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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장남으로 가족 책임지며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는 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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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22 ㅣ No.814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장남으로 가족 책임지며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는 지칩니다"

 

 

질문

 

어려서부터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한 커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삼십대에 들어서면서 현실에 너무나 지칩니다. 생각대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제 생각대로 도움을 주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합니다. 이제 저도 저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고 하는 드라마의 부제목을 본 적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왕관을 쓰기 위해서는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른은 그냥 공짜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어른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감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클까요?

 

제가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알던 선배 중 한 분이 대표 역할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학과 일이 생각보다 많았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대학원생들이 모두 모인 수업 시간에 그 선배는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며 화를 냈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동안 그 선배가 대표 역할을 잘 하신다고만 생각을 하고 있다가 모두들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배는 왜 우리에게 도움 요청을 안하셨지? 왜 혼자 일을 다하셨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선배가 그렇게 힘들어 한 줄 우리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어쩌면 대표는 모든 세부적인 일을 혼자서 하라고 맡긴 직책은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는 구성원 각각의 장단점과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적절하게 개인에게 할 수 있는 일을 잘 배분하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대표로서 특권과 권력을 누리기만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모든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도 생각해 볼일입니다. 

 

어른이라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만큼이나 왠지 위험해 보입니다. 과도한 책임감은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고, 죄책감을 만들어 낼 수가 있습니다. 또한 개인이 가진 책임감의 무게로 인해 타인을 원망하게 된다면 오히려 관계만 파괴적으로 될 뿐입니다. 그래서 개인마다 적절한 책임감을 나눠가질 수 있는 분별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는 어른이라는 것은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책임을 완수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책임감이 스스로를 옥죄어올 때 그 책임감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위로해 줄 필요도 있습니다. 모든 책임을 무조건 혼자서 짊어지려 하기보다 그 책임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눠질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는 원숭이를 사로잡을 때 구멍 뚫린 야자수 열매에 원숭이의 작은 손 하나만 겨우 들어갈 크기의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멍 속에 바나나를 넣어두면 원숭이가 바나나를 집어 들고는 손을 놓지 못한다고 합니다. 물론 원숭이가 바나나를 놓으면 작은 구멍을 통해 손이 빠져 나오지만, 대부분의 원숭이는 그 바나나를 놓지 못하고 잡혀버린답니다. 

 

여러분도 지금 무엇인가 꼭 움켜쥐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잠시 주목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걸 과감히 놓아 보십시오. 사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들은 하느님이 메워 주시겠지요. 움켜쥐고 놓지 못하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으면 여러분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8년 3월 18일,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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