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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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착한 사람이 되기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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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18 ㅣ No.787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착한 사람이 되기 싫습니다

 

 

질문

 

20대 초반인데 어려서부터 ‘착한’ 아이라는 칭찬을 좋아했습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실 땐 항상 다소곳하게 있었고 한 번도 부모님 말씀을 거스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고, 제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더 많이 자주 듭니다.

 

 

답변

 

할리우드 영화들 중에는 유독 시리즈물이 많습니다. 본 시리즈, 007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과 배트맨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주인공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인류를 구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웅 같은 주인공들도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아프기도 하고, 다치고, 사랑을 포기할 때도 나옵니다.

 

‘착한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 살기보다는 남을 위해서 자기 것을 희생하고, 포기하기도 합니다. 또한 화를 내거나 거절을 할 수 없을 때도 많습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착한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는 경우에는 더욱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거나 억제하게 됩니다. 그래서 착한 사람들이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손해를 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위대한 철학자 마틴 부버는 저서 「나와 너」에서 현대사회의 문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의 단절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는 ‘나와 너’의 참된 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대화적 관계를 상실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나와 너’의 대화적 관계가 아닌 ‘나와 그것’의 비대화적 관계에 함몰되어 살아가고 있답니다. 즉 나만이 오직 삶의 주인공이길 바라고, 그런 ‘나’에게 있어 ‘너’는 보잘것없는 ‘그것’이 된답니다. 드라마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사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이거 치워”라고 대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그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마틴 부버는 인간관계에서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이 아닌, ‘관계를 해도 좋은 사람, 관계를 하면 불편하고 해를 끼치는 사람’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명 착한 사람인데 만약 관계를 맺는 데 있어 불편함을 주는 경우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경에 나오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율법을 충실히 지키면 하느님이 복을 내리고, 아니면 벌을 주는 분으로 믿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율법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고 기도나 자선, 단식 등을 철저하게 지킵니다. 그러나 그들은 율법만 중시할 뿐 정작 그 마음속에는 종교에서 진정 가르치고자 했던 정의나 선, 자비 등이 결핍되어 있습니다.

 

반면 착한 사마리아인은 조금 다릅니다. 사마리아인은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되도록 맞은 사람 곁에 다가가 가엾은 마음을 가지고 상처를 치료해주고,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봐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두 데나리온을 꺼내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그를 잘 돌봐 달라고 부탁하고,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더 지불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작 사제와 레위인도 피해갔던 사람을, 사람 대접도 못 받았던 사마리아인이 돌봐 준 것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과 율법학자들이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호세아서 6장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정녕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신의다. 번제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예지다’라고 하셨습니다. 착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그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 같아 보입니다. 착함은 두려움에 의한 복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에 하느님이 함께하는지가 결국 정답인 것 같습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17일,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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