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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예비 시어머니가 개종하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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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1-10 ㅣ No.347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예비 시어머니가 개종하라고 하세요

 

 

질문

 

30대 초반 여성인데 남자친구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집안은 전통적인 개신교 집안이고, 저희 집안은 조부모님 때부터 천주교를 믿어왔습니다. 저희들은 서로의 종교를 인정하고 있지만 가족들, 특히 그의 집에서는 개종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도 어렵고 난감한 지경입니다.

 

 

답변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방한하셨을 때 저도 해미순교성지에 갔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인데도, 제 옆에는 허리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습니다. 그분 말씀은 “세계적으로 큰 어른이 오셨다는데 인사를 드려야지”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종교를 여쭈었더니 불교 신자셨습니다. 마침내 교황님의 모습이 보이자, 할머니께서는 저보다도 더 큰소리로 “비바 파파”를 연호하면서 교황님을 맞이하셨습니다. 해미에서 교황님을 직접 뵙는 것도 큰 영광이었지만, 교황님께서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초월해 서로 화합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신 것에 감사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결혼 때문에 종교적인 갈등이 발생할 경우가 간혹 있는데, 사실 해결책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종교 문제로 갈등이 생기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종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입니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여전히 종교 문제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상대의 종교적인 가치관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게 쉽지 않은가 봅니다. 겉으로 보기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갈등은 각자 ‘선택한 것’, 즉 ‘종교 차이’로 인한 대립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갈등은 상호 간 욕구의 차이 때문에 발생합니다. 즉, 개신교신자인 시어머니와 가톨릭신자인 며느리 간의 욕구 차이로 인한 대립이지, 결코 종교와 종교 간의 갈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종교적인 갈등 문제 이면에 깔려 있는 시어머니의 욕구를 살펴보고, 내 욕구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측으로만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면, 상호 간의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게 되면 서로를 폭넓게 이해할 수도 있답니다. 특히 인간관계의 갈등에는 힘의 원리가 작용하기도 합니다. 시어머니께서는 시어머니로서의 권위를 인정받기를 바라고, 며느리 입장에서는 며느리의 생각이 그대로 존중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이른바 ‘힘겨루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갈등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절 시어머니 삶의 여정을 생각해보고, 그간의 삶에서 만들어진 시어머니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서 잘 살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며느리도 스스로 ‘자기 이해’를 할 시간이 필요한 듯합니다. 오랜 시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오신 분들이 다를 수밖에 없고,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모든 것을 빠르게 해결하려 하지 말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천천히 해결하려고 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종교에서도 사랑보다 갈등을 권하는 경우는 없답니다. 그간 ‘내가 바라는 바’를 ‘하느님 뜻’인 줄 알고 저지르는 잘못들을 수 없이 보셨을 것입니다. 지금은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무엇인지 잘 분별하는 것이 정말로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6년 11월 6일,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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