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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그럴 만한 이유(기본적 귀인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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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08 ㅣ No.477

[레지오와 마음읽기] 그럴 만한 이유(기본적 귀인오류)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다. “남이 하면 비난, 내가 하면 비판. 남이 하면 투기, 내가 하면 투자”라는 다른 말들로도 자주 패러디 되는 것을 보면, 우리들은 입장에 따라 상황이 달리 해석되는 경우를 꽤 경험하게 되는 듯하다. 사람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매사에 자신을 타인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는 자기중심사고가 강한 유아기적 성격인 경우나 자신의 신조나 양심에 벗어나는 일을 행하는, 즉 자신을 속이는 자기기만인 경우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귀인(歸因)오류’라는 사고 작용의 결과일 수 있다. 여기서 ‘귀인’이란 ‘어떤 행동의 원인에 대한 추론’인데, 우리가 귀인을 하는 이유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나아가 행동 예측이나 결정에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귀인과정에서 오류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를 ‘귀인오류’라고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귀인이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 1896-1988)는 그의 저서 ‘대인관계의 심리학’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의 원인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이나 해답을 얻을 때까지 추론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추론 과정에서 그러한 행동 원인을 그 사람의 내적요소로 보면 “내부귀인”, 외적요소로 보면 “외부귀인”이라고 구분하였다.

 

“내부귀인”은 그 행동을 한 원인이 그 사람의 내부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 태도 등이 원인이 되어 그런 행동을 했다고 추정하는 것이고, “외부귀인”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닌 외부 환경에 의해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주로 외부의 압력이나 사회적 규범 혹은 우연한 상황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지각하는 사람에 대하여 그 사람이 게을러서 지각했다고 생각하면 내부귀인을 크게 본 것이고 갑자기 어떤 일이 생겨 지각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외부귀인을 크게 본 것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은 대개 남의 행동을 추론할 때는 내부요인을 크게 보는 내부귀인을 하는 반면,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때는 외부요인을 크게 보는 외부귀인을 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이 폭력을 행사하면 그 사람 성격이 급하거나 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내가 폭력을 행사한 것은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 쉽다.

 

이렇게 입장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나의 문제는 내가 행위자이므로 처한 상황을 잘 아는 반면, 다른 사람의 경우는 내가 관찰자에 불과하므로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추정 과정이 잘못될 수 있어 오류라고 하는 것이고 이런 현상이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인 것이란 뜻으로 사회심리학자인 리 로스(Lee Ross)는 “기본적 귀인오류”라고 하였다.

 

로스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통계학을 가르쳤을 때와 인본주의 심리학을 가르쳤을 때, 그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전혀 달랐다고 한다. 즉 통계학을 가르친 학기에는 로스가 냉정하고 완고하고 쌀쌀맞고 까다롭고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평가받았는데, 인본주의 심리학을 가르친 학기에는 내적 성숙과 공동체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학생들은 그의 모습을 강의과목의 특성(외부요인)은 무시하고 교수의 성격(내부요인)으로 돌리는 “기본적 귀인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이처럼 내가 행위자냐 관찰자냐에 따라 우리의 해석은 달라진다. 소위 말하는 입장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S자매는 레지오 규율을 지키려고 애쓰고 기도도 많이 하는 열심한 레지오 단원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Pr. 단장이 된 뒤로 Pr.의 많은 단원들이 레지오를 그만두려고 하자 급기야 Cu. 단장이 나섰다. 알아보니 S자매는 평상시에도 주위 사람들과 사소하지만 다툼이 잦았는데 그녀의 습관적인 이중 잣대가 문제였다.

 

단장은 자신이 행사나 주회에 빠질 때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며 변호하면서, 다른 단원이 빠지거나 지각하면 열성이나 믿음이 부족하며 규율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의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이에 단원들은 단장이 독선적이며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지만 규율을 강조하는 단장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어서 본인들이 레지오 단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그만 두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Cu. 단장이 좀 너그럽게 단원을 대하라고 충고하였지만 그녀는 Cu. 단장이 Pr. 단장인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오히려 화를 냈고 결국 레지오를 그만두게 되었다.

 


귀인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기본적 귀인오류’라는 심리작용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자신의 실수나 실패에 대한 원인을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닌 외부의 문제로 돌리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자주 일어나면 자기보다는 상황을 탓하게 되어 반복되는 실수나 실패를 피할 수 없다. 또한 타인과 관계도 달라지는데 이는 내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귀인하느냐에 따라 관계를 끊을 수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 귀인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나를 포함한 어떤 사람의 행위에 대하여 내가 내부귀인을 하는지 외부귀인을 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지각이나 결석이 잦은 단원이 게으르고 무책임한 성격이거나 레지오에 대한 열성이 부족하거나 혹은 아직 레지오가 얼마나 좋은지 맛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내부귀인을 하는 것이다.

 

그럴 때는 지각과 결석이 잦은 그 단원이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보고 직접 알아보는 것이 먼저이다. 그리고 그가 나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 지를 생각해 보면 그 단원이 이해가 되거나 그 단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조언할 수도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의 행위에 대해서 내가 외부요인을 들어 변명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객관적인 시선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이웃 사람들을 판단하거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마치 다른 모든 이들이 따라야 하는 표준이나 되는 듯한 태도(교본 448쪽)”를 지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판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레지오 단원은 그들을 지탄하는 비평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도 없이 억울한 비난을 받았던 많은 성인들과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이들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교본 448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10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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