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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미사

[축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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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25 ㅣ No.1400

[전례돋보기] 성 십자가 현양 축일(9월 14일) 

 

바라보라 십자가

 

 

지상에서 천상으로 연결되는 고리는 십자가다.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기꺼이 지신 것처럼 신자라면 누구나 그 삶을 따르고 싶어한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더욱 크고 무겁게 만든다. 우리의 잘못된 생활습관과 편리위주의 물질문명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희생과 참 사랑의 십자가를 외면하라고 유혹한다. 이러한 시대를 향해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미사>는 세상의 죄와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십자가의 신비를 통해 어떻게 치유되고 변화되어야 하는지 잘 일깨워 준다. 고통 뒤에 반드시 찾아올 영광을 희망하며 기꺼이 십자가를 지도록 용기를 주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미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선포와 주제 

 

현양의 사전적 의미는 이름, 지위 따위를 세상에 높이 드러내는 것이다. 특별히 교회 전례 안에서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미사는 “사람의 아들은 높이 들려야 한다”는 복음말씀에 신학적 토대를 둔다. 미사 중에 들려주는 성경말씀은 우리에게 두 번의 현양 사건을 들려준다. 

 

먼저 구약에서 모세가 40일 동안 광야에서 헤맬 때 하느님이 그들을 돌봐주셨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불평을 일삼았다. 곧 불뱀이 내려졌고 백성들은 뱀에게 물리자마자 속속 죽어갔다.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백성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모세에게 주님께서는 구리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으라고 명하신다. 과연 구리뱀을 쳐다보는 이들은 죽지 않고 되살아났다(제1독서). 

 

구약의 예표인 구리뱀은 신약으로 이어지면서 십자가 현양을 완성시킨다. 가장 높으신 주님께서 비천한 인간의 몸을 취하시어 십자가에 못 박힌 사건을 통해서 우리의 죄를 대신 보속하셨다(복음). 그러므로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미사는 그리스도의 속량으로 인해 우리의 영육이 치유되었을 뿐만 아니라 구원되었음을 선포한다.

 

 

기원과 구성 

 

이 축일의 역사적 기원은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가 예루살렘에서 주님의 십자가를 발견한 일을 기념한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후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그곳의 유물들이 약탈되면서 십자가도 함께 빼앗기게 되었다. 그러다가 629년 콘스탄티노폴리스 헤라클리오 황제가 예루살렘을 공격하여 빼앗겼던 십자가를 되찾아 골고타 언덕의 거룩한 무덤 성당 안에 모셔 놓는다. 교회는 이를 기념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9월 14일을 십자가 현양 축일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유래와 더불어, 당연히 미사의 핵심은 ‘주님의 십자가’다. 그러므로 전례문 전체는 시종일관 회중들이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지고 가신 거룩한 십자가를 바라보고 경배하도록 초대한다. 이날 미사전례의 주요 요소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입당송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랑으로 삼아 그 안에 인간의 구원과 생명과 부활이 있음을 강조한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십자가의 신비가 바로 우리를 구원과 생명 그리고 부활로 이끌어주는 서곡이다. 

 

본기도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의 중심 내용을 알린다. 즉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인류를 구원하셨으며 이로써 주님 사랑의 신비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늘에서의 구원의 은혜를 누리기를 간구한다. 아울러 본기도는 다음에 이어질 말씀의 전례에 대한 서문적 역할을 한다. 

 

 

말씀전례 

 

제1독서(민수 21,4ㄴ-9)는 구원의 표징인 구리뱀에 관한 민수기의 말씀으로 그 주제는 죄의 용서와 구원이다. 선택 독서인 필리피서 2장 6-11절은 ‘하느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 자신을 낮추신 그리스도를 높이 올리시어 세상의 모든 피조물이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받들며 찬미하게 하셨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되새긴다. 독서의 구리뱀 이야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에 대한 예표를 상징적으로 준비하며 미사의 주제와 깊이 연결된다. 

 

이어서 시편 77편을 노래하는 화답송은 주님께서 하신 일들을 잊어버리고 죄를 범한 백성을 죽이지 않으시고 오히려 용서하시고 살려주신 하느님의 자비에 대해 응답한다. 복음환호송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온 세상이 구원되었음을 요약하여 알려준다. 이것은 십자가를 통한 구원을 선포하는 복음의 중요성을 말한다. 결정적으로 복음(요한 3,13-17)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온 세상이 구원되었음을 요약하여 선포한다. 곧 ‘사람의 아들’이 높이 들어 올려져야만 하느님의 감추어진 구원계획이 완성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의 행위가 생명을 잃어버린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의 외아들을 믿어서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마련해 주셨음을 깨닫게 해 준다.

 

 

 

성찬전례 

 

예물기도는 십자가를 통해 온 세상의 죄를 갚아 주셨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사제는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제사로 우리의 모든 죄를 깨끗이 씻어 주시기를 기도한다. 이어서 감사송(감사기도)은 십자가는 바로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을 이루셨고 생명을 가져다주신 영광스러운 승리의 나무, 생명의 나무임을 강조하고 기도한다. 그러므로 십자 나무는 우리의 생명수(生命樹)이다. 영성체 예식에 앞서 바치는 영성체송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현양을 통해 당신을 믿고 따르는 자들을 영광에로 이끄심을 경축한다. 끝으로 영성체 후 기도는 생명의 십자 나무로 우리가 구원되었으며 부활의 영광도 함께 누리게 되었음을 선언하며 축일 미사를 마무리 한다. 

 

매일매일 자신의 십자가를 인내로 지고 갈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치유와 위로를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자신의 십자가를 내려놓을 때가 있을지라도 또다시 십자가를 짊어질 수 있는 힘은 하느님 사랑에서 비롯된다. 바오로 사도의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라는 말씀은 우리들에게 더없는 희망을 안겨 준다. 순교자 성월에 축일을 지내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미사와 더불어 예수 그리스도가 지신 십자가의 신비를 되새기다 보면, 그분을 따라 다시금 십자가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부여 받는다. 

 

[복음화를 위한 작은 외침, 2012년 9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최아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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