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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생각하는 신앙: 인간을 찾아오신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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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04 ㅣ No.1218

[생각하는 신앙] 인간을 찾아오신 하느님

 

 

‘생각하는 신앙’은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온 그릇된 하느님 상과 결별하고, 성경이 알려주는 놀라운 하느님의 얼굴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설정

 

동방 박사들의 방문 이야기(마태 2,1-12)는 놀라운 진리 하나를 우리들에게 말해줍니다. 곧 하느님께서 무한한 거리를 뛰어넘어 몸소 인간을 찾아 오셨으며, 그분은 우리가 찾아야 만날 수 있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하느님 상을 산산조각냅니다. 하느님은 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분, 감시하는 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역사 안에 오신 분, 몸소 인간이 되어 오신 분이십니다. 이제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먼 하늘을 올려다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은 우리 각자의 삶에, 각자가 걸어온 역사 안에 숨어 계시기 때문입니다.

 

 

약속의 하느님

 

하느님께서 아기 안에 숨어계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길을 걷기를, 자유 안에서 당신 부름에 응답하기를, 새롭게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자유와 사랑을 경험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성경의 하느님은 약속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은 길을 열어주시는 분, 약속의 땅으로 이끄시는 분입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걸어야 할 하나의 여정이 펼쳐집니다. 관건은 그 길을 걷는 것입니다. 걸어야 만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길 위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찾는 인간

 

하느님께서 숨어 계신 이유는 우리와 친교를 맺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은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종이 아닌 인격적 관계를 맺는 우리를 바라십니다. 친구 사이처럼 우리와 친밀한 인격적 관계를 맺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놀라운 사실 하나는, 하느님께서는 나를 인격적 상대로 삼으셨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내가 소중하고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은 길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하는 동시에 하느님의 놀라운 얼굴을 발견하였습니다. 하느님은 그들을 당신 손 안에 가두지 않고 떠나도록 하셨습니다. 그들이 영적 여정을 통해 당신과 새로운 관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느님의 반전드라마

 

성경은 우리 눈을 의심케 하는 반전드라마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 가시관을 쓰신 임금님을 과연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실 때 인간의 나약함을 회피하거나 교묘히 없애지 않으셨다는 사실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십자가의 예수님은 유다인과 이방인에게는 걸림돌이요 어리석음이지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힘이요 지혜입니다(1코린 1,22-24 참조). 하느님께서 인간의 나약함을 취하셨음은 인간을 향한 사랑의 징표입니다. 하느님께서 아주 작고 나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다는 것, 인간적인 나약함과 심지어 죽을 운명까지도 당신 것으로 하시고, 당신의 목숨까지 내어주셨다는 것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표징들입니다.

 

 

나약함의 역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겪는 고통, 한계, 번뇌는 무엇인가요? 나의 힘든 삶, 시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속박된 삶, 무기력한 삶을? 나는 지금 방황하고 있는 것인가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인가요?

 

모든 것은 내가 하느님의 활동 방식을 알아볼 수 있을 때 변합니다. 하느님께서 약함 안에서 강한 사랑의 권능을 떨치신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때, 거기에 믿음을 둘 때 말입니다(2코린 12,9 참조).

 

 

그리스도인의 희망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하느님께서 인간의 역사 안에 들어오셨음에,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당신 것으로 취하셨음에, 인간의 가장 비참한 삶 한가운데로 오셨음에, 바로 거기서 하느님 나라를 실현시키셨음에 있습니다.

 

그분의 힘은 아주 작은 인간적 행동에, 신뢰의 눈빛에, 사람들의 마음에 말씀을 건네는 것에, 마음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며 아픔을 나누는 것에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미약하지만 바로 그 사랑이 죽음을 뚫고 부활을 가능케 한 엄청난 힘을 지닌 것이었습니다.

 

 

나약함을 받아들일 때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때, 그리고 나의 약함이 예수님께서 취하신 바로 그 약함임을 인정할 때, 나의 약함을 받아들일 때, 바로 거기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나를 향한 하느님의 계획이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믿음의 기적입니다.

 

예수님은 이상적인 믿음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처한 바로 그 현실로부터 출발하십니다. 바로 거기서 놀라운 역사를 시작하십니다. 하느님의 엄청난 계획을 말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

 

예수님을 만난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주님의 현존에 눈을 뜬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전히 다른 눈, 곧 신앙의 눈으로 봅니다.

 

그 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으로 밝혀지고 그 사랑으로 힘을 얻은 사람은 자신이 받은 생명이 사랑으로 나누어야 할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나의 작은 삶을 나눌 때, 나를 나누는 삶에 동참할 때, 땅에 떨어져 죽는 밀알처럼(요한 12,24 참조) 많은 열매를 주님께서 맺도록 하실 것입니다.

 

[외침, 2018년 6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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