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참된 인생의 이정표, 하느님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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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8-07 ㅣ No.534

[허영엽 신부의 ‘나눔’] 참된 인생의 이정표, 하느님의 말씀

 

 

예전에 사목했던 성당에는 성당 곳곳에 작은 종이에 적힌 성경 말씀이 스티커처럼 붙어 있었다. 회의실 벽이나 만남의 방, 심지어 화장실 안까지 표어처럼 붙어있어 쉽게 하느님 말씀을 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쓰여 있는 성경 말씀은 항상 잔잔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누가 이런 수고를 하나 찾아보았더니 기특하게도 청년들이었다. 그들이 매월 새로운 말씀을 준비한다고 했다.

 

어떤 자매님은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작은 스티커에 하느님 말씀 한 구절을 정성껏 써서 주머니에 넣고 출근한다고 한다. 마치 부적(?)처럼 몸에 하느님 말씀을 지니고 다닌다는 농담이 작은 감동으로 느껴졌다. 정성을 가득 담아 적은 한 구절이 때로는 지혜의 말씀으로, 때로는 위로와 능력의 말씀으로 신비롭게 다가온다고 한다. 그 분은 하루 종일 말씀 속에서 사는 것 같아 매일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본당에서 어느 신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냉장고에 성경 말씀을 써 붙여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식구들이 냉장고를 열 때마다 그 말씀을 읽게 하려는 세심한 배려라는 것이다. 왜 하필 냉장고냐고 내가 묻자, 그 어머니는 특히 아이들이 냉장고를 가장 많이 열고 닫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깊은 지혜가 느껴졌다.

 

- 체코 올로무츠대교구 주교좌성당 독서대.

 

 

간혹 성경 말씀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모든 이야기를 전부 다 이해하고, 기억하며 중요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단 한 두 마디 말이 오랫동안 기억되고 감동을 주는 것처럼, 성경 말씀도 그런 마음 자세로 대하면 어떨까? 하느님의 말씀이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자주 접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하느님에 관한 온갖 담화를 즐겨 듣고 지혜로운 금언이 너에게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여라.”(집회 6,35) 사람의 행동은 자주 듣고, 보는 것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해도 자주 듣고 보고 접촉하면서 익숙하고 친밀해진다.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말씀을 반복해서 소중하게 마음속에 새긴다. 더구나 하느님 말씀을 자주 접하는 것은 거룩한 생활로 가는 길잡이가 된다.

 

“말씀을 따라 살면 행운의 열쇠를 얻고, 행복의 문이 열린다”(잠언 16,20).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은 하느님을 바라보며 신중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고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도 함께 받는다고 성경은 강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 말씀에 온전히 의지하는 것이다. 그럴 때 생활 속에서 행복을 얻게 되고 삶이 빛나게 된다. 언젠가 세례를 받은 사람이 나를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신부님! 세례를 받고나니,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행동들이 이젠 자꾸 죄처럼 느껴져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형제님의 마음이 하느님께 열리나 봅니다.” 이처럼 하느님은 당신 앞에서 겸손하고 순종하는 사람들을 극진히 사랑하신다.

 

 

매일 식사 하듯, 하느님 말씀 섭취해야

 

인생이란 무엇인가?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이 갖는 질문이다. 사람들은 인생에 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친구와 밤을 새워 토론하기도 하고 홀로 명상에 잠기며, 여러 책을 사서 읽어보기도 한다. 동서고금의 현인(賢人)들의 가르침과 명상을 실은 책들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는 여유를 준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성경이라는 고귀한 선물이 있다. 이 안에는 인생의 이정표가 되는 말씀들이 많다.

 

사람들은 자주 인생을 등산에 비유한다. 등산을 할 때 우선 중요한 것은 길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신학생때 동료들과 산행을 하다 길을 잃어 하루 종일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돌았던 끔찍한 기억이 있다. 만약 그때가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었으면 큰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 산을 오를 때 지도와 표지판을 꼼꼼하게 잘 이용해야한다. 가능하면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동행하는 것이 좋다. 어떤 이가 길도 모르고 표지판도 무시한 채 산행을 계속한다면, 그는 사고의 위험이 가득찬 길을 걷게 된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인생의 올바른 목적지에 잘 도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길과 안전한 길을 알아야 한다. 길을 안다면 이미 성공적인 삶의 시작인 셈이다. “교훈을 지키면 복된 길에 들어서고, 꾸지람을 물리치면 길을 잘못 들어간다”(잠언 10,17). 이처럼 성경은 참다운 인생의 길을 안내해주는 이정표의 역할을 한다.

 

“네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신뢰하고 너의 예지에는 의지하지 마라. 어떠한 길을 걷든 그분을 알아 모셔라. 그분께서 네 앞길을 곧게 해 주시리라.”(잠언 3,5-6). 이 말씀은 우리의 삶의 기준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인생도 잘 살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잘 지켜야 한다. 성경에서는 지혜로운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지각 있고 분별력이 있으며 신중하고 이해심이 있는 사람이며,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어리석고 무지막지하고 교만하고 사악한 사람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우리가 어느 부류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그러기에 우리가 매일 식사를 하듯, 하느님 말씀을 섭취해야 한다. 육체의 굶주림보다 더 비참한 것은 영혼의 굶주림이 아닐까?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8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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