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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설: 제2장 가정들의 체험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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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02 ㅣ No.791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설 (5) 제2장 가정들의 체험과 도전 ① (31~37항)

 

혼인과 가정의 구체적 실상에 초점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씀의 빛 안에서’라는 제목의 제1장에서 성경의 혼인 및 가정생활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일별하면서 그리스도교적 혼인과 가정의 참된 의미를 성찰했다. 교황은 ‘가정들의 체험과 도전’이라는 제목의 2장에서 오늘날 가정들이 체험하는 다양한 실상을 짚고(32~49항) 가정들이 직면하고 있는 또는 극복해야 하는 몇 가지 도전들을 언급한다(50~57항).

 

이 장은 혼인과 가정의 구체적 실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황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한다. “성령의 부르심과 요구는 역사의 사건들에서 울려 퍼지기” 때문이고, 또 이 역사의 사건들을 통해 교회는 “혼인과 가정의 헤아릴 수 없는 신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31항).

 

교황은 우선 오늘날 가정들에서 상반된 결과 혹은 의미를 지닐 수 있는 두드러진 현상에 주목한다. 그것은 “자유의 향유”다. 가정에서 부부는 책임과 의무와 역할에 대한 훨씬 더 공평한 분담을 통해 더 큰 자유를 누린다. 특히 배우자 사이의 인격적 소통의 강화는 더욱 인간다운 가정을 꾸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32항). 

 

하지만 이 자유의 신장은 또한 가정의 유대를 깨뜨리고 가족의 공동체성보다 개인을 더욱 중시하는 극단적 개인주의로 치닫는 위험성도 안고 있다. 이런 개인주의 문화는 대화의 단절,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의 부족으로 연결돼 불화를 낳을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혼인과 가정생활 자체를 거추장스럽게 여겨 혼인하는 대신 독신으로 살거나 서로 필요한 경우에만 함께 지내는 현상도 늘고 있다(33항).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배타성(부부 두 사람만의 관계)과 안정성(평생의 동반자)을 특징으로 하는 혼인의 이상은 불편하다거나 싫증 난다고 여겨질 때마다 뒷전으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교황은 중요한 성찰을 한다. 개인주의와 편의주의가 시류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그리스도교적 혼인의 가치를 옹호하는 일을 중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런 시대적 조류를 악하다고 규탄만 하고 혼인과 가정에 관한 규정들을 순전히 권위에 입각해 강제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더욱 책임 있고 관대한 노력으로 혼인과 가정을 선택하는 근거와 동기를 제시하고 그리하여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에 더 잘 응답하게 하는 것”(35항)이라고 교황은 강조한다. 

 

나아가 교황은 “우리는 또한 겸손해야 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때로는 그리스도교의 신념들을 제시하는 또 다른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이 오늘의 문제 있는 상황에 기여하도록 도와주었음을 인정해야 한다”(36항)고 밝힌다. 말하자면 ‘건전한 자기 비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황의 이런 지적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들이 「사목헌장」에서 무신론과 관련해 성찰하고 있는 바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신앙인들이 신앙 교육을 소홀히 하거나 교리를 잘못 제시하거나 종교, 윤리, 사회생활에서 결점을 드러내어 하느님과 종교의 참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려 버린다면 신앙인들은 이 무신론의 발생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사목헌장」 19항). 

 

그러면 혼인과 가정에서 반성적으로 성찰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① 거의 배타적으로 (자녀) 출산의 의무만을 주장함으로써 부부 결합의 의미, 사랑 안에서 성장해야 할 혼인의 소명, 서로 도와야 한다는 혼인의 이상 같은 것들이 오히려 그늘에 가려지게 된 것은 아닐까. 

 

② 젊은 부부의 인생 계획표, 그들의 사고방식 및 구체적 관심사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들을 지도해 온 것은 아닐까. 

 

③ 때로는 실제 가정들의 구체적인 상황과 실천 가능성과는 동떨어져, 혼인에 관해 아주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거의 작위적인 신학적 이상을 제시한 것은 아닐까(36항). 

 

교황의 이런 자기 비판적 성찰의 핵심은 이어오는 항에서 확인된다. ‘신자 가정들에 은총에 열려 있으라고 격려하지는 않고 단지 교리적 생명윤리적 도덕적 쟁점들을 강조하는 것으로 혼인의 유대와 혼인 생활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도와주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37항). 

 

그래서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신자들의) 양심을 형성하라는 소명을 받았지 신자들의 양심을 대체하라는 소명을 받지 않았습니다.” 교회 가르침을 주입하고 지시하는 것 이상으로 은총에 열려 있도록 자극하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평화신문, 2016년 5월 29일, 이창훈 기자]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설 (6) 제2장 가정들의 체험과 도전 ② (38~40항)

 

사랑 · 자기 희생 없는 ‘하루살이 문화’ 지적

 

 

프란치스코 교황은 혼인 및 가정생활과 관련하여 오늘날 신자들이 드러내는 문제들은 부분적으로는 교회가 신자들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이나 어려움을 도외시한 채 혼인과 가정에 관한 규범적 가르침만을 제시한 데서 빚어진 것은 아닌지 자기 비판적 성찰을 했다(37항, 지난호 참조).

 

물론 대부분 신자들이 가정의 가치를 존중하고 또 교회의 가르침과 지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음에 대해 교황은 고마움을 표시한다. 하지만 이런 자기 비판을 통해 교황이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혼인과 가정생활을 통한 참된 행복의 길을 발견하도록 사전에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타락한 세상을 규탄하는 데에 사목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배려와 치유는 없이 단죄와 규탄만 해온 적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황은 그래서 이렇게까지 적시한다. “많은 사람은 혼인과 가정에 관한 교회의 메시지가 예수의 가르침과 태도를 분명하게 반영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예수님은 이상(理想)을 요구하고 제시하셨지만 사마리아 여인이나 간음하다 잡힌 여인처럼 개인들의 연약함에 측은지심을 보이셨기 때문입니다”(38항). 

 

그렇다고 해서 사랑과 자기 희생을 증진하지 못하는 문화적 쇠퇴에 대해 교회가 더 이상 경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실태를 계속 지적한다. 그중 하나가 ‘하루살이 문화(culture of the ephemeral)’다. 

 

하루살이 문화란 애정 관계를 찰나적으로 여겨 이 사람, 저 사람으로 쉽게 옮겨가는 것을 말한다. 마치 인터넷에서 마음에 들면 접속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끊어버리는 것처럼 애정 관계를 그런 식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문화를 교황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배우자와 가족에게 평생 헌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만의 자유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집착, 그리고 나의 외로움을 달래는 데 필요한 손익비용을 저울질하는 것 등이 이런 하루살이 문화와 관련된다고 본다. 그러면서 애정 관계를 마치 쓰고 나면 버리는 일회용품처럼 여기는 세태의 문제를 지적한다. 교황은 또 나르시시즘(Nacissism) 곧 자기도취증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자기도취에 빠진 이들은 자기만이 최고인 줄 알기에 자신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볼 줄을 모른다. 자기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만을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지닌 이들은 이렇게 자신을 위해 남을 이용하겠지만, 그들 역시 조만간에 이용당하고 착취당하고 마침내는 버려지고 만다. 그런데 이런 파탄은 젊은이들 사이에만이 아니라 기성세대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함께 늙어가고, 서로 보살피고, 의지처가 되어 주는 이상을 거부한다”(39항)고 교황은 지적한다. 

 

이런 하루살이 문화 외에도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하지 못하게 압력을 가하는 문화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40항)고 교황은 본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작용한다. 경제적 이유, 학업이나 직업상의 이유, 혼인과 가정의 가치를 무시하는 이데올로기적인 이유, 혼인에 실패한 부부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이유,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잃고 배우자에게 또 가족에게 속박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의 이유 등등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개탄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기존의 방식으로 혼인과 가정생활의 중요성을 일방적으로 강조만 해서도 곤란하다. 교황은 이렇게 언명한다. “우리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올바른 언어와 논증과 증거를 찾아서, 관대함을 베풀고 투신하고 사랑하고 영웅적 행위까지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역량에 호소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젊은이들이 열정과 용기를 지니고 혼인에 계속 도전하라고 초대해야 합니다”(40항).

 

※ 성찰하기 

 

젊은이들 사이에서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 세대를 넘어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오포’ 세대. 여기에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칠포’ 세대까지 회자하는 우리 현실에서 교회와 신자들이 젊은이들에게 열정과 용기를 지니고 도전하라고 초대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와 증언(증거)의 형태는 무엇일까? [평화신문, 2016년 6월 5일, 이창훈 기자]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설 (7) 제2장 가정들의 체험과 도전 ③ (41~49항)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 노인 문제에도 주목

 

 

혼인과 가정생활에 어려움을 주는 오늘날의 다양한 경향과 관련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단과 분석은 계속된다. 이를 좀더 살펴보자. 

 

포르노그래피의 확산, 몸의 상업화, 매매춘 등은 사람들을 애정생활과 성생활에서 성숙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로 인한 부부 관계의 위기는 가정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또 별거, 이혼 등은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은 물론 사회 전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개인적 사회적 유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신자들의 경우 결혼생활의 실패는 동거와 재혼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신자생활에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 

 

교황은 저출산과 생식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인구 감소가 결국에는 경제적 빈곤과 미래에 대한 희망 상실로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산업화, 성 혁명, 인구 과잉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문제, 소비주의 등도 저출산의 원인이다. 물론 충분한 이유가 있을 때 부부는 자녀 수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저출산을 위해 국가가 피임, 단종수술은 물론 심지어 낙태까지 정책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대해 교회는 강력하게 거부한다. 

 

어떤 나라들에서는 신앙과 종교적 실천의 약화가 가정에 영향을 미쳐 어려움에 처하게 한다. 가정이 사회 제도로부터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할 때 가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를 양육하기 어려워지고 새로운 생명을 낳는 것을 주저하게 되고 노인들을 짐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교황은 이와 관련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국가는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보증하고 가정을 꾸릴 계획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할 책임이 있습니다”(43항).  

 

주택 문제 또한 가정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주택은 단순한 잠자리가 아니라 품위 있고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교황은 교황청 가정평의회가 1983년에 발표한 ‘가정 권리 헌장’을 인용, “가정은 가정생활에 적합하고 가족 수에 비례한 품위 있는 주거에 대한 권리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또 “가정과 집은 함께한다”면서 이는 “개인의 권리만이 아니라 가정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고 밝힌다(44항). 가정은 또한 법적 경제적 사회적 재정적 영역에서 가정 정책을 통해 제대로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황은 경제적 제약으로 말미암아 가정들이 교육, 문화 활동, 사회생활 참여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혼외 자녀 문제, 아동 학대와 아동 성폭력, 거리의 아이들 등 아이들이 겪고 있는 어렵고 불의한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이민은 가정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시대적 표징이다. 더욱이 전쟁, 박해, 가난과 불의, 불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이민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뿐 아니라 가정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장애인을 둔 가정의 현실도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 가정을 주제로 한 주교시노드의 최종 보고서를 길게 인용한다. “장애를 지닌 이들은 그 가정에는 선물이며 사랑과 상호 도움과 일치 안에서 성장할 기회입니다.…만일 그 가정이 신앙의 빛 안에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이(장애인)들을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모든 인간 생명의 특별한 가치를 깨닫고 보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와 봉사를 촉진할 것이고 장애인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삶의 모든 단계에서 사랑을 주도록 사람들을 고취할 것입니다”(47항). 

 

교황은 노인들과 관련해서도 언급한다. 경제력이 없고 취약한 노인들은 부담으로 여겨질 수 있고 때로는 단지 경제적인 이유로 부당하게 착취당하기도 한다. 안락사와 보조 살인 또한 가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교회는 이를 강력히 반대하면서 노인들과 약한 가족을 돌보는 가정들을 지원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고 교황은 진술한다(48항). 

 

교황은 끝으로, 극심한 빈곤과 큰 제약 속에 살아가는 가정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대표적 예가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돈을 벌어야 하는 편모 가정이다. 엄마가 일하러 가는 동안 아이는 인격적 성장에 방해되는 온갖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경우에, “교회는 즉시 규범을 들이대기보다는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 이해하고 위로하며 수용해야 한다”고 교황은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하느님의 자비를 보여주는 소명을 받은 바로 그 어머니(교회)에 의해 심판받고 버림받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49항). [평화신문, 2016년 6월 12일, 이창훈 기자]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설 (8) 제2장 가정들의 체험과 도전 ④ (50~57항)

 

혼인 약화, 개인은 물론 사회의 미래 위협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 세계에서 가정들이 처한 상황은 참으로 다양하고, 이는 새로운 도전 혹은 과제가 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 양육과 신앙 교육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고용 문제, 경제적 문제, 자녀들의 미래 문제 등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많은 가정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알코올, 마약, 도박 등 각종 중독 현상들도 큰 문제다. 가정이 이런 중독으로부터의 예방, 혹은 치유의 장소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가정 폭력은 인간관계의 기초가 돼야 할 가정을 오히려 적개심과 증오의 온상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모든 상황들은 가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와 관련, 혼인에 기초한 가정의 약화를 우려한다. 혼인에 기초한 가정이 약화되는 것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교황은 이렇게 적시한다. “가정의 약화는 개인의 성숙한 성장에는 물론이고 공동체 가치의 함양과 도시들과 나라들의 도덕적 진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52항). 

 

나아가 교황은 가정의 상황들이 엄청나게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사실상의 동거나 동성 결합을 혼인과 동등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일시적 결합(동거)이나 생명의 전달을 차단하는 결합(동성 결합)은 사회의 미래를 결코 보장할 수 없습니다”(52항).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배타적이고 불가해소적이고 생명에 열려 있는 혼인을 구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이런 전통적인 혼인에 대해 법적인 해체가 이뤄지고 있으며, 혼전 동거ㆍ계약 결혼ㆍ동성 결합 등 개인의 자율적인 의사에만 기초한 모델들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인 결혼에서 볼 수 있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옳지 않지만, 이것이 혼인 자체에 대한 폄하로 이어져서는 안 되고 “혼인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혼인을 쇄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가정 시노드의 최종 보고서를 인용해 이렇게 강조한다. “가정의 힘은 사랑하는 능력과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능력에 있습니다. 가정이 겪는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정은 언제나 성장할 수 있고 사랑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53항). 

 

가정생활과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여성 차별이다. 여성의 권리와 공공 생활 참여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진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의 권리는 더 신장돼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아가 과도하다고 해야 할 여성주의가 생겨난다고 하더라도, 이런 “여성 운동 안에서 여성의 존엄성과 인권을 더욱 분명히 인식하도록 하기 위한 성령의 활동을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54항). 

 

가정생활에 있어서는 여성의 권리 신장 못지않게 남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부재는 자녀 양육과 자녀의 사회 통합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자녀들에게서 제대로 된 아버지 모습을 빼앗아 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남녀의 본성적 차이와 상호성을 부정하면서 성을 사회 문화적 역할로만 이해하려는 경향에 대해서도 제동을 건다. 이른바 ‘젠더’(gender)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교황은 “생물학적 성과 성의 사회문화적 역할(gender)은 구별할 수는 있지만 분리시킬 수는 없다”(56항)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성은 없어지고, 인간의 성 정체성이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 돼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교황은 생식 기술의 발전으로 남녀의 성적 결합과 무관한 생명의 탄생 문제를 크게 우려한다. 이것이 문제인 것은 생명이 개인 또는 부부의 원의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생명은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창조주의 선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황은 “창조주를 대신하려는 죄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인간성을 보호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으며 이는 무엇보다도 인간을 창조된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56항).

 

이 모든 상황들은 분명히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교황은 여기에 굴복하지 말라며 이렇게 당부한다. “우리의 에너지를 음울한 비탄으로 낭비하는 덫에 빠지지 말고 새로운 형태의 선교적 독창성을 추구해야 합니다”(57항).

 

이를 위해서는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 가르침의 본질 혹은 핵심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서 「사랑의 기쁨」은 제3장에서 가정의 소명에 관한 예수님과 교회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고찰한다. [평화신문, 2016년 6월 26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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