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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자비의 성모 - 톨가의 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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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12 ㅣ No.310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자비의 성모 (2) ‘톨가의 성모’

 

 

- ‘톨가의 성모’, 13세기,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러시아.

 

 

톨가(Tolga)의 성모는 아기 예수님이 자신의 뺨을 어머니 마리아의 뺨에 마주 대고 한 손으로 힘차게 끌어안고 있는 모습으로, 11월 27일자에 소개한 자비의 성모와 같다. 자비의 성모와 다른 점은 아기 예수님이 어머니 품에 안겨있는 모습이 아닌, 어머니 무릎 위에 서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는 미카엘과 가브리엘 두 천사의 호위를 받으며 옥좌에 앉아 계시는 천상 여왕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톨가의 성모 이콘은, 이와 같은 모습으로 로스토프(rostov)의 프로코루스 주교(prochorus)에게 나타나신 기적의 성화를 그 근거로 하고 있다.

 

당시 프로코루스 주교는 자신의 관할 교구를 돌아보고 있었다. 먼저 백해(White Lake) 주변을 방문했고, 거기서 야로슬라블(Yaroslavl)을 향해 쉑스나 강(Шексна)과 볼가(Volga)강을 따라 여행했다. 1314년 8월 8일 야로슬라블(Yaroslavl)에서부터 7베르스트(러시아의 옛 척도. 1베르스트는 약 1.0668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볼가 강 왼쪽 제방 위 톨가(Tolga)라는 곳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밤이 깊어 모두가 잠이 들어있을 때, 주교는 밝은 빛에 눈을 떴다. 밝은 빛은 강둑 위에 나타난 불기둥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는데, 그 지역을 환하게 비추면서 그곳에 놓여 있던 다리도 선명하게 밝히고 있었다. 주교는 자신의 일행 중 한 명을 깨워 함께 그 불기둥 가까이 다가갔는데, 그때 그 옆에 성모님의 이콘 하나가 공중에 떠있는 것을 보았다. 이에 놀란 주교는 오랫동안 기도했다. 그리고 자신이 데려간 일행이 있었다는 것도 잊고 그 자리에 남겨두고, 정신없이 머물던 곳으로 돌아와 다시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기도 후, 프로코루스 주교는 배를 타고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준비를 하며, 그 전날 함께 그 기적의 장소에 갔던 일행을 찾기 시작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제야 주교는 어제의 기적이 생각나 시중들던 이들에게 어젯밤 기적이 일어났던 그 지역의 다리 주변을 찾아보게 했고, 또 일부는 배를 타고 그 외의 다른 지역을 돌아보게 했다. 잠시 후 그들은 돌아와 숲 속에서 그 사람을 찾았는데, 그 사람 옆 나뭇가지에 성모님의 이콘 하나가 걸려있었다고 보고했다. 이에 주교는 모든 일행들과 함께 강 건너로가 전날 자신에게 나타났던 성모님의 이콘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전날 밤의 일은 꿈이 아닌 실재 일어난 사건이었던 것이다. 주교는 즉시 그 이콘 앞에서 경건하게 기도를 하고, 숲 속 그 성화가 위치한 나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해 나무로 성당의 기초를 놓기 시작했다. 야로슬라블 사람들도 이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으로 오전 12시경에 나무로 건축된 성당은 완공됐고, 저녁에는 프로코루스 주교 주례로 봉헌식을 거행했다. 성당 안에는 기적의 성모 이콘을 모시고, 이 성화가 모습을 드러낸 날인 8월 8일을 축일로 정했다. 프로코루스 주교는 나중에 이 목조 성당 근처에 톨가 수도원을 세우고, 1328년 9월 7일 선종했다.

 

*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12월 11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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