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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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의 해4: 사랑은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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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10 ㅣ No.1144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의 해] 사랑은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도시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삼척’입니다. 물론 여기서 삼척은 특정 지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척’, ‘아는 척’, ‘잘난 척’ 하는 세 가지 태도를 말합니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생긴 농담이지요. 생각해 보면 저 역시 가진 것이 많음을, 아는 것이 많음을, 또 재능이 많음을 드러내며 자기 잘난 체 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불편하고, 은연중에 그들을 피하려 하거나, 피할 수 없다면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다면 관계를 끊어뜨리는 우리의 교만한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오로 사도께서 ‘사랑의 찬가’(1코린 13,1-13)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 주시는 사랑의 여러 특성 가운데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은”(1코린 13,4) 사랑이 있습니다. 성경에서 쓰인 ‘뽐내다’의 그리스어 ‘페르페레우에타이’(perpereuetai)와 ‘교만’으로 번역된 단어 ‘퓌시우타이’(physioutai)는 스스로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여기며 남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마음, 또 다소 공격적인 태도로 다른 이들보다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에 반해 사랑은 오히려 상대에게 집중하고, 자신에 대하여 많이 말하기를 자제합니다. 사랑의 모습이 이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기 자신을 뽐내며 드러내려는 모습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뽐내고 싶은 마음은 흔히 자기 존중감이 부족할 때 겉으로 드러납니다. 자신의 모습이 보잘 것 없고 무가치하다고 여길 때 남들 앞에서 자기 자신을 과장되게 드러내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주목 받고 싶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내세워 사람들 중심에 서고자 애씁니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존중하는 이유를 존재 자체에서 찾지 않고 외적인, 예를 들면 재산이나 학력, 권력이나 인맥 등으로 과시하려는 태도가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때로는 자신이 그렇지 않은 상태이면서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악순환입니다.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내세우는 행동은 오히려 사람들을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루카 복음서에서 이러한 악순환을 체험한 인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리코에 키가 작은 자캐오라는 세관장이 있었습니다. 영성심리학자들은 ‘키가 작은’(루카 19,3 참조)이라는 표현에서 자캐오가 열등감을 지닌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키가 작은 자캐오. 로마 총독의 위임을 받아 동족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던 세리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매국노로, 또 죄인으로 취급하며 무시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캐오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굽실대도록 만들면 행복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세금을 더 많이 착취하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지요. 하지만 악순환은 가속되어 그는 갈수록 멸시를 받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자기 발아래 엎드리게 만들려던 그의 욕심이 오히려 왜곡된 형태의 자존감을 키웠고 더 큰 외로움과 공허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자캐오가 이러한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예수님을 만납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다가가시어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 자캐오를 바라보시며 그를 받아들이신 예수님. 바로 그 순간 자캐오는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조건 없는 사랑을 체험합니다. 사랑받기 위해서 또 행복해지기 위해서 했던 자신의 수많은 행동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깨닫습니다. 이제 더 이상 돈으로 자신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자신이 횡령한 것을 네 곱절로 갚겠다는 자캐오. 남들 앞에서 자신의 돈과 지위를 뽐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조건 없는 사랑이 자캐오를 변화시켰습니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을 예수님의 조건 없는 사랑을 통해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일상에서 우리 모습은 어떠한지 돌아봅시다. 직장에서 혹은 본당의 작은 소모임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특별히 우리가 머무는 가정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지 들여다 봅시다. 모든 삶의 기초가 되는 우리 가정이 지배의 논리와 권위의 논리, 경쟁의 논리 아래 있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곳은 사랑을 체험하고 사랑을 배우는 ‘최초이자 최고의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봅시다. 그리고 어떠한 조건도 없이 자캐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신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마음을 열고 우리 또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해주시는 하느님을 만나도록 그분께 다가서려고 노력합시다. 우리가 그분의 조건 없는 사랑을 닮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섬길 수 있는 이가 되려고 노력한다면, 그 사랑 덕분에 우리는 많이 가지지 않아도, 많은 능력을 지니지 않아도, 함께하는 이들을 통해 하느님께서 주시는 놀라운 평화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베드로 사도의 권고 말씀을 마음에 새겨 봅시다. “여러분은 모두 겸손의 옷을 입고 서로 대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는 은총을 베푸십니다.”(1베드 5,5)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18년 4월호, 사목국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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