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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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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09 ㅣ No.940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 (1)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

 

도미니코 수도회 회원이며 신학 교수였던 복자 알라노(Alano della Rupe, 1428-1475)는 오늘날 바치는 묵주기도 형식의 창립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강론과 글들은 묵주기도와 같은 ‘성모 시편’에 대한 묵상으로 채워졌으며, 성모님께 드리는 그의 뜨거운 신심과 열정은 기도의 방법에 대해 더욱 구체화 시켰습니다. 복자 알라노는 칼카르의 하인리히가 바쳤던 것처럼 성모송의 반복에만 국한되거나, 프루시아의 도미니코의 기도처럼 성모송마다 해야 했던 묵상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 복자 알라노.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 형식의 영적 의미

 

복자 알라노는 ‘아폴로지아’(Apologia)라는 글에 묵주기도 형식에 대해 설명하고 정리하였습니다. 150번의 성모송은 구약의 시편을 대신 노래하는 것이었습니다. 150편의 시편을 50편씩 세 개로 묶어(Tre cinquantine) 시간 전례(성무일도)를 바치듯이 아침 기도(환희의 신비), 낮기도(고통의 신비), 저녁 기도(영광의 신비)로 하루에 세 순간을 묵주기도로 바칩니다.

 

열 번의 성모송을 한 단으로 묶는 것은 시편 저자가 노래한 ‘비파와 열 줄 수금’을 의미합니다. “비파로 주님을 찬송하며, 열 줄 수금으로 그분께 찬미 노래 불러라.”(시편 33,2) 그래서 단순히 효과적으로 기도의 수를 세기 위해 바치던 매 단 열 번의 성모송은 영적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열 번의 성모송은 성모님께 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 됩니다. 또한 세 개의 신비 주제(환희, 고통, 영광)를 각각 5개의 신비 선포들로 묶어 묵상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오상(五傷)에 대한 공경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각 신비의 묵상 구절들에 대한 선포는 그리스도의 오상을 표현하는 영적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복자 알라노는 성모님께 드리는 성모송을 통해 성모님께 드리는 인사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죽음, 부활(환희, 고통, 영광)에 대한 묵상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초대합니다. 그래서 각각의 신비에 대한 묵상은 성모송의 암송과 함께 이루어집니다. 기도문 암송만을 하는 소리 기도만으로 기도가 이루어지거나, 소리 기도 없이 묵상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 기도와 묵상 기도가 함께 어우러지는 기도의 형식을 갖추게 됩니다. 사람이 영혼과 육신이 있는 것처럼 묵주기도의 묵상 기도와 소리 기도는 기도의 영(靈)과 육(肉)이 됩니다. 이러한 기도방법을 통해 하느님께 드리는 공경과 흠숭에 참여하게 됩니다.

 

 

묵상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제안

 

묵상을 이해하기 쉽게 복자 알라노는 많은 구상과 권고를 하였는데, 신비 묵상을 하는데 있어 다섯 가지 묵상 방법을 제안하였습니다.

 

1) 첫 번째 방법 :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에 대한 묵상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탄생(환희의 신비), 그리스도의 수난(고통의 신비), 그리스도의 영광(영광의 신비)을 떠올리는 방법입니다. 신비 선포에 대한 내용을 순서대로 그리스도의 일생 전체를 묵상하며 구원의 신비를 기도합니다.

 

2) 두 번째 방법 : 성모님과 성인들을 통하여 그리스도에 대해 묵상합니다. 환희의 신비에 나오는 다섯 가지 신비 묵상은 성모님의 오감(五感)을 함께 느끼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눈으로 예수님을 바라보고, 예수님께 말씀을 건네시는 입, 같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예수님의 숨소리, 예수님의 손을 잡으시는 성모님의 손, 당신 아드님의 인간적인 체취 등. 성모님의 심상을 고스란히 나의 심상으로 삼게 됩니다. 또한 고통의 신비는 예수님의 오상(五傷)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 십자가에 못 박힌 양손과 양발, 창에 찔린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영광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여러 성인의 다양한 범주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천사들, 구약의 예언자들, 사도들, 순교자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마태 16,24)는 말씀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천상 영광을 누리는 성인들을 기억하며 우리 또한 그 영광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입니다. 천사들과 함께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묵주기도로 예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3) 세 번째 방법 : 성령을 통하여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삼덕(三德)을 깊이 깨닫는 것입니다. 성모송을 한 번 바치거나 성모송을 한 단(열 번) 바칠 때마다 신망애 삼덕의 내용을 묵상합니다. 진리의 근원이시며 그르침이 없으신 하느님에 대한 살아있는 믿음을 청하거나, 자비의 근원이시며 저버림이 없으신 주님께 구원의 은총과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고, 사랑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성모송을 한 번 바치거나 성모송을 한 단 바칠 때마다 우리의 악습들을 없애기 위해 하나씩 떠올리며 기도합니다.

 

- 파티마의 성모님.

 

 

4) 네 번째 방법 : 이웃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입니다. 교회를 위하여, 교황님을 위하여, 성직자들을 위하여, 정치인들을 위하여, 백성을 위하여, 부모님을 위하여, 배우자를 위하여, 친구들을 위하여, 원수를 위하여, 살아있는 이들을 위하여, 혹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5) 다섯 번째 방법 : 각자 신분에 맞는 직무를 잘 수행하도록 기도하는 것입니다. 교황의 직무를 수행하는 이를 위하여, 사제들을 위하여, 군인들을 위하여, 재판관들을 위하여 각자의 자신의 소임을 하느님 뜻에 맞게 수행하도록 기도하는 것입니다.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는 각자의 믿음과 그리스도교 공동체 구성원의 내면의 변화를 이루기 위한 효과적인 기도이며,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며 그 신비의 본질과 동화되도록 적절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5월은 성모님의 달입니다. 성모성월을 보내며 어머니께 기도와 찬미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합니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은 “성모 성월은 기쁨과 위로의 달이며 이 신심을 통해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공경하고 그리스도교 백성은 영적 예물로 풍부해진다”고 강조하셨습니다. 2017년의 5월은 또 하나의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1917년 5월 13일 파티마에서의 성모 발현은 5월의 기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을 맞이하는 5월에 ‘묵주기도의 모후’이신 파티마의 성모님께 기도의 영적 꽃다발인 묵주기도를 정성 가득히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열 번의 성모송을 한 단으로 묶는 것은 ‘열 줄 수금’으로 찬미의 노래를 불러 드리는 것이며, 각 신비의 5개의 신비 선포 묵상 구절들은 그리스도의 오상(五傷)에 대한 공경의 표현입니다.

 

+ 묵주기도의 묵상 기도와 소리 기도는 기도의 영(靈)과 육(肉)이 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5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 (2)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 형식

 

- 복자 알라노.

 

 

오늘날 우리가 바치는 묵주기도의 창립자라고 할 수 있는 복자 알라노는 다양한 형식의 묵주기도를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정리하면서, 형식에 영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묵주기도의 구조 자체가 기도가 됩니다. 성모송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성모 시편’을 복음의 요약인 묵상 구절과 함께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면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규칙서’를 응용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자신의 규칙서를 15장(15개의 신비 묵상)으로 구분하고 매 장을 10개의 글(10번의 성모송)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묵주기도에 관련된 책이 처음 나올 때 이러한 형식을 따라 150번의 성모송을 150개의 묵상글과 그림으로 채워 넣습니다. 오늘날 ‘묵주기도 묵상서’들이 성화와 글을 함께 사용하는 유래도 이와 같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기도를 크게는 150이라는 시편의 수를 기본으로, 각각 열 번의 성모송을 반복하는 15개의 묵상 구절로 세분화하고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五傷)를 공경하는 의미에서 다섯 개씩 묵상 구절을 묶어 세 개의 화관(환희, 고통, 영광)으로 정리합니다. 이렇게 구원의 신비들에 대한 신심을 고양시키는데 집중함으로써, 기도하는 이들의 악습을 고치고 그리스도의 신비의 본질에 동화될 수 있도록 묵주기도의 형식을 구성합니다.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 형식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1) 성모송의 반복은 ‘다윗의 시편’처럼 150번을 반복한다. 주님의 기도를 시작으로 열 번의 성모송을 한 단으로 바친다.

 

2) 매 단마다 묵상을 하게 되는데, 처음 다섯 개의 묵상 구절은 그리스도 육화의 기쁨을 드러내고(환희의 신비), 다음 다섯 개의 묵상 구절은 수난의 고통을 따르며(고통의 신비), 마지막은 부활의 영광(영광의 신비)을 묵상한다.

 

3) 소리 기도의 암송은 인간 구원의 신비 묵상과 함께 결합되어 기도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복자 알라노의 성모송에 대한 묵상

 

- 위로부터 환희, 고통, 영광의 신비.

 

 

알라노는 ‘예수와 마리아의 시편’(4권 7장)에 가장 주요한 기도인 성모송을 반복할 때마다, 기도를 통해 얻게 되는 묵상의 의미를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경탄합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사탄은 쫓겨나고, 지옥은 두려움에 떱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세상은 그 빛을 잃고,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끌어오릅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나태는 사라지고, 욕정은 가라앉습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슬픔은 사라지고,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찹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믿음은 성장하고, 죄에 대한 뉘우침이 시작됩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마음은 희망으로 충만하여, 위로 받습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영혼은 강해지고,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다시 채워집니다.

 

 

책을 통한 기도의 전파

 

1475년 ‘성모 시편’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고, 이 책을 통해 15개의 신비 묵상 구절에 대해 정리됩니다. 추후 비슷한 책들이 다양하게 출판되고 광범위하게 기도가 퍼져나갑니다.

 

1495년도에 출판된 책에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님을 표지로 삼고 있습니다. 그분들 앞에 세 사람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데, 각자의 손에 묵주를 들고 있습니다.

 

그들의 옷은 흰색과 빨간색, 황금색으로 구별이 됩니다. 흰색 옷은 환희의 신비이며, 붉은색 옷은 고통의 신비, 마지막으로 황금색 옷은 영광의 신비입니다. 묵주기도를 바칠 때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도 함께 묵주를 들고 계시는데, 기도를 바치는 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계십니다.

 

묵상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15개의 그림(판화)으로 넣었으며, 세 개의 큰 주제로 묶어 놓았습니다. 첫 번째는 오늘날에도 바치고 있는 환희의 신비와 관련된 5개의 묵상 구절이며, 두 번째는 고통의 신비와 관련된 5개의 묵상 구절입니다. 그리고 영광의 신비와 관련되어 5개의 묵상 구절을 표현하였습니다.

 

하지만 영광의 신비의 마지막 5단의 묵상 구절은 오늘날처럼 ‘예수님께서 마리아께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심’에 대한 내용이 아닌 ‘하느님의 영광과 모든 성인들이 최후의 심판 날에 받게 되는 영광’을 묵상하도록 합니다. 각각의 그림은 10송이 장미로 관(冠)을 엮어 그리고, 커다란 장미를 ‘주님의 기도’로 삼습니다.

 

- 베드로 가니시오 성인.

 

 

묵주기도 신비의 완성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하게 되는 묵상 내용을 ‘신비’(Mistero)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은 도미니코회 소속 알베르토(Alberto da Castello, +1522)가 1521년에 출판한 ‘영광 가득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라는 책을 통해 처음 사용됩니다.

 

16세기 중반 종교 개혁 시대의 예수회 회원인 베드로 가니시오(Pietro Canisio, 1521-1597) 성인은 1577년에 쓴 책에 ‘예수님께서 마리아께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심’에 대한 영광의 신비 5단을 기록하면서, 오늘날의 형태의 묵주기도의 신비 묵상 주제를 정리하게 됩니다.

 

비로소 기도의 의미와 방법, 묵상 내용에 대한 책을 통해 묵주기도는 일정한 형식을 갖추게 됩니다.

 

묵주기도의 신비 묵상은 예수님의 일생에 대한 주요한 주제를 쉽게 떠올리도록 구성하였으며, 반복되는 소리 기도를 통해 많은 이들이 어렵지 않게 기도를 따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 신자들은 이러한 형태의 새로운 기도를 받아들이고 묵주기도는 빠르게 확산되어 갑니다.

 

+ 묵주기도를 바치는 이들이 그리스도 신비의 본질에 동화될 수 있도록 묵주기도의 형식을 구성합니다.

 

+ 성모송을 바칠 때,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경탄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6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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