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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사랑과 섬김의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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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11 ㅣ No.80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사랑과 섬김’의 50년


벌판 위에 세운 병원, 연간 100만명 치유의 장으로

 

 

- 6월 2일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봉헌된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개원 50주년 기념미사. 사진 이승훈 기자.

 

 

1965년 3월, 수원시 팔달구 지동 93-6번지(수원시 팔달구 중부대로 93)에서 독일인 수녀들이 첫삽을 떴다. 그야말로 허허벌판 위에 서 있었지만, 수녀들의 표정은 밝았다. 드디어 이 땅에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할 병원을 세울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바로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병원장 김선영 수녀)의 시작이었다.

 

1960년대 아직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우리나라엔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이 많았다. 수원은 서울에서 불과 40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었지만, 제대로 된 의료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수원교구 초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는 교구 설정 당시부터 교회가 운영하는 의료시설 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교황공사였던 안토니오 델 주디체 대주교로부터 독일의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전교 지역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윤 대주교는 곧바로 수도회를 교구로 초청했다.

 

- 1965년 3월 성빈센트병원 기공식.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한 자비의 씨앗이 뿌려졌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제공.

 

 

병원은 착공한 지 2년여 만인 1967년 5월 10일 준공했고, 그해 6월 3일 가톨릭의과대학 제5부속병원으로서 개원식 및 봉헌식을 열었다. 경기 남부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의과대학병원이었다.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사랑으로

 

병원은 독일에서 온 선진 의료기술과 체계적인 의료시스템 등을 갖춘 현대적인 병원인 점도 눈에 띄었지만, 가장 두드러진 모습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었다.

 

수녀회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사전 답사를 하면서 병원 자리를 선정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한 부분이 바로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빈첸시오 드 폴 성인의 영성을 따르는 수녀회는 병원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던 성인의 정신을 실현하고자 했다.

 

당시 지동은 수원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으로, 농민과 6·25전쟁으로 고향을 떠난 피난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연무동, 화서동을 비롯한 인근 지역 역시 극빈층이 많은 곳이었다. 홍수라도 나는 해에는 지역 전체가 폐허가 돼 천막을 치고 살아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 1967년 6월 가톨릭대학교 제5부속병원으로 개원.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제공.

 

 

병원은 개원과 동시에 병원 지하에 20병상 규모의 자선진료소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진찰실과 대기실, 약국 등도 운영하면서 매주 월·수·금요일 환자들을 진료했다. 돈이 없어 치료 받지 못하던 지역 내 가난한 사람들이 병원으로 모여들었다. 나중에는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병원에선 가난한 환자들의 형편을 듣곤 그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을 위한 구호물품을 들려 보냈다. 독일교회에서 보내온 구호물품들이었다. 또 병원에서 일하던 수녀들은 진료를 마친 후 밤이면 빈민촌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구호물품을 나눠주기도 했다.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병원 앞에 아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았다. 수녀가 운영하는 병원이라는 소문에 아기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아기를 두고 갔고, 수녀들은 이 아이들을 돌봤다. 가난한 이들이 병원에서 치료만 기대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랑과 자비의 정신에 의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가난한 이를 사랑하는 병원의 정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병원 교직원들은 자발적인 참여로 조직된 성빈센트자선회는 모금과 바자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을 위해 생활보조금과 동절기 난방비 등을 지원해오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개원 50주년을 기념하면서 10㎏ 쌀 260여 포대를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 1999년 6월 신축 본관 축복식.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제공.

 

 

모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섬기며

 

개원 당시 병원은 8개의 진료과에서 10명의 의료진들이 매일 70여 명의 환자들을 돌봤다. 이제 병원은 연간 100만여 명의 외래 환자와 25만여 명의 입원 환자를 치료하는 지역 의료 구심점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에 기반이 된 것은 모든 고통 받는 이들을 섬기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병원은 첨단 의료기술 도입을 통해 보다 많은 환자들이 완치될 수 있도록 노력할 뿐 아니라 환자들의 영적 치유에도 큰 힘을 실어왔다. ‘빈센트 케어 시스템’은 빈첸시오 드 폴 성인의 영성에 따라 ‘사랑’과 ‘섬김’으로 전인적인 치유를 이룰 수 있도록 돌봄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부터는 특별히 암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돌보며 위로와 희망을 전해왔다. 이런 활동은 2001년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설립으로 이어졌다.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서는 말기암 등으로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고통을 조절하고 인간다운 임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픈 이들을 위한 활동은 단순히 환자 치료에만 그치지 않았다.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이 격심하던 시기에는 수원 지역에서도 대학생들의 시위로 경찰과 마찰을 빚는 일이 잦았고, 시위 중 부상을 당해 실려 오는 학생들이 많았다. 병원은 경찰 몰래 이 학생들을 치료하며 보호해줬다. 노동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간호사들도 병원에서 시위했지만, 수녀들은 시위를 막기보다 오히려 시위에 참여한 간호사들이 먹고 마실 수 있도록 음식을 병원으로 들여보냈다.

 

- 2012년 12월 NEW 비전선포식.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제공.

 

 

병원은 현대인들의 고통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암치료를 위해, 개원 50주년을 맞아 ‘암병원’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 병원은 그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위암·유방암·대장암·폐암 분야에서 치료 잘하는 병원 1등급으로 선정돼왔다. 암병원은 이런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암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구성돼 더 나은 치료효과를 거두고자 준비됐다.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며

 

한편 병원은 50년 역사에 감사하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면서 6월 2일 기념미사와 기념식을 마련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봉헌된 기념미사에는 병원 교직원과 환자들이 참례했다. 미사에 이어 열린 기념식에서는 기념영상 상영, 교직원 근속상·모범상 시상 등이 진행됐다. 이용훈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성빈센트병원 개원으로 수녀회의 의료사도직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신앙의 기쁨을 알게 됐다”면서 수녀회와 병원 교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이 주교는 “사랑과 섬김의 병원, 주님의 사랑을 온 누리에 전하는 병원이 되길” 당부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6월 11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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