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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76: 존 필 마이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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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02 ㅣ No.443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76) 존 필 마이어 (상)

‘역사적 예수’ 가장 치밀하게 연구한 성경학자



20세기 미 가톨릭 성경학자 중 독보적

20세기를 빛낸 미국의 가톨릭 성경학자로서 존 필 마이어(J.P.Meier, 74, 뉴욕대교구) 신부는 독보적인 인물에 속한다.

마이어 신부는 1964년 성 요셉 신학교에서 신학 학사, 1968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에서 신학 석사, 1976년 교황청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마태오 복음에 관한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은 최우수 논문(summa cum laude)으로 선정돼 교황 금메달을 수상했다. 마이어는 1984년부터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신약 성경을 가르쳤고 지금은 노트르담대학교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마이어의 학문적 관심은 역사적 예수, 마태오 복음서, 1세기 팔레스타인의 유다교, 콥트어 토마스 복음서와 공관 복음서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는 1991년부터 현재까지 4권으로 간행된 방대한 예수 연구서인 「주변부 유다인: 역사적 예수의 재고」(A Marginal Jew: The Rethinking the Historical Jesus) 시리즈다.

마이어는 초기에 마태오 복음 연구에 집중하여 「마태오」(Matthew, 1980), 「마태오 복음」(The Gospel according to Matthew, 1993) 같은 저서를 간행했다. 그 뒤로 그는 브라운(R.E.Brown)과 「안티오키아와 로마」(Antioch and Rome, 1983)를 함께 썼고, 「신 예로니모 성경 주석서」(New Jerome Biblical Commenatry, 1993) 개정판에 역사적 예수(Historical Jesus)에 관한 글을 썼다. 이어서 그는 「그리스도의 사명과 교회 : 교회론과 그리스도론에 관한 연구」(The mission of Christ and His Church : Studies on Christology and ecclesiology, 1990)를 펴냈고 역사적 예수 연구 방법론, 예수의 비유, 예수와 율법 등에 관한 논문들을 주요 학술 잡지에 발표했다.

마이어는 오랜 시간 「계간 가톨릭 성경」(The Catholic Biblical Quarterly), 「신약 연구」(New Testament Studies), 「사해 발견」(Dead Sea Discoveries) 과 같은 유수한 성경 학술지의 편집 책임자로 활동했고 여러 대학에 초대받아 강연하는 등 학문적 연구 결과를 일반 청중에게 전달하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 방법론-역사적 예수 연구의 배경

마이어는 성경 연구에 역사 비평이라는 소위 통시적 연구 방법을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독일에서 발전한 역사 비평의 세 분야인 출전 비평, 양식 비평, 편집 비평을 적절히 활용하여 성경 본문의 역사적 배경과 초대 교회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특히 그는 「마태오 복음 주석서」와 공저 「안티오키아와 로마」에서 마태오 복음서의 역사적 배경을 초대 교회의 역사 안에서 재구성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마이어는 역사적 예수 연구에 역사 비평 방법을 가장 치밀하게 적용하고 그 연구 결과를 필생의 대작인 「주변부 유다인」에 집대성하였다.

마이어는 왜 역사적 예수 연구에 전념하게 되었을까. 일찍이 라이마루스(1694~1768)가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를 구별한 이후 개신교의 비판적인 성경학계에서는 20세기 전반부까지 불트만을 중심으로 역사와 신앙을 철저히 분리시키고 역사적 예수에 대한 불가지론의 입장에서 신앙의 결단만을 강조하는 소위 변증법적 신학을 전개했다.

그러나 1950년대 불트만의 제자 케제만이 예수 전승의 진정성을 살펴보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비유사성(dissimilarity)의 기준을 제시하면서 역사적 예수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그 뒤로 역사적 예수 연구는 ‘새로운 탐구’ 시기를 거쳐 1980년대 이후 ‘제3의 탐구’에 이르러 예수의 면모를 유다교 틀 안에서 이해하고 고고학과 사회학, 종교학, 심리학과 같은 인문ㆍ사회 과학과의 학제간 연구 등 복합적인 방법론을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성경학계는 알버트 슈바이처 이래로 견지돼 온 종말론적 예수상을 역사적 진실로 대부분 인정하지만 북미의 일부 학자들이 주도했던 ‘예수 세미나’는 비종말론적인 예수를 주장하고 1990년대부터 대중 매체를 통해 이를 선전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예수 세미나’ 학자들은 초기 형태의 토마스 복음을 문헌과 동시대에 놓음으로써 사실 역사적 예수는 묵시문학적 예언자가 아니라 지혜의 스승이었다고 해석하고 예수를 사회 개혁의 예언자, 전복적인 현인 등으로 묘사한다.

예수는 과연 누구인가? 마이어는 역사 비평적 방법을 철저하고 온전하게 활용해 해석자 자신의 심리적인 투사를 지양하면서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곡해를 걷어내고 진실을 찾고자 한다. 그러면 여기서 사용되는 역사성 판단의 기준은 무엇이 될까.

존 필 마이어 신부가 현재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 노트르담대학의 전경.


역사성 판단의 기준들

마이어는 먼저 당혹성의 기준(The Criterion of Embarrassment)을 첫 번째 준거로 활용하는데 이는 예수의 세례와 같이 초대 교회로 하여금 당혹감이나 어려움을 불러일으킬 만한 예수의 말과 행동이 역사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 기준은 불연속성 내지 비유사성의 기준(The Criterion of Discontinuity or Dissimilarity)인데 당시의 유다교와도 구별되고 초대 교회의 전통으로부터도 연역될 수 없는 전승을 찾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이 기준은 유다교의 환경 안에서 성장한 예수가 자연히 유다교의 종교 유산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세 번째로 다수적 증언의 기준 (The Criterion of Multiple Attestation)은 예수의 말이나 행위가 다양한 전승에서 발견되는 현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마이어는 흔히 사용되는 위의 세 가지 기준 외에 거부와 처형에 대한 기준 (The Criterion of Rejection and Execution)을 제안한다. 예수가 유다교 지도자들과 로마 관리에 넘겨져 폭력적인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유다인들의 왕으로 재판받고 처형에 이르게 한 예수의 말이나 행동의 역사성을 판단하는 데 활용한다.

[평화신문, 2015년 2월 1일,
백운철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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