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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가톨릭평신도대회를 준비하며 (중) 그리스도 유일한 구세주 선포에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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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24 ㅣ No.31

Asia, 아시아 - 아시아 가톨릭평신도대회를 준비하며 (중)


'그리스도 유일한 구세주' 선포에 적극 나서야

 

 

한국과 필리핀 등 아시아 15개국 대표가 참가한 아시아 평신도 회의 중에 지역별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1994년 경기도 성 라자로 마을에서)

 

 

문헌에 제시된 아시아복음화

 

 

토착화의 과제를 안고 있는 아시아교회는 보편교회의 생활방식과 서구식 신학 등에 대해 여전히 낯설게 느끼곤 한다. 더불어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교는 항상 외래 종교로 인식되고 뿌리 깊은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보편교회는 아시아 지역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하는 방법의 하나로 ‘대화와 증거’를 강조한다. 그 어느 때보다 스승보다 증인이, 주장보다 경험이, 이론보다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가톨릭평신도대회를 앞두고 교황청 평신도평의회는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Christifideles Laici)’과 ‘교회의 선교사명(Redemptoris missio)’을 비롯해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 ‘주님이신 예수님(Dominus lesus)’ 등의 문헌 숙지를 권고한 바 있다.

 

각 문헌들은 아시아 선교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이며 아시아교회가 나아갈 바를 모색한 중요한 지침이다.

 

특히 ‘아시아 교회’는 교회의 소명인 선교에 대한 올바른 의식과 방향은 물론 현대 교회가 맞닥뜨린 선교 관련 문제점들과 상황, 새로운 복음화의 비전과 과제 등을 보다 충실히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주님이신 예수님’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 구원의 유일성을 굳게 믿어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대화와 삶의 증거를 통해 그리스도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헌은 또한 그리스도인이 소수인 지역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구세주임을 선포하는데 더욱 소명의식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재차 권고한다.

 

오랫동안 복음화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교세는 미비한 아시아. 이번 호에서는 이 대륙에 복음의 불빛을 확산하기 위해 ‘아시아 교회’와 ‘주님이신 예수님’에서 제시한 복음화 실태와 과제, 전망 등을 짚어본다.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

 

1998년 세계 주교대의원회(시노드)의 아시아 특별총회는 제삼천년기의 개막을 앞두고 복음화의 방향을 모색한 중요한 자리였다. ‘아시아 교회’는 이 시노드가 교황에게 제출한 건의안에 대한 응답으로, 시노드 이듬해 후속 문헌으로 발표됐다. 삼천년대 아시아교회의 가장 중요한 신앙생활 지침서로 평가받는 이 문헌에서는 특히 아시아 대륙에서의 종교간 대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헌은 서론과 본론을 비롯해 제1장 아시아의 상황, 제2장 구세주 예수님 : 아시아를 위한 선물, 제3장 성령 :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분, 제4장 구세주 예수님 : 선물을 선포하시는 분, 제5장 선교를 위한 친교와 대화, 제6장 인간 발전을 위한 봉사, 제7장 복음의 증인들 등 총7장 51개항으로 구성됐다.

 

아시아는 경제적 번영과 빈곤의 정도가 나라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지역이다. 또 그 와중에 물질주의와 세속주의 이민, 관광, 미디어와 연예산업, 착취와 억압 등은 아시아의 문화와 종교심성, 가정과 사회를 위협하고 교회에도 심각한 도전을 제기한다. ‘아시아 교회’ 제1장에서는 아시아에서 교회의 사명은 교회의 자기 이해와 함께 이러한 아시아의 정치·경제·사회·종교·문화적 현실의 제약을 받는다는 점을 설명한다.

 

또한 불교와 힌두교, 이슬람교 등의 대형 종교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다종교사회에서 구세주를 선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에 따라 문헌의 핵심적인 부분인 2~4장에서는 그리스도론에 대한 교리교육을 제공한다.

 

문헌은 이어 성령의 보편적인 현존은 예수님 안에서의 보편적인 구원과 별개가 될 수 없다고 밝힌다.

 

무엇보다 타종교와의 대화와 다른 그리스도 교회와의 관계 개선은 종교와 문화, 언어, 민족, 경제 등의 차이로 인해 끊임없이 긴장과 분열을 겪고 있는 아시아교회에서 매우 충실히 투신해야할 부분임을 강조한다. 특히 다른 그리스도 교회와의 일치를 위한 대화는 아시아교회에 있어서는 하나의 도전이고 회심에의 부르심이라고 전한다. 동방 가톨릭교회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표명하며 그리스도 교회와의 일치를 권고한다.

 

FABC(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인간개발 사무국이 주최한 ‘아시아에서의 다문화 가정’ 연수회 참가자들 모습.

 

 

친교의 맥락에서 아시아 각국 교회들이 상호 간 연대성을 증진할 것도 주요 내용으로 제시했다.

 

종교의 자유를 거부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에 대해 종교 자유를 호소한 것도 눈에 띈다. 문헌은 ‘최소한의 생계 수단도 갖지 못한 북한교회’와 ‘예루살렘을 구심점으로 대치하는 두 민족, 세 종교 간의 정의와 화해, 평화’의 중요성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인간증진에 대한 봉사’와 관련해서는 인간 생명 존중과 보건, 교육, 군비축소, 세계화, 외채, 환경 문제 등을 긴급 현안으로 다뤘다. 문화적 세계화는 아시아사회를 세속주의와 물질주의적인 소비문화의 늪에 빠지게 한다는 냉철한 지적도 빠트리지 않았다.

 

문헌의 마지막 장은 아시아 복음화의 각 분야에서 투신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을 밝히고 있다. 특히 성직자들의 모범적인 신앙생활과 더불어 신학교 교수 양성의 중요성, 해외 선교사 파견의 중요성 등을 강조한다.

 

아울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문헌을 통해 평신도 소명의 고유한 영역은 바로 세상임을 재확인하고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생활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증인들이 될 것”을 권고했다. 또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기 위해 적절한 교육을 지원하는 일이 필수적이며, 여성 또한 교육과 교회 생활에 보다 폭넓고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님이신 예수님(Dominus lesus)’

 

국제신학위원회는 지난 1997년 ‘그리스도교와 세계 종교들’을 발표, 그리스도와 교회 신비의 유일성과 구원 보편성을 강조한 바 있다.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동등하게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는 인식이 신학 분야 뿐 아니라 교회 안에 전반적으로 확산될 위험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모든 종교가 동등하게 구원에 이르는 유효한 길이라는 잘못된 주장 즉 종교적 상대주의와 다원주의는 급속하게 확산돼 왔다. 종교적 다원주의가 교회를 위협하는 현실에서, 복음화에 대해 투철한 의식을 갖추지 못하면 교회의 본질인 복음화의 소명을 실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주님이신 예수님’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관련해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유일성과 구원의 보편성에 관해 환기하고, 갈수록 퇴색되는 복음화의 사명을 다지기 위해 천명됐다.

 

‘주님이신 예수님’은 발표 이후 아시아교회뿐 아니라 신학자들에게 보다 중요한 문헌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많은 토착종교들이 공존하고, 각 지역마다 수준 높은 정신문화와 철학을 발전시켜온 아시아 지역의 특수성도 문헌의 중요성에 힘을 싣는다.

 

7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2000년 발표된 ‘주님이신 예수님’은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유일성 및 구원의 보편성을 인간학적, 교회론적, 교회 일치적 차원에서 각각 밝혔다.

 

2006년 10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선교대회에서 태국 어린이들이 문화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문헌은 서론에 이어 제1장 ‘예수 그리스도 계시의 충만함과 최종성’, 제2장 ‘구원 업적 안에서 강생하신 말씀과 성령’, 제3장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의 유일성과 보편성’, 제4장 ‘교회의 유일성과 일치’, 제5장 ‘교회, 하느님의 왕국과 그리스도의 왕국’, 제6장 ‘구원에 있어서 교회와 다른 종교들’ 및 결론 등 총6장 23항을 담고 있다.

 

특히 문헌은 “어떤 이들은 종교 문제에서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모든 시도는 그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돌아서게 하고 가톨릭신앙으로 개종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거나 더욱 인간답고 또는 자신의 종교에 더욱 충실하게’ 살도록 권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제안한다”며 “오늘날 교회의 선교 사명에 대한 혼란이 점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타종교와 관련해 대화의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지, 교의적 내용을 동등한 것으로 존중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명백히 밝힌다.

 

제2장 ‘구원 업적 안에서 강생하신 말씀과 성령’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죽음, 부활의 신비는 모든 인류를 위한 유일하고 보편적인 구원의 원천임을 강조한다. “그리스도가 약속한 구원은 가톨릭교회로부터 오며, 사도적 계승을 이어온 가톨릭교회만이 하나인 참된 교회”라고 역설, “모든 종교가 하느님의 구원 메시지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제도적인 종교도 하느님의 뜻을 완전하게 대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반박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가톨릭이 아닌 이들을 향한 복음 선포의 사명을 갖는다고 천명했다.

 

이 문헌이 발표된 직후 영국 성공회와 개신교를 비롯한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와 일부 타종교 지도자들은 내용에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황청은 “문헌이 타종교나 다른 그리스도교를 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교회 내에서 번지고 있는 신학적 오류에 경고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종교 혼합주의와 상대주의, 다원주의적 사고가 일반 신자들의 신앙에 대한 인식에서 위험을 끼칠 수 있다”고 문헌 발표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가톨릭신문, 2010년 8월 22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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