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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수도회 봉헌생활 현실과 쇄신 방향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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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29 ㅣ No.578

‘한국 여자 수도회 봉헌생활 현실과 쇄신 방향’ 심포지엄


세속화 맞서 복음적 가치 전하는 방안 모색해야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강우일 주교)와 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회장 차진숙 수녀)가 공동으로 마련한 ‘봉헌생활의 해’ 기념 연구 심포지엄은 2월 22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한국 여자 수도회 봉헌생활 현실과 쇄신 방향’을 주제로 진행됐다.

각각의 발표 주제는 ‘여자 수도자들의 현실과 미래 비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와 ‘한국 여자 수도회의 현실과 미래 전망 - 성소 정체 현상을 중심으로’, ‘현대 수도 생활의 도전과 희망 - 활동 수도회를 중심으로’였다.

특히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실시한 이 설문조사는 2015년 ‘봉헌생활의 해’를 맞아 한국 여자 수도자들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쇄신과 실천 방향을 모색하는 노력의 하나로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여자 수도자들의 현실

심포지엄 제1 발표 주제는 ‘여자 수도자들의 현실과 미래 비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였다. 엄재중 연구원(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은 이 발표에서 설문 결과 중 수도자들의 응답을 ‘공동체와 친교’, ‘봉헌생활의 교회적 차원’, ‘봉헌생활의 사회적 차원’등으로 나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수도자들은 소속 수도회 분위기에 대해 ‘부유하다’ ‘보수적이다’ ‘세속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공동체 생활수준은 일반 사회와 비교해 중중 이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수도회 안의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환경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지적과 회원 수가 많을수록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환경, 토론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수도자들의 70%는 한국교회에 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39.2%는 한국교회가 ‘정체되어 있다’고, 30.4%는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16.4%는 ‘쇠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자들이 한국교회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성직자의 보조자 역할을 함으로써 성직자 중심의 교회문화에 일조한다”를 꼽았다. 수도자들이 ‘세속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로 교회를 세속화한다’와 ‘권위적인 모습으로 평신도 위에서 군림한다’는 응답도 각각 27.9%, 20.5% 비율을 보였다.

한국교회에 기여하는 것으로는 ‘여자수도자들은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통해 한국교회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47.9%)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복음의 기쁨을 살고 증거하고 있다는 응답은 창립 100년 이상 된 수도회 회원들과 복지기관 소임자들, 20대 수도자 등에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또한 여자수도회가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으로는 ‘학교, 병원, 사회복지 기관 등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는 응답이 51.0%였다.

사도직 활동과 관련해서는 ‘과중한 업무와 책임감’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다른 답은 ‘전문지식 또는 능력 부족’, ‘동료 수도자와의 갈등’, ‘별 의미와 보람이 없는 사도직 수행’, ‘사제와의 갈등’ 순이었다.

본당 상주 수도자에 관해서도 ‘있으면 좋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응답이 75.0%로 가장 높았다. 수도자들은 본당에 상주 수도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기도와 봉헌생활을 사는 수도자의 현존을 드러내기 위해’(41.8%), ‘신자들에게 영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32.0%)라고 밝혔다. 수도자가 불필요한 이유는 ‘본당에서 수도자의 위치와 역할이 불분명해서’(20.8%), ‘평신도가 충분히 수도자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19.2%), ‘본당 사제의 독선적 행동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에’(18.6%), ‘본당에서는 수도공동체 정신을 따라 살기 어려워서’(16.5%) 등이었다.

특히 수도자들은 사제들 중 많은 수가 ‘수도회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이 없다’(40.3%)고 응답했다. 또 ‘수도회를 사목과 무관한 교회 내 별개의 부속기관처럼 여긴다’(31.5%)고 밝혔다. 사제와의 주된 갈등 사유로는 “사제의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태도”(49.7%)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사제의 성격적 장애’는 12.9%, ‘수도자에 대한 존중과 예의 부족’은 10.1%였고 ‘갈등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14.0%로 낮았다.


현실 개선을 위한 과제

한국교회 수도자들은 미래 한국 사회를 위해 수도자들이 우선적으로 실천할 과제로 복음적 가치와 참된 기쁨을 살고 전하는 방식의 모색을 꼽았다.

수도회를 위한 미래 준비로는 ‘수도회 고유의 영성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을, 사회적으로는 ‘사회가 더욱 물질과 쾌락주의로 빠질 것이므로, 복음적 가치와 참된 기쁨을 살고 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응답이 가장 많았다.

수도공동체 내적으로는 성숙한 인간관계가, 개인적으로는 영적 충전이 가장 필요하다고도 답했다. 이에 따라 영적 성장을 위해 사도직 활동을 식별, 수도자의 신원과 적성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수행해야할 사도직 분야로는 ‘빈민소외계층’, ‘생명가정문제’, ‘생태환경’, ‘영성지도’ 등이었다.

한국사회를 위해서는 ‘사회 곳곳에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 ‘세상의 물질주의와 쾌락주의를 거슬러 대조사회를 살아가는 것’ 등을 제시했다. 수도자들이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이유는 ‘사회적 공동선의 실현은 모든 이의 의무’이고 ‘수도자로서 예언자적 수행의 한 방법’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또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실현하기 위해 수도자들은 생활양식을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 박문수 박사(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한국 여자 수도회의 현실과 미래 전망 - 성소 정체 현상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발표에서는 한국 여자 수도자 대부분은 앞으로 양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양적 감소는 교회와 수도회 모두 거대한 사회변동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박 박사는 과거 제도적 교회에서 누리던 권위는 줄어들고, 이러한 흐름은 더 큰 영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수도회 내부에서 젊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투신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봉헌생활의 가치를 젊은이들에게 여러 형태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재속회나 제3회들도 한국교회에서 평신도 영성의 모범이 되도록 양성하고 파견하는 역할을 하고, 방인수도회들이 제3세계에 진출해 성소계발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박 박사는 성소의 정체 또는 감소 원인이 되는 교회 내·외적 준거로 개인 중심의 신앙생활, 수녀들의 역할 변화, 수녀 개인은 수도회도 본당도 교회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무력감을 비롯해 청년층 감소, 여성의 자아실현 기회 확대, 여성의 경제활동 기회 증가 등을 꼽았다.

최혜영 수녀(성심수녀회)는 박 박사 주제 발표에 관해 논평에 덧붙여 “한국 여자 수도자들의 평균 연령이 40~50대로 아직 활력이 있고 변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시대의 필요에 따라 사도직은 변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현숙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는 심포지엄에서 ‘현대 수도생활의 도전과 희망 : 활동 수녀회를 중심으로’에 관해 발표했다.

이 수녀는 우선 “이 시대의 표징 앞에 어떻게 자신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수도생활 모델로 거듭날 수 있는가에 따라 수도회의 생명이 보존되고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시대 안에서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한국 수도자들이 어떤 시대적 문화적 상황 속에서 살고 있는지 새로운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심리적·지적·영적 성숙을 위한 수녀 양성과 선교에 대한 관심, 교구와의 관계 개선, 교회 안에서 여성의 위치 개선을 위한 노력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톨릭신문, 2016년 2월 28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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