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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74: 요셉 피츠마이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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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1-17 ㅣ No.440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74) 요셉 피츠마이어 (중)

초기 유다교와 사해 문헌 연구에 정통한 대가



사해 협곡, 유다 광야에 있는 쿰란 동굴은 가장 오래된 구약 성경 사본을 찾아낸 곳이다. 유다인 학자들 사이에선 가톨릭 사제인 피츠마이어 신부의 쿰란 문헌 연구 자료는 초기 유다교를 연구하는 데 꼭 참고해야만 하는 자료로 알려져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신약성경 연구

피츠마이어 신부의 「루카 복음 주석서」는 두 권으로 출판됐는데, 첫째 권인 「루카 1-9장」(1981)은 루카 복음의 연구사를 개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복음서의 집필 시기와 저자, 복음서의 독자와 구성, 문체와 언어, 본문의 전승에 대한 주제를 차례로 다뤘다.

이 첫째 권 주석서에는 꽤 긴 논문인 ‘루카 복음의 신학에 대한 소고’라는 글이 들어 있는데, 이것으로 인해 피츠마이어 신부의 「루카 복음 주석서」는 이 주제에 관한 최고의 단행본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는 또한 같은 주석서 시리즈의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주석서」(1993),「사도행전 주석서」(1998),「필레몬에게 보낸 서간 주석서」(2001)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주석서」(2008)를 집필했다. 이로써 피츠마이어 신부는 바오로 서간 전문가로서도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주석서들에는 피츠마이어 신부의 뛰어난 학문적 역량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는 신약 성경을 주석하면서 구약 성경과 제2 성전기의 유다교 문헌들을 광범위하게 활용해 성경 각 권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밝혔고, 사해 문헌에 관한 연구 결과 또한 성경 주석 작업에 종종 활용했다. 그리고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5장 1-12절에서 사도 바오로가 언급하는 ‘아담의 죄’나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11장 2-16절에 나오는 ‘여자가 머리를 가려야 하는 이유’와 같이 본문 해석과 관련해 자주 제기되는 질문의 경우에는 그 본문들과 관계된 학자들과 토론하고 연구한 내용을 아주 자세하게 제시했다.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주석서


그의 주석서들은 성경의 두 가지 의미, 곧 자구적 의미와 영성적 의미를 밝히려는 그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 피츠마이어 신부에게 있어 성경의 자구적 의미를 안다는 것은 ‘성경 본문을 집필한 저자가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본문이 전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성경 본문의 자구적 의미를 밝히는 것이 성경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적절한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성경 본문의 자구적 의미는 성경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된다고 봤다. 성경 본문의 자구적 의미에 바탕을 두고 그 본문이 어떻게 하느님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것이 곧 성경 본문의 영성적 의미를 읽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구약 성경을 읽을 때 그 본문이 그리스도의 생애와 가르침을 어떻게 미리 보여주는지를 읽어내는 것 또한 성경 본문의 ‘영성적 의미’를 읽어내는 것으로 본 것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가 성경 연구 활동을 하던 초창기에는 가톨릭 보수 진영의 학자들이 성경을 역사적 비평적 연구 방법론에 따라 읽고 연구하는 것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성경 연구에 왜 역사적, 비평적 방법론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성경 본문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해야 했다. 신학적 통찰과 민감성을 가지고 역사적 비평 방법론을 적용할 때 이 방법론이 교회의 삶과 신학을 모든 수준에서 풍성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아람어와 사해 문헌

그는 또한 아람어와 사해 문헌 연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학자였다. 이 분야에 대한 피츠마이어 신부의 연구는 신약성경 연구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아람어 연구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쿰란 유적지에서 발굴된 구약 성경 사본. 대부분 히브리말과 아람어로 쓰여져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그는 같은 예수회 소속이었던 다니엘 헤링턴(1940~2013) 신부와 함께 「팔레스타인 아람어 교본」(1977)을 출판했고, 「성경 아람어 사전」(A Lexicon of Biblical Aramaic)(2011)을 편찬했다. 그리고 사해 문서 가운데 「창세기 외경」(Genesis Apocryphon, 2004)과 「아람어 토빗기」(2003)에 대한 그의 주석서들은 쿰란 연구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필자가 사해 문헌을 공부할 때 참고 교재로 봤던 「사해 두루마리와 그리스도교의 기원, 사해 두루마리 연구와 관련 문헌」(2007)과 「사해 두루마리의 영향」(2009)도 피츠마이어 신부의 저서들이다.

피츠마이어 신부는 학자들을 위해 사해 문헌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사해 문헌에 관한 일반인들의 궁금점을 풀어주기 위해 「사해 문헌에 대한 101개의 질문에 대한 응답」(Responses to 101 Questions on the Dead Sea Scrolls, 1992)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사해 문헌에 관한 그의 열정과 학자로서의 경험은 2004년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은퇴한 후에도 후학들 성장에 귀한 거름이 돼 줬다. 은퇴하고 나서도 그는 조지타운대학교에서 학부 학생들에게 사해 문헌에 관한 지식을 나눠 주기 위해 강의를 했다.

그가 발표했던 다양한 논문을 한데 모아놓은 두 권의 논문 모음집은 피츠마이어 신부의 학문적 연구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신약 성경의 셈어적 배경에 대한 에세이 모음」(Essays on the Semitic Background of the New Testament, 1971)이고, 다른 하나는 「유랑하는 아람인: 아람어에 관한 에세이 모음」(A Wandering Aramean: Collected Aramaic Essays, 1979)이다. 이 두 권의 에세이 모음집은 「신약 성경의 셈어적 배경」(The Semitic Background of the New Testament, 1997)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재출판됐다. 여기에 게재된 논문 대부분은 신약 성경 연구와 관련 있는 쿰란 문헌을 분석한 것이다. 쿰란 문헌에 대한 그의 분석 작업은 가톨릭 교회 사제라고 하는 그의 종교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유다교 자료를 아주 균형 잡힌 시각에서 공정하게 다룬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유다인 학자들 사이에서 피츠마이어 신부의 연구 자료는 초기 유다교를 연구하는 데 꼭 참고해야만 하는 자료로 알려져 있다. 쿰란 문헌의 대가인 유다인 학자 로렌스 쉬프만은 ‘쿰란 문헌을 통해 본 사도행전의 유다 그리스도교’(Jewish Christianity in Acts in Light of the Qumran Scrolls)라는 제목의 피츠마이어의 논문은 그리스도교와 초기 교회를 낳게 한 유다교를 연구하는 학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논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화신문, 2015년 1월 18일,
김영선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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