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소공동체ㅣ구역반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21)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6-16 ㅣ No.149

[특별기고]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21)



Ⅳ 친교의 교회

5. 세상과의 친교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요한 2,19)

2) 변화와 개혁 때문에 길을 잃을까봐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교회?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탄생하시면서 가르쳐주신 신비가 바로 ‘육화(肉化)의 신비’이다. 우리가 이 ‘육화의 신비’를 모르면 예수님을 알 수가 없다. 예수님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구원과 사랑의 신비도 알 수 없다. 이 신비는 우리 신앙생활에 대단히 중요한 신비이다. 이 육화의 신비를 담고 있는 말씀이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이다. 이 말씀 속에 육화의 신비가 담겨져 있고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담겨있다.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구원 방식이 이 말씀 속에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 육화의 신비가 바로 다름 아닌 ‘변화’를 말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변화는 엄청난 변화이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는 변화이며 하늘이 땅으로 변하는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이다. 그래서 새 하늘, 새 땅이 되는 새로운 창조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육화의 신비, 즉 변화의 신비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사명은 이 육화의 신비를 살아 이 세상에 그 육화의 신비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회가 실천해야 할 막중한 사명, 곧 이 세상을 바꾸는 사명이다. 이것이 바로 교회가 가지고 있는 복음적 요청이며 시대적 요청이다. 이러한 막중한 사명을 교회가 잊으면 절대로 안 된다. 이 사명을 잊지 않기 위하여 실현시켜야 할, 절대로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과제가 바로 육화를 사는 일이며 그것은 바로 변화를 사는 일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가장 중요한 주제는‘Aggiornamento(현대 세계에로의 적응)’이다. 이 주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자기 복음화’라는 기막힌 말을 내놓았다. 성령의 위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열렸던 20번의 공의회는 언제나 예외 없이 이단에 대한 단죄와 파문으로 일관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만은 일체의 단죄와 파문을 하지 않고 ‘자기 복음화’라는 기막힌 선물을 내놓았다. 놀라운 교회의 새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 ‘자기 복음화’는 바로 교회의 쇄신을 말하는 것이고 교회의 자기 반성과 회개를 말하는 것이고 이것은 바로 ‘육화의 신비’에서 비롯된 것이고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기 복음화’는 ‘자기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코닥의 관료주의에서 벗어나라.”이 말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한 말이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131년 역사의 코닥은 필름 카메라 시장에 안주한 탓에 결국 회사가 파산했다.”고 말했다.(2014.1.8. 동아) “개혁·개방 하지 않으면 중국 앞에는 오직 죽은 길밖에 없다.”(2013.11.18. 조선) 이 말은 중국 국가 주석인 시진핑이 한 말이다. 현대의 시대적 특징은 변화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망하거나 죽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교회도 예외일 수는 절대로 없다. 교회도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망하거나 죽는 길밖에 없다. 교회도 세상 속의 교회일 뿐 세상을 떠난, 세상 위에 군림하는 별개의 세계에 사는 예외적인 존재인양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교회도 이 시대적인 특징인 변화를 외면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만일 교회가 이 변화를 외면하거나 게을리 하면 교회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복음적 요구나 시대적인 요청을 거절하는 것과 같으며 설자리를 잃어 버리게 될 것이 틀림없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제일 처음으로 일으키신 기적이 카나의 혼인잔치(요한 2,1-12)이다. 거기서 예수님께서는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첫 기적을 일으키셨다. 예수님께서는 이 첫 기적을 통하여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주셨다. 그것은 “내가 세상을 바꾸러 왔다.”는 메시지이다. 따라서 우리 교회의 사명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부르짖는 복음화는 다름 아닌 세상을 바꾸는 작업이다. “교회로서는 복음화의 기쁜 소식을 인류의 모든 계층에까지 전해주어,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5)라고 한 것과 같이 그 힘으로 인류를 내부로부터 변혁시켜 새롭게 하는 것이다. 교회로서 복음화 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다 넓은 지역에서 혹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교하는 것만이 아니고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계획에 배반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방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잡는 것이다.”(‘새로운 복음화’ 개념 연구 및 사목적 모색, 서울대교구 사목국, 21면) 한마디로 교회가 해야 할 복음화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을 복음화 한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을 모두 천주교 신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세상 복음화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며 이 세상을 살기 좋은 세상, 살고 싶은 세상으로 바꾸는 것이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2009년도 사목지침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로 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신앙인들은 각자 생활의 증거와 말씀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며, 그리고 교회는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와 쇄신의 길을 걸어갈 것을 촉구하였다.(2009.12.6. 평화신문 참조)

다행히 새로 선출되신 교황께서 이 교회의 자기 복음화 내지 자기 변화를 강력히 촉구하셨다. 특히 최근에 발표하신 「복음의 기쁨」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가톨릭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그리시면서 교회의 자기 회개와 쇄신을 강조하셨다. “저는 선택적, 즉 교회의 관습, 관행, 시간과 계획, 언어와 구조 등 모든 것을 교회의 자기 보존이 아니라 현대 세계의 복음화에 적절하도록 변화시킬 수 있는 선교적 열정을 꿈꿉니다.”(2013.12.8. 가톨릭신문)라고 말씀하셨고, 또 “자신의 안위만을 신경 쓰느라 폐쇄적인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 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더 좋아한다. 교회는 쇄신과 변화 때문에 ‘길을 잃을까봐’ 걱정하지 말고, ‘잘못된 안도감을 주는 구조 안에, 가혹하게 남을 판단하게 만드는 규율들 안에, 그리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습관들 안에 갇혀 있는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같은 신문)고 말씀하셨다. 또한 교황께서는 “복음 본연의 참신함을 되찾자고 초대하시며 ‘새로운 길’과 ‘창조적인 방법’을 모색하여 예수님을 우리의 ‘진부한 도식’ 안에 가두지 말자고 하셨다.”(같은 신문) 그러시면서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같은 신문)고 하시면서 변화의 절박함과 시급성을 말씀하셨다.

특별히 이 변화를 위한 요한복음사가의 편집 의도는 각별하게 보인다. 시간적으로 맞지 않지만 성전 정화 사건(요한 2,13-22)을 카나의 혼인 잔치 바로 다음에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공관복음에서 볼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이 말씀은 교회의 자기 변화, 즉 자기 복음화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도 리모델링 정도가 아니라 그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엄청난 변화, 즉 새로운 창조, 새로운 개혁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창조와 개혁도 다른 방식이 아니라 복음적인 방법, 예수님 식의 변화와 쇄신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사제들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사제들의 생각이 도무지 바뀔 것 같지가 않다. 사제들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소공동체가 어렵다. 사제들의 변화 없이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심각한 교회의 위기를 절대로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월간빛, 2014년 6월호, 박성대 요한(제2대리구장, 주교대리 신부)]



4,11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