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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성직자들의 세속적인 모습 보며 신앙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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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12 ㅣ No.813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성직자들의 세속적인 모습 보며 신앙 흔들려

 

 

질문

 

나이가 들어 신앙을 갖게 된 늦깎이 신자입니다. 성직자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제 신앙이 흔들립니다. 힘든 삶에 신앙은 제게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성직자들의 세속적인 모습을 자꾸 발견하면서 신앙적으로도 회의가 들곤 합니다. 성직자들도 나약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신자들은 성직자들에게 기대를 하고 있죠.

 

 

답변

 

최근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님께서 수원교구 한 사제의 성폭행 시도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를 했습니다. 미투(#Me Too) 운동의 확산으로, 종교계도 그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났고 잘못을 빌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깊이 성찰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당연히 많은 신자 분들은 분노하고 교회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것이라고 추측이 됩니다. 교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신자 분들이 성직자들에 대한 기대가 큰 것과 같이 저희 사제들도 주교님들을 포함한 동료 사제들에 대한 존경과 기대를 지니고 있습니다.

 

김희중 대주교님께서는 “사제들의 성적 일탈과 위선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교우와 국민에게 용서를 청한다”고 하셨습니다. 위선이란 표현이 마음에 많이 걸립니다. 사전적인 정의에 의하면 위선이란 겉으로만 착한 체한다는 뜻이랍니다. 많이 보아 왔던 정치인들의 위선이 그러했듯이 종교계에서도 이런 모습이 빈번히 나타난다면 보통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톨릭출판사, 2000)라는 책에서는 일본 천주교 주교회의 주교님들이 청일전쟁부터 일본의 패전까지 일본 천주교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낱낱이 기록하고 알리면서, 일본 신자뿐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용서를 비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신사 참배 권고, 전투기 구매에 앞장서면서 당시 군사 체제에 어떻게 협력을 해 왔는지를 온 천하에 드러내었기에 진정한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천주교회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고 이를 청산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힘든 삶에서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신자들을 위해서라도 교회는 자신의 잘못을 고치고 전체적으로 쇄신해야 합니다.

 

사제는 권위를 휘두르는 자가 아니라 참으로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특성상 본당사목이 주를 이루는 현실에서, 본당 사제가 보좌신부나 힘없는 평신도에게 함부로 하는 모습은 지난 세기로 끝을 내야 할 것입니다.

 

나약한 인간인 점에서는 사제나 신자나 똑같습니다만, 사제직으로 부르심을 받은 만큼 해내야 할 의무도 함께 존재할 것입니다. 사제가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을 한다면 이는 피아제라는 심리학자가 주장한 7세 이전의 아동들의 행동특성인 자기중심성이 너무 강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중심성이란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에 성(性)도, 교회 권력도, 금전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교회가 정치계의 힘을 입어 세금을 탈세하려고 하거나, 문화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지역을 개발하는 모습 등을 보면 종교계가 정말 하느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는 하고 있는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교회에 만연해 있는 일탈과 위선을 되짚어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죄를 들여다보고 정화하려는 사순 시기에 우리를 되짚어 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를 위해서, 그리고 하느님을 위해서!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8년 3월 11일, 이찬 신부(성 골롬반외방선교회 · 다솜터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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