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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노인사목] 노인교육을 통한 고령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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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19 ㅣ No.956

[경향 돋보기 - 우리 사회 속의 노인은] 노인교육을 통한 고령화 해법

 

 

30여 년간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율의 증가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고속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급속한 노인인구의 증가,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와 핵가족화, 가치관의 변화로 말미암아 노인과 관련된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벗어나 사회적 차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젊은 시절을 국가와 사회, 가족을 위해 봉사해 왔으나 이를 무시하고 등 돌린 가족과 사회의 경제적·정서적·심리적 배반으로 상심하는 노인의 상태를 더는 묵과해서는 안 된다.

 

이 시대의 노인들이 당면한 과제는 단순히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 젊은이들의 자화상이 될 수 있다. 노인문제는 나와 내 가족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 이웃과 사회의 문제이다.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와 개인이 인구 고령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노인문제가 예방될 수 있는가 하면 심각하게 증폭될 수도 있으며, 우리 사회의 노인상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에 직결되어 있다.

 

 

나이 듦의 축복

 

인간은 과연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진 본능이며 소망일 것이다. 구약시대를 살았던 성경의 인물들은 몇 백 년씩 장수를 누렸으며, 장수와 다산은 하느님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여겼다.

 

현대 의학에 따르면, 인간의 최대수명은 125세라고 한다. 고대 로마시대 인간의 평균수명은 22세 정도였고, 1926-30년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33.8세에 불과했는데, 2013년 남성 78.5세, 여성 85.1세로 늘어났다. 한 인간이 100세 이상 살게 되면 거의 인생의 반을 노년기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급속한 고령화 현상은 출생률이 낮아짐으로써 노년층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출산율은 2016년 현재 1.1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저출산 추세는 독신이 늘고 초혼 연령이 늦어지며 출산을 꺼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2003년 청와대에 ‘저출산 고령화 대책 팀’을 만들어 출산수당과 아동수당 지급, 출산 육아휴직 시 대체인력 지원 등의 20여 가지 중장기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기를 낳는 것과 돈을 연결해 눈앞의 혜택에 급급해 하는 식의 단편적 정책보다는 가난하게 살고 힘들더라도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가장 고귀한 가치의 실현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노인이 많은 사회는 성숙하고 풍요로운 사회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났다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의료와 복지, 국민의 의식수준도 향상되었다는 증거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고속 고령화로 미처 대응할 여유가 없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현재의 노년세대는 노후를 준비할 겨를이 없었고 노후 준비라는 개념조차 없이 살아왔다. 오직 자식 농사가 노후 대책이었다. 자식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굶어가며 자식 교육에만 전념해 온 세대이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경이로운 경제발전을 이루게 된 밑바닥에는 바로 이들의 위대한 희생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는 지금 마치 장수가 그들의 탓인 양 지구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 노인은 사회발전의 공로자로서 주체적이고 당당한 노년을 살아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베풀어주는 선심 한 조각에 매달려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했던 노년이 아니라 권리로서 즐기며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는 활기찬 노년을 지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젊은이들은 긴 세월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삶의 지식, 지혜 등을 갖춘 인생의 원로로, 풍부한 인생 경험을 가진 선배로 그분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나이 듦의 재앙

 

일부 노인과 그 가족의 문제로 미루어왔던 노인의 현실이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범국가적인 문제로 대두하였다. 또한 이제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과 강력한 실행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고령화 위기론과 함께 노인은 무능력한 의존적 존재, 문제의 원흉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는 아직 충분히 일할 능력과 건강이 있음에도 사회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은퇴 뒤 자신의 경험과 연륜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인생 이모작을 현실화해야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인구의 40%(2050년 37.7% 예측),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노인인력을 그대로 사장하는 것은 개인적인 상실일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700만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고령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의 여부가 고령화시대의 유용한 대안이 될 수도, 반대로 부양인구 급증이라는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는 관건이 될 것이다. 노인 자신은 전통과 문화의 전승자이며 다음 세대를 보호하는 수호자로서 노인의 연륜과 지혜가 사회적 자본으로 활용되도록 하려면,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을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새로운 노인상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식의 전환을 위한 노인교육

 

고령화사회의 노인이 노년의 지혜로운 삶을 유지하려면 언제라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노인교육은 연령에 관계없이 끊임없는 삶의 영역을 확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며, 삶의 깊이를 더하는 총체적인 학습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노화 과정에 적절히 준비하고 적응하며 노화를 수용함으로써 노인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이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하는 교육이다.

 

노인교육은 노인을 학습의 대상으로 하는 좁은 의미의 교육과, 노인에 관하여 알아가고 노인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과 미래에 노인이 될 사람 모두에게 노인과 노화 전반에 관하여 알 수 있게 하는 넓은 의미의 교육이 있다. 그리고 노인이 직접 교수자로 교육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경험을 나누거나 가르치는 교수활동, 사회참여와 자원봉사 등을 포함하는 노년기의 사회 재환원 활동 모두를 뜻하는 노인에 따른 교육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한정란, 「노인교육론」).

 

 

노년기 자원봉사와 세대통합

 

노년은 지혜의 보고이며 걸어 다니는 박물관이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이다. 노인들이 평생 종사해 왔던 전문적 영역의 경험과 경륜, 삶의 지혜를 그대로 폐기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가치를 후세에게 전수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인 동시에 의무이다.

 

노인들의 사회에 대한 책임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기 삶의 완성은 자원봉사를 통하여 실천된다. 노년기의 자원봉사는 개인적으로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살아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세대 공동체 교육을 통하여 3세대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침을 전달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건강한 노후생활과 장수문화를 위하여 노인의 능력과 경험에 따라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자원봉사의 조직화와 관리운영 체계의 개발이 필요하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젊은 노인’이 70세 이상의 노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창의적이고 자립을 중심으로 한 노인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노인들이 스스로 후세대를 지원하고 돌보는 앙가주망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박성희, ‘프랑크푸르트 노인대학 사례를 통한 대학 확장교육으로서의 노인교육 활성화 방안’).

 

 

세대 공동체 교육을 통한 사회 통합

 

‘세대 공동체(the community of generations)’란 여러 연령집단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만나는 것을 뜻한다(한정란, 「노인교육론」). 비록 그들이 살아가는 시간과 경험 면에서는 다르다 해도, 생애의 일부분으로서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진다. 또한 한 공동체 안에서 활동할 때 세대 차이로 말미암아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게 하고, 사회에 만연한 연령에 따른 양극화와 갈등을 해소해 줄 수 있다.

 

젊은 세대는 문화유산과 전통, 역사에 대해 생생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노인들은 젊은 세대를 통하여 사회의 변화에 대한 감각과 새로운 지식, 대처해 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사회적 효 문화 복원을 위한 방안으로 어린이집을 경로당이나 양로원과 함께 운영하는 형태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과 프랑스의 경우, 양로원 옆에 탁아소나 보육시설을 함께 운영하여 좋은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 자주 만나고 접하다 보니 친밀해지고 세대 간 이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과 주거가 필요한 대학생을 연결하는 ‘세대공존 하우스’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두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남는 방을 청년들에게 임대하고 도와주는 만큼 월세를 할인해 준다. 고령화의 열쇠는 청년과 노인에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는 데에 착안하고 청년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저출산과 고령화사회 문제의 해결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령화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내 처지이고 내 부모의 상황이며 내 자녀들의 미래이다. 노인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등 떠밀 일이 아니다. 함께 고민하고 같이 끌어안고 대처해 나가야 할 우리 삶의 일부분이며 우리 사회의 중요한 영역이다. 범국가적으로 관련 기관의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며, 개인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병행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실행해야 한다.

 

노년기는 신체적으로 쇠약해지고 일과 사회적 관계로부터 분리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시기이다. 그러나 노년기는 이러한 위축을 극복하고 활기차게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하고자 마지막 결승점을 향하여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누구도 마지막 결승점을 앞에 두고는 속력을 늦추지 않는다.

 

“열정이 살아있는 한 팔십 노인도 청년이지만, 열정이 식을 때는 스무 살 청년도 팔십 노인이 된다”(키케로).

 

* 조해경 스텔라 - 연세대학교 강사(노인교육 전공). 서울대교구 노인사목 연구위원이며, 수원교구 하상평생대학원 원장이다.

 

[경향잡지, 2016년 10월호, 조해경 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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