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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협ㅣ사목회

세상 속의 평신도: 달라진 평신도의 위상에 맞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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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14 ㅣ No.29

[경향 돋보기 - 세상 속의 평신도] 달라진 평신도의 위상에 맞추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평신도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증언하며 살아야 하는 평신도들은 이 시대 ‘사회 복음화의 첨병’으로서 그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평신도의 위상에는 결정적인 변화가 일었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신분의 차이를 강조하던 예전의 자세는 이 공의회에서 근본적으로 바뀌었고, 명칭부터가 성직자와 평신도를 포함하는 전체 교회의 구성원을 ‘하느님의 백성’이라 칭하면서 평신도 신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사회 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사회생활 자체가 전문성이 요구되는 요즈음 그 어느 때보다도 평신도의 역할과 책임, 소명이 강조되며, 평신도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평신도들이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자신의 활동 영역인 세상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려면 우선 평신도들 스스로가 신원의식을 철저히 하고 세상을 복음화해야 할 소명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평신도의 위상과 정체성에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는 평신도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나아가 공의회는 평신도 정체성의 확고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도직 수행에 헌신할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직무 수행을 넘어, 외부의 현실 세계 질서를 새롭게 하는 과업이 평신도에게 부과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평신도 교육

 

교회는 이러한 공의회의 정신을 계승하며, 자신의 신원의식을 확실히 하고 사회 복음화의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자 평신도 교육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신도 교육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문헌과 교황 권고, 지역교회의 시노드를 통해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황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모든 사람은 자유를 가진 상태에서 자라고 성숙하여 열매를 맺도록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다.”며 “부르시는 하느님과 그 책임을 수행하도록 요청받는 인간 사이의 이러한 대화에서 평신도의 전인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의 가능성뿐 아니라 필요성이 나온다.”(57항)고 밝히고 있다.

 

또한 “자기 고유의 소명과 사명에 대한 발견과 실천에서, 평신도들은 교회의 구성원이라는 성격과 인간 사회의 시민이라는 성격을 통합시킬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한다.”(59항)고 이야기한다.

 

“평신도 교육”(평신도평의회, 1987년)에서는 “평신도들이 특히 사회에서의 증언과 봉사임무를 수행하도록 - 심지어 교회 안에서의 봉사임무 수행을 통해서도 - 교육을 받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는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사도직 단체뿐 아니라, 교구와 본당 등에서도 평신도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 기념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에 따르면, 평신도 2명 가운데 1명은 교구와 평신도 단체 주관 교육에 참가했다.

 

또 48.2%의 신자들이 현대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전문화된 교육을 받으려고 평신도 단체 주관 교육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앙교육의 도움 정도(만족도)에서도 본당 주관 교육(91.9%), 교구 주관 교육(82.7%), 평신도 단체 주관 교육(75.9%) 등, 평균 70%가 넘는 만족도를 보였다(가톨릭신문, 2574호 ‘한국 교회 평신도 교육 현실진단과 전망’ 참조).

 

하지만 아직 어려움은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에서는 2007년 5-11월에 한국 천주교 신자교육 실태를 조사하였다. 여기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첫째, 교구 차원에서 평신도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대한 비전이나 전망, 교육체계가 정비되어 있지 않다. 둘째, 교육의 목표 집단이 없는 일반적인 교육이 대부분이다. 셋째, 신앙단계별 교육 체계와 프로그램이 없어서 신앙적으로 갈증을 느끼는 평신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듣고 공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 정보를 주지 못하고 있다. 넷째, 연령별 교육 프로그램이 부재하다(“한국 천주교 신자교육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246쪽).

 

 

평신도 교육의 사례

 

평신도 교육은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사도직 단체뿐 아니라, 교구와 본당 등에서 이루어진다. 그 가운데 단체를 살펴보면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13개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그리고 신심 단체(꾸르실료, 레지오 마리애, 포콜라레 운동, 한국 가톨릭 성령쇄신봉사자협회, 푸른 군대 등), 성서교육 단체(가톨릭성서모임, 가톨릭청년성서모임), 가정공동체 운동 단체(한국 매리지 엔카운터, 한국 행복한 가정운동), 봉사 · 직능 단체(가톨릭 사회복지회, 한국가톨릭 나사업연합회, 가톨릭 노인대학연합회,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가톨릭 여성연합회, 한국가톨릭 노동청년회 등), 직업/전문인 단체(한국가톨릭 경제인회, 한국가톨릭 교수협의회, 한국가톨릭 농민회 등), 그리고 수도 단체, 피정 센터 등을 들 수 있다. 이 단체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들은 성경, 전례, 신심, 교회법, 사회교리, 호스피스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평신도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2007년 개설한 ‘평신도 학교’는 그동안 평협이 실시해 온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합한 것으로 ‘공의회 과정’, ‘선교포럼’, ‘여성지도자 교육’, ‘정의평화 토론회’, ‘가정문제 워크숍’, ‘사회교리학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단발적으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평신도 학교’라 하여 체계화시켰을 뿐 아니라 수강자 계층과 교육내용을 세분화한 점이 눈에 띈다.

 

 

평신도 운동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 안에서는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성에 입각한 다양한 평신도 운동이 펼쳐지게 된다. 이러한 운동은 이제 초기 정체성 모색 단계를 넘어서 성숙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재위 기간 동안 보편교회의 평신도 운동들은 자신의 독자적인 영역들을 구축해 나가면서, 그 양과 영향력 면에서 크게 신장되었다.

 

평신도 운동을 교회 희망의 표징이라고 본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 스타니스와프 릴코 대주교는 “세속화된 세상 속에서 교회 운동들은 교회의 사도직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성령의 은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20세기의 후반기에 보편교회 안에서 나타난 새로운 교회 운동들은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일상 삶, 세속적인 조건과 환경 속에서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성령께서는 여러분들에게 다양성을 요청하시지만 또한 여러분이 하나의 지체로서 사도들의 후계자와 교회,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와 일치하시기를 원하신다.”며 “바로 이 하나의 지체를 건설하는 데 참여하라.”고 권고했다.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의 선물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평신도 교회운동과 새로운 공동체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드러난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가 파악한 전 세계의 평신도 운동들은 굵직한 국제 단체들만 해도 100여 개가 훨씬 넘는다. 여기에는 포콜라레 운동, 네오까떼꾸메나또, 일치와 해방, 성령쇄신, 라르쉬 공동체, 엠마누엘 공동체, 산 에지디오 공동체, 꾸르실료 등 이미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거나,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단체들은 같은 직업에 속하는 이들이 정기 모임을 갖기도 하고,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 일부는 특별한 수도회 조직의 사례를 따르기도 하며, 다른 단체들은 신심을 깊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생활하기, 공동체를 이루어 삶을 같이 하며 그리스도를 살아가는 것 등, 자신들만의 규율에 따라 집단생활을 한다. 이와 같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삶을 풍부하게 살아가고 있다.

 

 

평신도 운동의 사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단체 가운데 하나가 ‘포콜라레 운동’이다. 이 운동은 이탈리아의 끼아라 루빅(1920-2008년)이 시작하였다. 일치의 영성을 표방했던 그는 형제들과 일치하기 위해 자신을 포기할 것을 가르쳤다. 포콜라레 운동 안에는 여러 운동이 있다.

 

마리아 폴리, 일치를 향한 대화, 새 인류 운동, 새 가정 운동, 일치된 세계를 위한 젊은이 운동, 일치를 향한 정치인 모임 등이 있는데, 이 운동들에는 가정, 직장이나 학교, 본당 등 각자 자기가 속해 있는 사회에서 이웃을 사랑하고 그들과 하나 되는 공동의 목표를 지니고 있다. 포콜라레 운동은 이제 전 세계 82개국에 확산되었으며 200만 명의 협조자들과 주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호응가들을 포함하여 450여만 명에게 전파되었다.

 

‘꾸르실료’ 또한 우리에게 알려진 운동이다. 가톨릭 국가였던 스페인은 19세기에 세 번의 내전으로 비그리스도화된 세상이 되었다. 스페인의 청년들은 내전 이전의 교회의 모습을 되찾고자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성지순례를 시행하기로 하고, 성지순례의 효율적 진행을 위한 봉사자 교육 프로그램으로 ‘순례자들을 위한 상급반 꾸르실료’를 실시했다.

 

성지순례를 끝낸 뒤, 꾸르실료를 준비해 온 봉사자들은 꾸르실료를 교회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고, 복음화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꾸르실료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행하였다. 1963년, 꾸르실료 운동은 바오로 6세 교황으로부터 교회 내 신심운동으로 인정받아 ‘평신도가 중심이 된 교회운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국내의 평신도 운동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자발적으로 신학을 연구하여 사회의 여러 현상에 대하여 신학적 해석을 하며 신학의 대중화를 꾀하는 모임이 있다. 또한 공동체를 이루어 살며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는 ‘예수살이공동체’가 있으며, 뉴 미디어인 인터넷을 통한 언론 기능을 통하여 복음을 전파하는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나가는 말

 

가톨릭 교회사에 분명하게 한 획을 그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하여 교회 안의 평신도의 위상은 새로이 자리를 잡았다. 달라진 위상만큼 평신도는 신원의식을 확실히 갖고, 자신의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평신도들을 위해 마련된 교육의 기회는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이에 더욱 능동적인 자세로 교육에 참여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축적될 때, 우리 평신도는 공의회에서 요구하는 교회를 넘어 외부 세계 질서를 새롭게 하는 과업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공의회 이후 교회에서는 평신도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운동들은 초기에 교도권, 보편교회의 사목활동의 방향과 어긋나는 사례들이 있었다. 이는 자기 단체 중심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청은 올바른 방향으로 운동을 이끌고, 동시에 운동들 간의 나눔과 정보 교류, 협력과 조화와 연대의 방안을 모색하였다. 2006년 5월 이탈리아 로카 디파파에서 ‘교회 운동과 새로운 공동체들’이라는 주제로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100여 개 평신도 운동 단체들의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우선 각 단체가 자신의 카리스마, 신원을 재발견하기를 촉구하였다. 아울러 친교의 열매는 선교로 드러나는 것이며, 특별히 보편교회와 지역교회의 구조와 틀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좀 더 성숙한 자세와 교회의 정신으로 펼치는 평신도 운동이 세상의 복음화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다.

 

[경향잡지, 2010년 8월호, 오동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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