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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착하지만 답답한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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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29 ㅣ No.837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착하지만 답답한 사람이 있습니다

 

 

질문

 

같은 성당에 다니는 교우 중에 너무나 순하고 착한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착하기만 한 것이 답답하게 생각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기 잇속도 챙기고 옳지 않은 일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부당한 일은 부당하다고 항의도 해야 하는데, 그저 착하기만 합니다. 모든 것을 양보하고 모든 것을 좋게만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답변

 

상담받으러 오시는 내담자분들 중에, 주변에서 ‘착하다’라고 하면 특별한 칭찬거리가 없을 때 그냥 하는 말처럼 들린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착하다’라는 피드백은 더 이상 긍정적인 표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세상이 된 것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뉴스에서 들려오는 각종 미담을 듣다 보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지는데, 정말로 ‘착하다’라는 말이 ‘특별한 게 없거나 또는 답답하다’라는 뜻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프랑스를 비롯해 벨기에와 노르웨이, 독일, 스위스 등 유럽의 많은 나라에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Good Samaritan Law)’이 있답니다. 루카복음서에서 나오는, 강도를 맞아 다친 사람을 극진히 보살펴 주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빗대어, 위험이나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와주지 않는 경우에 처벌하는 법이랍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법 때문에 위기에 처한 타인을 돕다가 오히려 소송에 걸려 고초를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보면 ‘착한 일’과 그에 따른 결과는 착한 사람이 착한 행동을 한 의도와는 다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도입에 대해 개인의 도덕성을 법으로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모호성과 개인적인 자유 침해 등과 같은 문제로 아직은 사회적 논의를 계속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착한 사람으로 살아야 할지? 또는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주 복잡한 수학 공식을 푸는 것과 같아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상호 공존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개인에게 무조건 착하게 살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상담 전문가 듀크 로빈슨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은 ‘1. 완벽해 지려고 애쓰기, 2. 무모하게 덤벼들기, 3. 침묵하기, 4. 분노를 억누르기, 5.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6. 사소한 거짓말하기, 7. 충고하기, 8. 구원자로 나서기, 9. 보호자로 행동하기’ 등과 같은 9가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습니다.

 

로빈슨 교수는 진정으로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착한 사람이 되려고 참된 자기 모습을 감추고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을 포장하기보다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거짓된 모습이 아닌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생각을 상대에게 표현할 줄 알고,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참되게 서로 만날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좀 더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길 애써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이 말씀하신 진정한 사랑의 실천일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아껴주시고 보살펴주시고 계시듯이, 우리도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대해주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선한 마음을 복잡한 수학공식에 넣어서 그 결과를 따져보기보다는, 선한 사람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귀하게 여겨주어야 합니다. 그처럼 착한 마음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야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8년 5월 27일,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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