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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환경 호르몬, 알고 계십니까: 이 시대에 필요한 즐거운 불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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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25 ㅣ No.1440

[경향 돋보기 - 환경 호르몬, 알고 계십니까] 이 시대에 필요한 즐거운 불편 운동

 

 

‘환경 호르몬’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얼마 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살충제 달걀의 파문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듯합니다. 환경 호르몬이 무엇입니까? 국어사전의 표현을 빌리면, “인체의 내분비 계통에 이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부연하면, 인체 외부에서 들어와 내분비 기관 안에서 호르몬의 생리 작용을 교란시키는 화합물을 말합니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살충제 달걀

 

지난 7월 유럽을 강타했던 벨기에산 살충제 달걀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장식 양계장이 문제였다고 합니다. 오직 알을 낳는 기계처럼 사육했던 것입니다. 대량으로 값싼 달걀을 생산하려면 동물 복지 따위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대량 소비에 맞춰 대량 생산이 반복될 뿐입니다.

 

좁은 공간에 살면서 스트레스가 쌓인 닭은 자해를 하는데, 이를 방지하려고 부리를 잘라 냅니다. 또한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탓에 진드기 같은 유해 곤충이 닭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자연에 방사되어 자라는 닭은 스스로 모래나 흙 등으로 목욕해서 진드기가 생기는 것을 막지만 좁은 우리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결국 유해 곤충을 막으려고 살충제 등이 뿌려지고 그 살충제는 알에까지 남아 사람의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무엇이 이런 악순환을 일으킵니까? 단순히 양계장을 운영하는 사람들만의 잘못입니까? 국민 보건과 환경에 미치는 정책 결함이 문제입니까? 물론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집트의 고기 가마를 그리워했던 이스라엘인들처럼 죄로 기우는 성향과 인간의 그릇된 욕망입니다.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 수밖에 없게 만든 대량 생산의 체계는 완전 식품으로 불리던 달걀을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혐오 식품으로 여기게 했습니다.

 

살충제 성분뿐만 아니라 동물 복지형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서 맹독성 살충제 디디티(DDT)가 검출되어 유기농과 환경친화적 시설에서 생산된 달걀까지 불신하게 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DDT는 ‘신의 실패작’이라 불리는 농약으로, 인위적 괴물입니다. 1979년부터 제조와 판매, 사용이 모두 금지되었으나 이 괴물은 자연 생태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 시간과 공간에 나타나 계속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그 폐해에 대해 미국의 레이철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구체적으로 경고했듯이, 농지에 살포된 DDT는 이끼로, 이끼에서 순록으로, 순록에서 상위 포식자인 사람으로 축적량을 늘려 갑니다. 그리고 사람이 병들어 죽고 땅으로 되돌려진 DDT는 다시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순환하는 생태계 고리에서 상위 포식자에게 머물다가 땅으로 되돌아와 사육장의 닭을 통해 알 속에 남게 된 것이 ‘DDT 달걀’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이 세상에서 무엇이 창조 질서를 보전하고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함께하는 일인지 깨닫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2).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선언하면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죄로 말미암은 죽음의 길에서 벗어나 참생명의 길을 걸을 것을 요청하신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와 용기 문제

 

간편 식품의 용기와 젖병, 콤팩트디스크(CD)의 재료로 쓰이는 비스페놀 에이에서 발생하는 환경 호르몬은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합니다. 이 환경 호르몬은 남성에게 무정자증을 일어나게 하고, 여성에게 ‘이상 성 징후’가 나타나게 합니다. 현재 비스페놀 에이는 한국 정부가 위험한 환경 호르몬으로 분류해 놓은 것입니다.

 

이렇게 위험한 환경 호르몬이 젖병과 간편 식품의 용기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많은 혼란을 겪었으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날의 삶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절약이 미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이 소비했습니다. 한때는 여성들의 모유 수유가 장려되기도 했으나 여성에 대한 노동 시장의 변화 없이 여성의 모성과 육아에 대한 권리도 경제 논리에 밀려 공허한 말잔치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모유 수유를 대신할 젖병이 넘쳐나고, 각종 플라스틱 용기들이 양산되었습니다.

 

또한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패스트푸드 섭취는 그 용기에서 발생하는 환경 호르몬으로 말미암아 호르몬 분비의 이상을 초래합니다. 경고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빠름의 문화에 잠식된 청소년들은 위험을 안은 채 바쁘게 경쟁의 세계로, 그들 삶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유아들과 청소년들은 우리의 앞날입니다. 그들을 위험 한가운데에 그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교회는 이들이 패스트푸드에서 벗어나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들의 앞날이 우리 교회의 앞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하느님의 건전한 창조 질서 가운데 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생리대 문제

 

여성의 생리대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몸은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내고 그분의 뜻을 선포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여성은 하느님의 창조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출산과 돌봄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들은 자궁을 통하여 하느님의 놀라운 창조 사업을 이어 갑니다.

 

이 여성의 몸이 위험천만한 환경 호르몬에 너무 가깝게 노출되었습니다. 여성의 몸을 망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앞날을 망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무엇보다도 소중히 보호되어야 할 기초가 오염되고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어야

 

이러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기 때문”(마태 13,13)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이러한 문제를 알고는 있으나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니 실천에도 굼뜬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 어둠과 죽음의 세계에서 발을 돌릴 것을 권고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빛의 자녀이며 낮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밤이나 어둠에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들지 말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도록 합시다”(1테살 5,5-6).

 

무엇보다도 우리 마음속 깊이 박힌 물신 숭배와 과학 만능의 사고가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환경 호르몬에 대한 문제를 마치 과학 만능의 기술 중심주의로 극복한 듯 태연합니다. 과학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맹신은 점점 더 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 삶의 양식도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교회는 이 ‘기술 중심주의’를 신봉하지 않습니다. ‘기술 중심주의’는 사람이 자연에 대해 절대 주도권을 갖는 것이 기본이기에 절대 인간중심주의에 들어가는 반면, 교회는 과학 기술에 대해 이른바 ‘그리스도교의 인간 중심주의’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 어두움과 죽음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보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불평을 계속했던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줄곧 반항과 배신으로 일관했습니다. 그에 대한 징벌은 불 뱀을 보내시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 불 뱀에 물려 죽었습니다. 우리 앞에 드러난 모든 환경적 재앙은 기술 중심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무한 경쟁, 그리고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간섭과 대량 생산, 소비 풍조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그 문제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습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불 뱀에 물려 죽게 되었을 때의 대책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들을 물어 죽게 했던 불 뱀을 기둥에 달아 그것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곧, 그들이 당면한 문제의 시발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불신과 반항을 그 불 뱀을 통해서 아는 것입니다. 뱀에 물린 이들은 기둥에 매달아 놓은 구리 뱀을 쳐다봄으로써 나았습니다(민수 21,4-9 참조).

 

지금 우리가 직면한 과제가 우리에게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물어 죽게 하는 불 뱀이 무엇입니까? 우리의 끝없는 욕망과 ‘신(神)의 부재’라는 교만입니다. 그 불 뱀을 제어하려면 우리의 과제를 직시해야만 합니다. 살충제 달걀, 환경 호르몬을 유발하는 농약과 젖병, 간편 식품의 용기, 생리대 등이 우리를 물어 죽이려는 저 불 뱀임을 알아야 합니다.

 

 

생태적 회개와 실천

 

예수님께서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치유하시면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하신 말씀을 우리에게도 반복하십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그러고 나서 …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루카 6,9-10). 오그라든 손을 펴신 이 기적에는 오만하거나 교만한 우리의 마음을 펴서 하느님과 이웃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 뜻을 헤아려 서로 소통을 이룬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행악으로 생태계는 병들었고, 불 뱀으로 우리를 고통과 죽음의 길로 치닫게 했습니다. 더 이상 파괴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고통과 죽음의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모세가 주님의 명령에 따라 구리뱀을 기둥에 달아 그것을 바라보게 했듯이, 우리도 기둥에 달린 고통과 죽음의 허상인 뱀을 직시해야 합니다.

 

모든 허상이 우리의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됨을 깨닫는 회개가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를 ‘생태적 회개’라고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당면 문제를 직시한다면 그 해결책은 생각보다 훨씬 수월합니다. ‘서로를 돌보는 작은 몸짓으로 넘치는 사회적 사랑’은 우리를 이끌어 생태계 파괴를 효과적으로 막고 ‘돌봄의 문화’가 스며들게 합니다( 「찬미받으소서」, 231항 참조). 그래서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기술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비록 느리고 불편하지만 생명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소비에 집착하지 않고 깊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예언적이고 관상적인 생활 방식”( 「찬미받으소서」, 222항 참조), 곧 적은 것이 많은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이는 절제를 통하여 성숙해지고 적은 것으로도 행복해지는 능력, 바로 ‘검소함’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지구와 피조물을 살리는 “즐거운 불편 운동”(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실천」 - 환경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지침서, 38항)은 환경 호르몬을 포함한 우리의 과제를 푸는 연결 고리가 될 것입니다.

 

* 백광진 베드로 - 서울대교구 신부.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11월호, 백광진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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