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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제는 사회 통합이다: 사회 통합, 무엇이 먼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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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20 ㅣ No.1413

[경향 돋보기 - 이제는 사회 통합이다] 사회 통합, 무엇이 먼저인가

 

 

제20대 대선이 치러진 지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다. 9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만큼 국민들도 새로운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요즘 새 대통령의 소탈한 서민적인 행보는 국민과의 정서적 공감과 소통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어 많은 사람의 기대에 부합한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 농단 사태로 분열된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어 혼란스러운 정국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기대하고, 민생 안정을 통한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져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한마디로 ‘통합과 개혁’이라는 열망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사회 통합을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역대 정부도 저마다 사회 통합을 강조하며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틀과 지역주의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해 사회 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 어느 때는 국가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따라서 본 글의 목적은 새 정부의 사회 통합이라는 큰 과제를 사회 갈등에 비추어 알아보고, 통합에 가장 시급한 사회 불평등의 해소와 적폐 청산을 통해 나아가는 국민 통합의 길을 살펴보는 데 있다.

 

 

참된 민주주의가 회복되어야

 

많은 국민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수개월 동안 촛불을 밝히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염원하며 우리 사회의 적폐 청산을 촉구하였다. 부패하고 불의한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정치와 검찰, 국정원, 언론 등이 장악되거나 국가 권력이 사유화되고, 권력과 재벌이 한통속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에 해당하여 대통령을 파면’하였다.

 

우리 국민은 스스로의 잘못된 선택으로 말미암아, 소통과 화합보다는 지난 정권의 유지 차원에서 대립을 내세우는 정부에 의해 남북한 관계가 경색되거나 단절되어 평화와 통일이 멀어지게 되고, 보수와 진보가 극한 대립을 보여 왔다. 또한 블랙리스트 등을 통한 사찰로 인권이 침해되고,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심화되었다. 이와 더불어 경제 민주화와 부의 재분배에 역행하는 가운데 복지의 후퇴 등으로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져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과거 정권이 망친 나라를 우리가 바로 세운다.’는 주권자 의식을 본격적으로 일깨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곧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의 존재 방식에 대해 국민들이 깊이 고민하게 한 커다란 계기가 되었다. ‘과연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가톨릭교회는 민주주의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교회는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하는데, 이 체제는 확실히 시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중요한 권한을 부여하며, 피지배자들에게는 지배자들을 선택하거나 통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평화적으로 대치할 가능성을 보장해 준다. 따라서 교회는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을 위하여 국가 체제를 점령하고 폐쇄된 지배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도와주면 안 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법치 국가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올바른 인간관의 기초 위에 성립한다. 민주주의는 참된 이상에 대한 교육과 양성을 통한 개인의 향상을 위해서나 참여와 공동 책임 구조의 설립을 통한 사회 주체성의 향상을 위해서 필요조건들이 채워지기를 요구한다”( 「간추린 사회 교리」, 406항).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8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심각한 결함 가운데 하나는 도덕적 원칙과 사회 정의 규범을 한꺼번에 짓밟는 정치적인 부패이다.”

 

정치적 부패는 국가의 올바른 통치를 위협하며,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공공 기관들에 대한 불신을 증대시키고,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야기한다. 그러나 이번 국정 농단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참된 민주주의의 가치인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 존중, 정치 생활의 목적이며 통치 기준인 공동선에 대한 투신과 같은 열매들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사회 통합은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가

 

종교의 다양한 사회적 기능 가운데 하나는 사회 통합이다. 사회 통합과 사회 갈등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보여 주는 개념이면서, 동시에 사회를 바라보는 대립적인 관점이기도 하다.

 

사회 통합은 그 구성원 모두가 기존의 사회 규범이나 규칙을 통해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면서 만족스럽게 살아가거나, 사회적 불만이 적극적으로 표출되지 않는, 균형과 질서가 잡힌 상태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반면에 사회 갈등은 그 구성원 사이에서 기존의 사회 규범이나 규칙이 공평하거나 공정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개인이나 집단들이 이해관계나 의견에 따라 분열하고 대립하며 서로 맞서는 상태를 뜻한다.

 

그렇다면 ‘사회 통합은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가?’ 모든 사회에는 현실적으로 통합적인 요소와 갈등적인 요소가 공존할 수밖에 없고, 착취와 지배, 차별 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갈등을 잘 봉합하여 사회 통합을 이루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사회 통합을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는 사회 갈등이 사회 변동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경제적 원인을 들 수 있다. 빈곤, 분배의 불평등이 좋은 예다. 한겨레 신문이 최근 창간 29돌을 맞아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에게 ‘사회 통합을 위해 갈등 해소가 가장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분야’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35.9%가 ‘빈부 갈등’을 꼽았다. 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분배의 정의와 먹고사는 살림살이가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정치적 원인이다. 사회적 규칙을 정하고 강제력을 행사하는 지배 세력은 권력을 이용하여 더 많은 자원을 소유하려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노동력을 이용함으로써 물질적 경제적 이익을 비롯한 각종 이득을 누리려 한다. 사회 집단이나 세력 간에 형성된 정치적 지배와 저항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정치적 갈등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와 사회 변동이 이루어졌다. 정치적 지배가 조직화되면서 지배 세력이 물리력을 독점하며 피지배 세력을 통치하고자 했고, 이에 대한 저항과 투쟁이 혁명을 가져왔다. 한국 사회도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국민을 통해서 이번 촛불 시민 혁명을 가져왔던 것이다.

 

세 번째로는 문화와 이념적 원인을 들 수 있다. 이를테면 청년이나 청소년들은 가정에서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부모에게 불만을 느끼는 가운데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활을 즐기려고 한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국가의 일방적이고도 권위주의적인 통치에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자본주의의 소비 문화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들의 저항적 가치와 문화적 욕구는 한국 사회 안에서 1987년 6월 항쟁으로, 1997년 외환 위기 뒤에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모순으로 분출되었다. 이후에 탈권위주의, 생태주의, 탈물질주의, 남녀평등, 성 해방 등의 다양한 사회 변동이 일어났다. 사회마다 계층이나 집단, 세대, 지역 간에 문화와 이념, 종교, 가치 등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차이는 공존하고 타협하기도 하지만 갈등하면서 대립하기도 한다.

 

 

구시대의 유령들을 먼저 청산해야

 

지난 5월 9일에 치러진 대선에서는 ‘정권 교체와 적폐 청산’이라는 큰 명분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전후해 벌어졌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고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결이라는 틀과 지역주의의 정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해 사회 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반대 세력까지 포용하며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루어 내는 것이 새 정부의 주요 과제가 되었다. 야당과의 협력 통치는 새 정부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적폐 청산’을 주요 기치로 내걸며, 정치권력의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었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이번 대선은 전직 대통령의 탄핵에서 비롯되었다.”고 강조하며 시대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면 구시대를 떠돌아다니는 유령들을 먼저 청산해야 한다. 그것은 박정희 정권 시기에 정착된 재벌 체제, 정경 유착, 관료주의, 중앙 집권, 지역주의, 노동 배제 등의 법이나 제도, 관행들이다. 이러한 구시대의 적폐들은 반칙 체제의 산물이다. 문재인 정부는 특권을 법과 제도, 국민적 지지를 얻어서 변화시켜야 한다. 권위주의적이거나 보복, 힘으로 내리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특권에서 배제된 집단의 목소리와 함께 힘을 키워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사회 주체들이 각종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적절한 법적 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교회의 보조성 · 연대성 · 공동선의 원리에 따라 필요할 때 언제든지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인류의 공존과 평화, 공동선, 생명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성찰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올바른 지표를 제시하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가는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권력이나 자본과 창조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비판적 새 민주 공화국을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새로운 변화 속에서 열릴 통합의 길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이렇게 강조했다.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신 위대한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새 정부가 성공하려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먼저 분배의 정의를 실천하고 먹고사는 살림살이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법이나 제도, 관행들의 적폐를 청산하는 가운데 국민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앞으로 새 정부는 국민들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지고 분열과 반목을 씻어 내며 국민 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소통과 ‘협치’(協治)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나라가 당면한 국제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지혜롭게 대응하며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국민들은 저성장, 소득과 부의 양극화, 청년 실업과 같은 현안 해결을 위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해 기대가 매우 크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 곧 적폐 청산을 통한 대대적인 개혁으로 공정한 경쟁과 기회가 보장되고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되는 가운데 이루어질 국민 통합이 꿈이 아니기를 바란다.

 

* 김윤석 바오로 - 인천교구 신부. 2001년에 사제품을 받고 현재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부국장으로,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과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경향잡지, 2017년 7월호, 김윤석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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