.241

[빛과 소금] 정말 세례성사에서 은총이 있는가?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는 말이 있다. 세례성사를 받은 우리는, 신앙생활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은총을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하느님께서는 내게 은총을 주시는가라는 질문 속에 그 답이 감추어져 있다. 은총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은 복권과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았을 때를 기억한다면, 장엄한 예식 속에서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세례를 받고 성체도 모시고 꽃도 받았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변화된 것이 있다. 세례성사를 받은 사람은 새로운 세례명을 받고 주님의 사람임을 고백하게 된다. 세례의 은총은 세례를 받는 순간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라는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는 것이다. 세례 받는 순간 우리는 어떤 외적 모습의 변화가 아니라 내적인 믿음 상태의 첫 출발임을 기억해야 한다. 은총은 하느님에게서 오지만 우리들이 은총을 받아들일 때 은총의 결실이 맺어진다.

 

우리는 삶에서 “믿음은 보이지 않는 실체들은 확증입니다.”(히브 11,1)라는 말씀에 집중해야 한다. 세례성사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체험이나 경험으로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삶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심도 있는 효과로서, 이는 영적으로 인간의 내면 안에서 파악될 수 있다. 그리스도교 신자는 세례와 견진성사를 통해 영적인 표지인 인호(印號)를 받는다. 이 인호는 그리스도께 완전히 속해 있다는 영적 표지이다. 세례 받은 사람은 그리스도께 속하며, 그는 그리스도인이 된다. 세례 받은 사람은 옛 죄에서 해방되었으며, 그리고 새로운 창조물이 된다.

 

세례성사가 모든 죄를 사해준다면 세례를 받은 사람 안에 죄의 경향이 왜 남아 있는가? 이에 대해 교회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즉 새로이 세례 받은 사람은 모든 죄의 사함을 받았다. 하지만 고통과 질병, 죽음, 연약한 기질, 특히 죄로의 경향은 남아있다. 이 자체는 죄는 아니지만, 죄로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대적하여 세례 받은 사람은 세례를 통해서 받은 선물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믿음을 간직해야 한다.

 

교회 공동체에 입문한다는 것은 세례를 받고자 하는 사람의 개인적 원의에 의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적극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 개인주의적이며 개별화되어 가는 사회 현상 속에서 교회 공동체 입문에 중요한 버팀목은 ‘나와 너의 만남’인 공동체를 통한 자기 발견의 성숙에 근거를 둔다. 이는 세례를 통해 새로운 교회 공동체에 입문함으로써 사회성과 문화적 변화의 지향을 갖게 한다.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교회 공동체를 통해 자신들의 새로운 정체성을 사회적 변화 속에서 찾게 되며, 각자 고유한 삶의 발전을 이루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교회 공동체는 세례성사를 받은 사람들이 일상 안에서 자신들 삶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공동체 일원 간의 다양한 방법을 통한 결속감과 자기 소속감을 갖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세례가 은총의 성사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인 믿음의 깊이가 아니라, 공동체적 차원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감을 받아들일 때 은총의 결실을 풍부히 맺을 수 있다. 세례 받는 당사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스스로가 세례성사를 받은 이들과 함께 새로운 삶의 형태를 갖도록 한다. 주님의 은총을 받은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사도직에 참여하여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복음의 기쁨을 세상에 알리는 주님의 제자임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2018년 4월 22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인천주보 4면, 김일회 빈첸시오 신부(구월1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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