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강론자료

루카복음 16,1-13 약삭빠른 집사 (2016. 9. 18. 연중 2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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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충희 [korangpo] 쪽지 캡슐

2016-09-17 ㅣ No.2141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그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러 말하였습니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일의 자초지종을 밝혀보게. 자네는 이제 집사를 그만 두어야겠네.’ 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습니다. ‘주인이 나를 해고하려고 하니 어쩌면 좋을까?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쫓겨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그리하여 그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렀습니다. 집사는 첫 번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라고 대답하자 집사는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여기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이어서 집사는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습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라고 대답하자 집사가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시오.’

 

부자는 하느님이며 집사는 하늘나라의 제자(=하느님의 아들)이다. 말하자면, 아들은 아버지의 위임을 받아서 세상을 다스린다. ‘재산은 재물과 명예, ‘재산을 낭비함은 권력을 가리킨다. 권력은 재물과 명예를 확보하는 수단이다. 하느님의 아들은 아버지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완전한 만족을 누리므로 재물과 명예와 권력에 초연하다. ‘집사를 그만두라는 통보는 권력의 유혹을 맞닥뜨린 상황이다. ‘땅을 파는 것은 재물, ‘빌어먹는 것은 명예이다. 하느님의 아들로서 세상 사람들처럼 재물과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힘들고도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빚 진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이다.

 

기름 백 말밀 백 섬은 각각 성령과 아버지이며 오십팔십은 각각 신덕과 망덕이다. ‘빚의 탕감은 용서()와 격려(하늘나라)이다. 하늘나라의 제자는 윤리적 규범과 사람의 잣대로 남을 판단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너그럽게 대한다.

 

하느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당신의 사랑을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계시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죄와 욕망에 눈이 가려서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다. 슬기로운 제자는 재물과 명예를 버림으로써 세상 사람들을 용서하고 격려한다. 이로써 그들은 다 함께 하늘나라로 들어가게 된다. ‘저희 집은 하늘나라를 가리킨다. 사람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성령의 지혜를 따름으로써 하늘나라로 복귀한다.

 

 

주인은 그 불성실한 집사를 칭찬하였습니다. 그가 일을 약삭빠르게 처리하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이 세상의 자녀들이 빛의 자녀들보다 더 약삭빠릅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드시오. 그리하여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여러분을 너희를 영원한 집으로 맞아들이게 하시오.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작은 일에 불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성실합니다. 여러분이 불의한 재물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재물을 맡기겠습니까? 또 여러분이 남의 것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여러분에게 여러분의 것을 주겠습니까?

 

세상의 부자는 집사에게 돈을 맡겨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집사는 빚 문서로 빚쟁이를 닦달하지만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집사는 주인과 빚쟁이 사이에 끼어서 제몫을 챙기느라 양쪽 모두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약삭빠른 집사는 능수능란한 처신과 말솜씨로 제몫을 챙기면서도 주인과 빚쟁이의 칭찬을 받는데 미련한 집사는 양쪽 모두에게 비난 받으면서 제몫도 챙기지 못한다.

 

하느님은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적 생명을 주고 그것을 완성시켜서 각자의 영원한 몫으로 주고 계시다. 말하자면 하느님은 사람들에게 빚을 주고 이자를 불려서 빚과 이자를 더하여 빚쟁이에게 무상으로 주는 너그러운 빚쟁이이시다. 하느님의 빚에는 빚 문서가 없어서 빚을 갚을지 여부는 각자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른다.

 

약삭빠른(슬기로운) 제자는 하느님을 닮아 아무 조건 없이 모든 사람에게 하늘나라의 복음을 전하며 하느님께서는 그러한 제자에게 더욱 풍성한 성령의 지혜를 내려주신다. 그는 성령의 지혜로 말미암아 재물과 명예에 초연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신적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이에 배해 미련한 제자는 하느님을 인색한 주인으로 착각하고 윤리적 규범과 사람의 지혜로 세상 사람들을 겁준다. 그리하여 그는 하느님의 선물도 잃고 다른 사람도 하늘나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작은 일’, ‘불의한 재물, ‘남의 것은 재물과 명예이며 큰 일’, ‘참된 재물’, ‘여러분의 것은 영적 생명과 하늘나라이다. ‘친구들은 새로운 제자이다. 슬기로운 제자는 재물과 명예에 초연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너그럽게 대하며 이로써 새로운 제자를 하늘나라로 맞아들이는 데에 성공한다. 미련한 제자는 재물과 명예와 권력의 유혹에 빠져서 스스로 멸망하며 세상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알지 못하도록 훼방한다.

 

 

여러분은 두 주인을 섬기는 종이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깁니다. 여러분은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습니다.”

 

재물은 재물, 명예, 권력을 아울러 가리키는 상징어이다. 이 세 가지는 늘 함께 따라다닌다. 재물은 욕망의 산물이다.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은 영적 생명을 얻어 육신의 죽음을 이기고 있으되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은 육신의 죽음과 함께 소멸할 것이다.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하느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세상의 집사는 거짓된 말과 표리부동한 행동으로 성공하지만 하늘나라의 집사(슬기로운 제자)는 앞뒤가 맞는 말과 성실한 행동으로 성공한다. 그러나 양자의 가치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생명과 죽음, 속임수와 사랑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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