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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들여다보기: 학부모 민원, 독인가 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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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21 ㅣ No.79

[교육, 들여다보기] 학부모 민원, 독인가 약인가

 

 

학년 말, 선생님들의 눈치 싸움

 

해마다 연말 즈음이면 선생님들은 다음 학년도에 희망하는 학년 담임을 신청합니다.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적어 내면 교감님과 교장님들이 경력과 전공, 학교에서 담임을 맡았던 이력, 개개인의 특별사항(임신이나 유학 · 대학원 진학, 병세 등)을 고려하여 담임으로 발령합니다.

 

예전에는 2학년과 4학년이 선호하는 학년이었습니다. 2학년은 수업 수가 적고(1학년과 같음), 수업 내용도 어렵지 않은 학년입니다. 4학년은 스스로 할 줄 알고 사춘기도 시작되지 않아서 순종적이라 학급을 경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1학년은 모든 것(급식 지도, 화장실 지도, 감기약 먹여 주기 등)을 담임 교사가 해 주어야 하니 교사는 몸살이 날 지경입니다. 6학년은 수업도 가장 늦게 끝나고 사춘기가 시작되는 아이들이라 심리적인 갈등이 너무 커서 담임 맡기를 피하곤 합니다.

 

그러나 세월은 변했습니다. 2학년 담임 교사는 수업을 가장 많이 하게 되었고, 4학년은 학습 난이도와 분량이 갑자기 늘어나는 학년이라 담임의 선호도가 떨어집니다.

 

올해 담임 신청서를 받을 때 일이었습니다. 교사들은 신청서에 희망 학년을 적기 전에 각 학년 교사들을 순회하며 그해 학년 정보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폭탄’ 학생이 어느 학년에 있는지를(?) 파악하여 그 학년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폭탄이란 문제가 있는 학생뿐만 아니라 유별난 학부모도 포함됩니다.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의 성향에 따라 점차 학년 선호도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학부모 민원의 사례

 

1) 일기는 날마다, 한 바닥 가득

 

올해 신규 발령이 난 ‘ㄱ’ 교사는 담임을 맡은 지 이틀 만에 민원을 받았습니다. 그 요지는 이렇습니다. ‘알림장을 일일이 검사해 주지 않는다. 일기를 날마다가 아니라 일주일에 세 번만 쓰라고 한다. 그것도 다섯 줄 정도로 쓰라고 하는데 그것으로 쓰기 능력을 어떻게 신장시키려고 하는가?’

 

교사는 ‘알림장 검사는 4학년 아이들이라 주요 내용이 있을 때만 해 주었고, 일기는 아이들이 날마다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해서 주 3일만 쓰라고 했으며 차츰 늘려 가려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일기 부분은 학생 인권과 관련해서 강제로 쓰게 하거나, 검사를 해서는 안 되는 부분입니다.

 

이후에도 그 어머님은 연이어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잘 어울릴 수 있는 아이들로 모둠을 배치해 달라.’ ‘아이한테 선생님 심부름을 자주 시켜 주라.’

 

2) 적절한 조치

 

4학년 남자아이 둘이 보드게임을 하다가 싸웠습니다. 교사의 중재로 싸움이 멈추었습니다. 그 뒤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나가서 놀다가 또 다투었고, 한 아이의 얼굴이 살짝 긁혔습니다. 교실에 들어온 아이들을 보고 교사는 상처가 난 아이 부모님에게 전화하여 설명했습니다.

 

“애들이 그러는 동안 선생님은 무엇을 하셨고, 그 뒤 무슨 조치를 하셨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셨나요?” 학부모는 교사의 대응에 대해 추궁하였고, 자기 아이에게 상처를 낸 아이를 직접 만나 혼내주겠다며 학교로 달려왔습니다.

 

3) 치료비 청구는 이렇게

 

2학년 남자아이가 수업 중에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에 간다고 했습니다. 때마침 화장실에 있던 다른 반 남자아이가 그 아이를 보고 장난을 쳤습니다.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간 아이는 손잡이에 이마를 다쳐 혹이 생겼습니다. 병원에 다녀온 아버지는 가해자(?)인 아이 부모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양쪽 아이의 선생님들과 두 아이의 아버지가 교실에서 만났습니다. 담임 교사가 안전공제회에 치료비를 청구하겠다고 해도, 두 아버지의 신경전은 팽팽했습니다. 두 사람은 급기야 소리를 지르더니 밖으로 나가자고 했습니다.

 

결국 치료비 싸움인 듯싶어 선생님이 치료비를 전담하겠다며 중재하였습니다. 다음 날, 피해자 아버지는 치료비로 12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교사가 진단서와 영수증을 요청하자 며칠 뒤 아이는 4만 4천 원짜리 영수증을 가져왔고, 병원비를 깎아서 그렇게 되었다는 메모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지켜본 교감 선생님은 선의의 뜻을 가진 교사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 같다며 몹시 씁쓸해하였습니다.

 

4) 아이 옷 속에 도청기가 있어요

 

자기중심적인 용우는 성에 차지 않으면 주변 물건을 내던지거나 소리를 지릅니다. 아이들은 그런 용우가 얄미워서 같이 소리를 질렀고 점차 놀이에 끼워 주지 않았습니다. 용우 아버지가 달려왔습니다. ‘아이들이 우리 아이한테 소리를 질렀고, 같이 놀아 주지도 않고 소풍 가서도 같이 밥을 먹지 않으면서 놀렸다.’며 따졌습니다.

 

아이들이 놀렸던 이유는 게임을 할 때 용우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담임 교사가 용우의 편을 들지 않으며 당신의 자녀를 미워한다고 불만을 표했습니다. 며칠 뒤, 교실로 익명의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용우 주머니에 도청기가 있으니 조심하세요.”라는 말만 하고 끊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우미 아주머니의 전화였던 것입니다.

 

아이의 주머니를 뒤질 수 없어 아버지를 불렀고, 교장 · 교감 선생님과 여러 부장 선생님이 함께 면담을 했습니다. 그 결과 아이 주머니 속에 도청기를 넣었다는 자백을 받아 냈습니다.

 

 

학부모 민원의 내용

 

예전의 학부모는 자녀가 잘못하여 학교에 불려나오면, ‘가정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무조건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학부모는 불만이 생기면, 선생님과 상의하여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바로 교장이나 교육청 또는 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합니다. 좀 더 상위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여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탑다운’ 해결방식을 택하려는 것입니다.

 

학부모들의 민원은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 담임 교사와 학생(학부모)의 갈등.

- 내신 성적과 평가(지필 고사, 수행 평가 등) 관련.

- 학교 폭력과 선도 처분에 관한 불만.

- 교사의 역량과 자질에 대한 불만.

- 학교와 학부모 간의 갈등.

- 학부모(운영위원회 위원)와 학부모(학부모회) 간의 갈등.

 

 

외국에서는

 

민원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지나치게 자기중심적 요구를 반복하는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 현상이 교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자기 아이만을 위한 전용 교사를 붙여 달라. 자녀를 학교 대표로 뽑아 달라. 학교에서 아침을 제공하라.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데리러 오라.’ 등과 같은 무리한 요구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교사에게 연락해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무례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 정신 질환으로 병가를 낸 교사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문부과학성에서 교사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대책 수립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에서는 2007-2008년에 현직 교사의 4%가 1년에 1회 이상 신체적 공격을 경험했으며, 7%는 협박과 위협을 받았다고 합니다. 2011년에는 현직 교사의 80% 이상이 최근 1년 동안 교권 침해를 받았고, 95% 이상이 학생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교권이 법률적 보호를 받고 있으며 법적으로 금지된 체벌을 제외한 근신, 압수, 정학, 퇴학 등의 더욱 강력한 훈육적 처벌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학생의 행동 붕괴가 일어나 교권 침해 사건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학부모 민원이 날로 다양해지고, 엄청난 비율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무려 2,531건이나 민원이 제기되어 학교 행정을 마비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2016년에는 국회에서 ‘교권보호법’을 제정하여 교사의 권익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였습니다.

 

 

스스로의 성장을 차단하는 민원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한 교실에 모여 집단 생활을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한 일입니다. 갈등과 다툼이 있기 마련입니다. 말이 잘 통하는 아이들끼리 어울리면서 왕따 문제가 생기는 것 또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내 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 채 자주 문제가 생긴다면, 무조건 민원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먼저 부모 자신의 훈육 방법에 대해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데도 불안감이나 조급함 때문에 아이를 간섭하거나 다그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세요. 부모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닌데 먼저 살았기 때문에 정답을 가지고 있는 듯이 부모의 틀에 가두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십시오.

 

자녀에 대한 사랑이 헌신을 넘어 희생으로 가게 되면 ‘너 때문에’나 ‘널 위해서’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자란 자녀는 지나치게 성숙해져 매사에 참기만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원만하게 어울리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따라서 민원을 제기하기에 앞서 내 아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부모의 훈육 방법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살펴보고, 그것을 제거해 주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부모 민원은 행정 민원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 김미자 유스티나 - 서울 반원초등학교 수석 교사로 서울시 교육청 학습상담심리지원단과 행복독서지원단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했으며, 학부모와 교사 대상의 강의와 교육 컨설팅을 하며 다수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7월호, 김미자 유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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