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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한국 천주교회 해외 원조 25년 현황과 과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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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28 ㅣ No.1076

[해외 원조 주일 특집] 한국 천주교회 해외 원조 25년 현황과 과제, 전망


해외 원조가 일상의 나눔 될 때까지 지속적 노력 기울여야

 

 

지난해 6월 태국 국경에 있는 미얀마 카렌족난민캠프 쉼터를 찾은 추성훈 신부가 아이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 해외 원조가 새해로 꼭 25주년을 맞았다. 1992년 10월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해외 원조를 하기로 공식 결정하고, 이듬해 첫 해외 원조에 나선 지 꼭 25돌이다. 물론 이에 앞서 해외 원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교회가 ‘공식’ 해외 원조에 나선 것은 1993년이 효시다. 이에 2018년 해외 원조 주일을 맞아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탈바꿈한 25년 발자취와 현황, 과제와 전망을 살핀다.

 

 

한국 교회, 지난 25년간 492억여 원 원조 

 

1993년 1월, 아프리카 동북단 소말리아에서 20여 년간에 걸친 독재가 종식되고 내전이 벌어진다. 반정부 무장단체 사이에 무력충돌이 빚어져 30만 명이 사망했고, 500만 명이 기아에 직면했다. 오랜 가뭄으로 식량 사정이 나빠진 데다 무장단체 간 내전으로 상황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접한 한국 교회는 1993년 1월 소말리아 원조에 나섰다. 원조액은 5만 9250달러(6300여만 원). 많지도, 적지도 않았지만, 한국 교회로서는 첫 공식 해외 원조였기에 ‘나누는 교회’로 전환하는 기점이 됐다. 

 

그렇다면 지난 25년간 한국 교회의 해외 원조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돼 왔을까? 

 

1993년 한국교회의 공식 해외 원조 기구가 된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당시 사회복지주일 2차 헌금을 기금으로 원조에 나섰다. 첫해 39개 사업에 10억 4400여만 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29개 사업에 22억 1100여만 원을 원조해 20억 원을 넘겼고, 2017년에는 58개 사업에 38억 6257만여 원을 지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긴급구제금융이 이뤄진 1997년에도 원조가 끊기지 않아 29개 사업에 6억 678만여 원을 지원했다. 네팔 지진 등 세계적 대형 재해가 잇따랐던 2015년에는 57개 사업에 48억 4974만여 원을 원조, 정점을 찍었다. 이를 통해 지난 25년간 총 914개 사업에 492억 3087만 4481원을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교회의 공식적인 해외 원조 사업을 수행해 온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은 25년간 총 914개 사업에 492억여 원을 지원해 왔다.

 

 

한국 교회의 해외 원조에 이정표가 된 해는 2010년이다. 그해 12월 14일 자로 외교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을 설립, 한국 교회의 해외 원조 사업을 전담하게 했다. 교회 해외 원조 역사에서 가장 큰 발전이다. 드디어 우리 교회도 전문성을 갖춰 원조 정책을 수립 조정하고 집행하며 모니터링까지 할 명실상부한 해외 원조 전담기구를 갖게 된 것이다. 독일교회가 자국 내 사회복지와 긴급 구호를 맡는 독일 카리타스, 해외 개발 협력을 담당하는 미제레올(Misereor), 해외 선교와 사목을 지원하는 미씨오(Missio) 등 별도 기구로 설치하고, 미국 교회가 해외 긴급 구호와 개발 지원을 맡는 가톨릭구제회(CRS)와 자국 내 긴급 구호를 전담하는 가톨릭자선회(CCUSA), 가톨릭 인간개발 캠페인(USCC-CCHD)으로 나눠 원조를 분야별로 전담케 한 것과 같은 기본 틀이 만들어진 셈이다. 

 

2011년 법인 설립 이후 7년간 한국 교회의 해외 원조는 연평균 37억 원으로 늘어났고, 2013년 이후 5년간 평균 원조액은 40억 원을 넘어섰다. 한국 카리타스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164개 카리타스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해외 원조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4년 방글라데시 집중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개발 협력에 들어가 현재 이라크와 스리랑카, 에티오피아, 미얀마 등에서 다양한 개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교회, 통합적 전망으로 해외 원조 나서야 

 

한국 교회사는 어찌 보면 ‘원조의 역사’이기도 했다. 100년간의 박해를 거쳐 신앙의 자유가 회복된 이후 100년은 ‘원조를 받는’ 교회였기 때문이다. 

 

1985년 마지막 원조를 받고 피원조국에서 벗어나기까지 한국교회는 선교사들, 특히 원조공여국 교회의 지원으로 성장했다. 선교사들을 파견한 지역 교회의 원조로 교회가 세워지고, 전쟁 난민들은 굶주림에서 벗어났으며, 농민과 노동자, 빈민 등 사회운동의 세 기둥을 돌봤다. 그만큼 한국 교회는 ‘원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랬기에 한국 교회가 원조공여국으로 변신하자 세계는 경이로운 눈으로 우리 교회를 바라보고 있다. 

 

최재선(폴리카르포) 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사무국장은 “2005년 해산된 아시아인간발전협의체(APHD)라는 기구가 있었는데, 1970∼1980년대엔 원조를 달라고 들락날락하던 한국 교회가 1990년대 초반이 되니 원조를 하겠다고 해 다들 깜짝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면서 “한국 교회가 10년도 채 안 돼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전환한 건 자긍심을 가질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직 해외 원조에 대한 교회 전반의 인식 저변은 얕다. “우리도 가난한데, 해외까지 도울 여력이 있느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는 게 그 방증이다. 

 

그렇지만 한국 교회는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을 비롯해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광주인권평화재단, (재)기쁨나눔 등 20여 개 기구가 교구와 본당, 수도회, 단체별로 해외 원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가톨릭 해외 원조단체 사이에 정보 교류를 통한 조정 기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발적이고 중복 가능성이 큰 해외 원조 사업을 원조 정책에 따라 조정함으로써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상호 협력하는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다.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은 2011년부터 ‘가톨릭 해외 원조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교회 해외 원조 기구 간 정보 교류와 협력의 기반을 만들고 있지만, 1년에 한 번 열리는 네트워크로는 부족하기에 한국 교회가 통합적 전망 안에서 해외 원조를 진행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지구촌 빈곤과 기아 현실을 더 많이 알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가난하고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어떻게 연대하고 응답해야 할지 교육과 홍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 발굴과 모금 캠페인 활성화, 원조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피드백 없이 원조가 ‘홀로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기쁨나눔 상임이사 염영섭 신부는 “해외 원조를 단편적 지원으로만 그치지 말고 전체적인 그림 안에서 한국 교회 해외 원조 단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가면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해외 원조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교육,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월 28일, 오세택 기자, 사진=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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